감사원 "퇴출우려 없는 의약품도 지정"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를 도입한 지난 2000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사용장려금과 원가보전으로 각각 276억원과 256억원이 지급됐으나, 이 가운데 250억원 이상이 당초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게 지급된 것.
감사원은 26일 지난해 4월21일부터 6월11일까지 국민건강보험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사용량 증가, 다수업체 생산 등으로 퇴출 우려가 없는데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 보험재정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퇴출 우려없는데도 지정"
감사원은 먼저 지난 2003년 8월 사용장려금 지급대상으로 지정한 125개 성분 중 34개에 대해 지정 전 3년간(2000∼2002년)의 연도별 사용량 및 청구금액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용량 감소한 성분은 2개인 반면 32개 성분은 증가했고, 이 가운데 25개는 2배 이상 사용량이 늘어났다.
25개 성분 중 11개는 2002년 청구금액이 5억∼59억원에 이르렀다.
또 2000년 3월 원가보전 대상으로 지정한 186개 성분의 경우 125개는 2∼19개 업체에서 생산, 처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8월 지정한 116개 성분 역시 37개는 2∼8개 업체에서 생산, 처방되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막연하게 퇴출 우려가 있다거나 생산차질이 우려된다는 유관단체의 의견만을 근거로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퇴장방지의약품이 사용장려금을 지급받거나 생산원가를 보전받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병원약사회, 한국제약협회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지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고가의약품에 사용장려금 52억원 지급"
사용장려금 지급대상 의약품은 같은 효능의 고가의약품을 대체하는 저가의약품만 선별, 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감사원의 지적도 나왔다.
이것이 약효가 우수한 저가의 필수의약품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당초 취지에 맞다는 것.
그런데도 복지부는 효능군이 서로 다른 성분을 대체가능 의약품으로 하거나 대체가능 의약품을 명시하지 않은 채 히드록시진(Hydroxizine) 등 10개 성분을 지정, 2000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0억3천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관련단체가 추천한 품목과 기본 성분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관련단체에서 추천하지 않은 아스피린장용성과립등 7개 성분을 지정, 2000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총 89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A사의 타이레놀이알서방정 등 2개 품목은 고가의약품인데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묶어 2000년 5월부터 2003년 8월까지 52억원을 지급했다.
◇원가인하 업체 '배제' - 인상 업체 '보호'
종전에는 원가보전대상 의약품의 상한금액을 인상하면서 동일성분인 의약품 가운데 인상률이 감소된 의약품이 있는 경우 해당 성분 전체 의약품의 상한금액을 인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 5월 원가보전방식의 현실성 제고를 이유로 동일 성분의 의약품 중 각 업체가 제출한 원가자료를 근거로 인상률이 떨어진 품목은 제외하고, 인상률이 상승한 품목만 상한금액을 인상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2003년 8월 48개 품목 가운데 생산원가를 상한금액보다 낮게 제출한 20개 품목은 그대로 두고, 생산원가를 높게 제출한 28개 품목만 차등적으로 상한금액을 인상, 총 3억6천여만을 추가로 지급했다.
감사원은 "생산원가 인하노력을 통해 경영효율을 높인 제약회사 대신 이를 게을리 한 제약업체를 되레 보호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가 제약업체의 방만한 경영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마목시실린캅셀등 지정, 17억원 '술술'
감사원은 원가보전대상 의약품의 상한금액과 관련 "실거래가 사후관리 조사에서 상한금액보다 낮게 거래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상한금액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복지부는 2003년 8월 원가보전대상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한 176개 품목의 상한금액을 인상한 바 있다.
이 가운데 B사의 아목시실린캅셀 500mg 등 34개 품목은 그해 3∼5월 실시한 의약품 실거래가 사후관리 조사에서 실제 청구금액보다 낮게 거래된 사실이 적발돼 상한금액을 인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상한금액을 인상했고, 그해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7억4천만원의 재정이 불필요하게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상한금액을 잘못 인상하더라도 이를 다시 인하할 수 없어 매년 41억9천만원의 재정소요가 예상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중대 하자 발생시 상한금액 재인하" 권고
감사원은 단기적으로는 퇴출 우려가 없는 의약품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복지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사용장려금 지급대상 의약품은 고가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저가의약품을 지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원가보전대상 의약품은 생산원가부담으로 생산차질 및 공급중단이 우려되는 의약품만을 선별·지정하고, 원가보전대상 의약품이더라도 상한금액 인상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경우 이를 재인하토록 복지부에 권고했다.
감사원은 특히 원가보전 대상 가운데 34개 의약품의 상한금액을 인상, 재정부담을 초래한 담당과장과 국장에 대해 징계여부를 자체 결정해 처리토록 복지부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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