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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소수임을 자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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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소수임을 자임해야”
  • 의약뉴스
  • 승인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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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심평원 신언항 원장
‘의료의 질과 비용 적정화를 위한 종합관리.’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새해 사업목표다. 심평원은 이를 위해 종합관리제 비중을 높여나가는 한편 심사와 평가, 실사지원 기능의 연계를 통해 업무효율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신언항 원장(58)은 2일 의약뉴스와의 신년특집 인터뷰를 통해 심평원의 새해 운영방침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신 원장은 특히 진료비 명세서의 방문일자별 작성 시범사업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시스템이 종국엔 ‘심사청구 풍토의 투명화’에 기여하고, 심평원과 요양기관, 국민 모두에게 일거양득의 ‘효자역’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현재 상대가치개발단과 신기술개발평가단 등이 각 부서에서 차출된 ‘소수 인력’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인력 보충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인터뷰 말미에서 그는 직원들에게 “창조적 소수임을 자임하자”고 당부했다. 창조적 소수, 즉 핵심인자가 국가와 조직을 발전시킨다는 의미다.

◇투명한 심사·비리없는 조직 “자부심”

한국의 공공부문에 대한 부패인식지수는 그다지 높지 않다. 30개 OECD 국가 가운데서도 겨우 23위에 그친다. ‘권력이 있는 곳에 부패가 있다’는 정설(?)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신 원장은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심평원이 권력기관으로 비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병·의원의 진료비를 심사하고 조정하는 조사기관이기 때문이다. 벌써 2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비리나 잡음은 과거에는 물론 현재도 전무하다고 그는 확언했다. 수평여경(水平如鏡)의 조직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지난 1년6개월간 심평원을 이끌어왔다. 여기만큼 투명한 기관이 없다는 사실을 느낀 시간이었다. 직원들부터 그렇다. 소명의식은 물론 윤리의식도 높다. 그만큼 투명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이다. 직원들이 비전을 가지고 정확한 직무를 수행하면 궁극적으로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심사비중 최소화, 종합관리제 확대”

심평원은 지난 2003년부터 종합관리제를 실시해왔다. 그간 사후 심사에서 탈피, 요양기관과의 대화와 교육 등을 통한 사전 예방개념의 심사를 도입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벌써 의원과 치과의원에 대해 종합관리제를 시작한지 약 1년6개월 남짓 흘렀다. 신 원장은 ▲진료비 청구개선 ▲의료기관과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종합관리제의 정착 및 발전가능성 확인 등을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대화는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그러나 계속 해야만 한다. 심평원이나 요양기관의 존립목적은 국민이다. 대화로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다. 새해에는 가능한 요양기관과의 대화는 확대하고 단속은 최소화할 것이다. 심사비중은 줄이고, 종합관리의 비중은 높이겠다는 말이다. 간담회 등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진료비 신청오류를 사전에 차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신 원장은 올해에는 종합병원과 보건기관 등으로 종합관리제 대상을 넓혀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심사부문에 한정됐던 종합관리제 개념을 심사-평가-실사-이의신청 등을 연계해 통합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중심의 업무수행으로 직원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한편 의료기관의 만족도 제고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심사·평가·실사지원 통합, 과학화에 초점”

신 원장은 새해 의료 및 건강보험제도의 정책변화를 감안, 심사평가의 개념을 재정립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새로운 업무패러다임과 인력·조직개편 등과 맞물려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심평원의 주요업무인 심사와 평가, 실사지원 기능을 연계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심사와 평가, 실사지원 기능은 하나의 고리처럼 피드백(feedback)되고 있다. 이를 통합시키겠다는 뜻은 조금 더 과학화하겠다는 뜻이다. 어느 지역에서 특정약물이 특이사항 없이 과다하게 사용되는 사례를 발견하면, 일선 지원에 연락을 취하게 된다. 그 지원은 곧바로 해당 요양기관을 방문, 특이성에 대해 규명한다. 이 과정에서 심평원은 요양기관의 특이성이 납득할만한 경우 최대한 배려해준다. 그러나 정반대의 경우 시정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운용된다.”

