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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冊>‘특수분유’ 문제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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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冊>‘특수분유’ 문제 떠넘기기
  • 의약뉴스
  • 승인 2004.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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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식약청 '특수분유'민원 나몰라라
“우리들의 희망이 담긴 일을 시작하셨군요. 저도 힘을 내겠습니다. 처음부터 분유만 잘 먹어도 아무 탈 없이 잘 자라는 아이들도 많은데……어느덧 10여년의 힘든 세월이 얼룩져 지나갑니다. 특수분유 깡통을 들고 정부와 국회를 다니던 그 뜨겁던 어느해 7월, 열심히 뺑뺑이 돌리던 그 분들! xx부서(예산이 없음, 저소득층에 한해서)-예산처(장애인과로)-장애인과(의료보험관련과로)-의료보험관련부서(약이 아닌 식품, 식약청으로)-식약청(관련법 없어서)-다시 xx부서로, 할 수 없이 국회로, 매스컴(동정심 유발하기엔 좀)……저절로 눈물이 납니다”

이 글은 현재 D포탈사이트에서 네티즌 청원중인 ‘보건복지부에 건의합니다. 특수분유를 의약품으로’라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요로회로대사이상’ 환아 어머니를 격려하는 글로 이 글을 올린 사람 또한 ‘유기산대사이상’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의 어머니다.

현재 ‘특수분유를 의약품으로 분류해달라’는 건의를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 인터넷서명운동은 하루만에 사천명이 서명하는 등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청원을 제기한 김씨에 따르면 ‘요소회로대사이상’은 단백질대사질환의 하나로 단백질 대사의 노폐물을 인체에서 무해하게 변화시키는 대사과정에 유전적 장애가 있어 출생 후 수유와 함께 고암모니아혈증을 보여 진단이 늦어지면 심한 뇌손상 및 사망에 이르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따라서 평생 특수분유를 통해서 필수 아미노산을 섭취해야하며 평생 단백질을 제한해서 먹어야한다.

그러나 이 특수분유는 환자수가 적어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반분유보다 훨씬 비싼값에 팔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사장애 환우를 둔 가족들은 오래전부터 이 특수분유의 정부보조지원을 건의해왔고, 지난 9월 보건복지부에서는 특수분유 이용환자를 방치한 일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을 밝힌 것은 9월, 그 이후로 아직까지 특수분유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 또한 복지부에 문의해 봤지만 ‘예산없음’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거부당했다고 한다.
복지부는 현재 ‘갑상선기능저하증’과 ‘페닐케톤뇨증’이외에 이런 대사장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아직 실태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저소득층으로 분류된 환자들 외에는 아직까지 뾰족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사장애 환우의 가족들은 환자들이 특수 분유를 먹지 않으면 심각한 병증을 일으켜 뇌손상을 입거나 평생 장애를 갖고 살거나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고, 의사와 영양사의 처방에 따라 특수분유를 먹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 의약품으로 분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사장애 환자 가족들에 따르면 특수분유 한통의 값이 5-6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어 의료보험의 혜택이 시급하다는 것.

취재과정에서 기자 또한 복지부의 6개 관련과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른 과에 알아보라” 혹은 “그러한 민원이 들어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우리과로는 오지 않았다”였다.

몇 개 과를 돌아돌아 결국 한 부서에서는 기자가 제일 처음에 전화했던 부서로 전화하기를 권유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물론 식약청으로 전화해보라는 권유도 받았으나 기자는 이미 식약청에서 복지부가 법안을 제시해야 일을 할 수 있다는 답을 들은 상태였다.

취재도중 기자는 “ 질병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건강기능식품처럼 특수분유 또한 치료의 목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약품으로 분류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특수분유는 이미 질병에 걸린 환자들이 먹는 것으로 먹어도 그만 안먹어도 그만인 건강기능식품과는 달리 생명에 영향을 주는 환자들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서명에 참가한 한 네티즌은 “박카스는 의약품인데 생명이 달린 특수분유는 왜 식품인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식약청과 복지부의 몇 개 과를 돌아 마지막으로 전화한 식약청의 한 부서에서 기자는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실무자 한 명을 만났다.

그는 이 서명운동이 어디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했으며, 환자가족대표의 연락처를 가르쳐달라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원이 들어왔다는데 관련과에서 왜 모르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민원실에 물어보라”고 대답한 복지부의 한 실무자와 대비되는 반응이었다.

복지부 장관은 지난 7월, 취임사를 통해 “복지부를 ‘국민행복부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미봉책을 찾기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하겠다”며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굴뚝청소부’같은 복지부가 될 것”을 약속했다.

국내 공무원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격무에 시달리며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은 예전보다 많이 알려져 국민들이 많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렇게 국민을 위해 힘들게 뛰고 있는 공무원들의 노고가 ‘空무원’이라 불리거나, 그 노고가 허공에 공허하게 흩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복지부 장관 취임 후 5달, 장관의 취임사처럼 ‘국민과 공무원 사이의 벽을 깨뜨리기 위해서’ 국민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다.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어떤 사실을 알게 됐을때 왜 몰랐냐고 말하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알고 난 이후의 반응이다.
국민들은 문제를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해달라고 하지 않는다.‘왜’라는 ‘관심’에서부터 시작돼 함께 공감하는 ‘共무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의약뉴스 박미애 기자(muvic@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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