신 원장은 또 심사업무의 경우 효율화와 과학화를 토대로 개별 행위에 대한 심사에서 벗어나 기관단위 비교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평가업무 역시 현재의 진료비 적정성에 대한 평가(심사) 부분은 심사업무로 이관하고, 의료의 질 평가만을 전담토록 할 방침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평가기준을 개발하는 동시에 의료의 질 개선효과를 제고하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산청구 100%시대를 지향한다”

전산청구는 심평원 뿐 아니라 요양기관에서도 청구 및 심사업무의 효율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신 원장은 힘주어 말했다. 업무 자체가 쌍방향에서 진행되다보니 당연하다는 것이다.

“25년 전만 해도 종이명세서를 수작업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현재 전체 요양기관의 93%, 진료비 명세서의 98%가 EDI 등 전자청구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신규개설 요양기관과 폐업 후 미신고기관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요양기관이 전자청구에 참여하고 있음을 뜻한다. 올해부터 서면명세서에 다중바코드가 적용된다. 따라서 모든 진료비 청구․심사․평가 업무에 IT 기술을 접목할 수 있게 됐다.”

신 원장은 전자청구를 통해 전반적인 진료현황과 양태, 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의 업무가 IT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진료비 청구데이터는 디지털화된다. 자연 심사 및 평가업무 또한 과학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확보되는 양질의 대량데이터를 활용, 국민보건의료 분야나 질병통계 정보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산청구 자료를 가공, 정제하면 아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과다 청구성향이 있는 요양기관에 대해 직접 실사를 하는 등 심사효율을 높일 수 있다. 결국 이는 보험료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방문일자별 명세서 작성, 점차 확대돼야”

올 1월1일부터 28개 국공립병원은 외래환자의 경우 방문일자별로 진료비 명세서를 작성해야 한다. 지난해 7월14일 복지부 고시사항이다. 기존에는 월별로 명세서를 작성․청구했지만,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좀더 투명한 심사가 가능해졌다. 심평원측에서는 ‘투명한 청구풍토’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원장도 이 제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방문일자별 명세서 작성은 국민의 상병량을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시간 집계도 가능하다. 이번 시스템 변화로 정밀 심사를 위한 수정·보완자료 요청량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요양기관의 행정비용 감소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신 원장은 이번 시범사업이 국공립병원에만 우선 1년간 실시되지만, 향후에는 문제점을 개선한 뒤 점차 민간병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요양기관이 진료비를 청구하는 데 있어 환자에게 제공한 의료서비스 내역을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범사업으로 정확하고 투명한 자료제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여기서 도출된 자료는 국민건강을 위한 평가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시스템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심평원과 요양기관의 상호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당장은 전면확대 시기에 대해 언급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인 것만은 분명하다.”

◇“심사효율 위해 조직개편·인력충원 검토”

심평원은 새해 사업목표를 ‘의료의 질과 비용 적정화를 위한 종합적인 관리’에 두고 있다. ‘선진적 기관운영’을 실천방향으로 삼고 ▲조직혁신을 위한 기반정비 ▲개방적이고 성과중심의 조직 및 인사 혁신 ▲사옥이전의 효율적 추진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파트너십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신 원장의 생각이다.

“거시적으로는 의료의 질 향상과 재정 안정화가 목표다. 기존에는 진료비의 적정성 평가가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이제는 평가기능의 확대를 통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일선 지원에서는 종합관리제를 평가 도구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조직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 관련 신 원장은 “상대가치개발단과 신기술평가개발단, 심사청구 전담반 등은 현재 각 부서의 인력을 차출해서 운용하고 있다”면서 업무의 중요도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인력을 확보해서 심사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창조적 소수임을 자임하라”

“창조적 소수가 역사를 진보시킨다.”
신 원장은 새해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아놀드 토인비가 ‘역사연구’에서 서술한 ‘창조적 소수’로 꼽았다. 심평원 직원들이 스스로 창조적 소수임을 자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제도가 튼튼하게 뿌리내리도록 힘쓴다면 복지국가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고, 종국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란 말이다.

“사람은 보람과 긍지를 먹고사는 동물이다. 차원 높은 사고를 가진 인간이 행복한 법이다. 그런 점에서 심평원 식구들에게 ‘창조적 소수임을 자임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생활의 목적이 저차원적인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민족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핵심인자가 될 필요가 있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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