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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고혈압학회 배종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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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고혈압학회 배종화 이사장
  • 의약뉴스
  • 승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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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t Killer."
배종화 이사장(현 경희의대 부속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고혈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 평상시에는 증상이 없지만, 소리 없이 사망의 길로 이르게 하는 병이라는 뜻이다. 증상이 없어 고혈압 환자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다. 자연 합병증이 발생할 때까지 방치해 두는 경우가 많다. 막상 합병증이 발생하면 그제야 집중적인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이미 병이 진행된 뒤여서 치료효과는 별로 높지 않다고 배 이사장은 강조했다. 이번 'Newsmp People'에서는 고혈압 전문가인 배 이사장을 통해 고혈압의 약물요법에 대해 짚어본다.

◇국내 고혈압 환자, 10%만 치료받아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mmHg, 확장기 혈압 90mmHg 이상인 경우를 일컫는다. 또 미국 고혈압합동위원회에서 발표한 고혈압치료지침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 120∼139mmHg, 이완기 혈압 80∼89mmHg인 경우는 '고혈압전단계'라고 분류되기도 한다.

배 이사장은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30%(700만명)가 고혈압 환자라고 했다. 이 가운데 단 10%만 치료를 받아 정상혈압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고혈압 환자 가운데 34%가 정상이다. 이는 우리나라 90% 이상의 환자가 혈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혈압은 치료보다는 관리해야 할 병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관리만 잘 한다면 합병증 유발률을 낮추는 등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관리를 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합니다."

합병증으로는 먼저 고혈압성 합병증과 동맥경화성 합병증으로 나눌 수 있다. 고혈압성 합병증으로는 뇌출혈, 심부전, 만성신부전 등이 있고, 동맥경화성 합병증은 뇌경색증, 협심증, 부정맥 등이 있다. 배 이사장은 고혈압의 경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생활습관을 개선하고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혈압을 조절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先 생활요법 後 약물치료"

식생활개선으로 먼저 혈압을 조절한 뒤 여의치 않으면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배 이사장은 약물요법은 최후의 수단인 만큼 먼저 생활요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혈압 상승의 주요인인 음주와 흡연 습관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주지했다. 과음은 혈압을 상승시킬 뿐 아니라 약물치료 효과도 떨어뜨린다. 흡연 역시 심장질환의 위험을 2배 이상 증가시키고 수축기 혈압 4mmHg, 이완기 혈압 12mmHg 정도를 상승시킨다고 경고했다.

약물치료는 과거 한가지 약을 점차 늘리는 방식으로 처방했으나,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다. 한가지 약으로는 60% 정도밖에 강하효과를 보지 못한다. 최근에는 작용기전이 서로 다른 2가지 이상 약의 병용요법을 처방한다.

"근래에는 2가지 이상의 약을 병용 처방합니다. 이 방식은 약물의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반면 강하효과를 높입니다. 환자 입장에서 순응도가 좋아 현재는 많이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입니다."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은 작용기전에 따라 칼슘길항제, 이뇨제, 교감신경 차단제, 혈관확장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등으로 구분된다.

"치료제는 환자의 나이나 성별, 기타 다른 동반질환 유무에 따라 선택해서 처방됩니다. 물론 의사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치료하는 것을 전제로 말입니다. 특히 혈압이 정상치에 접근했다고 해서 임의로 환자가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됩니다."

◇6가지 고혈압 치료제

배 이사장은 고혈압 약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먼저 1950년대부터 쓰던 이뇨제가 있다. 과거에는 부작용이 많아 기피했다고 한다. 그러나 소량을 사용하면 효과가 높아져 최근에는 다시 사용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두 번째로는 베타수용체 차단제는 맥박 수를 조절하는데 사용된다. 맥박을 분당 60회 이하로 유지함으로써 혈압을 조절하게 된다. '테놀민' 등이 가장 많이 쓰이는 약 중의 하나다.

세 번째는 혈관확장제의 종류로 칼슘길항제가 있다. 칼슘길항제는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강하하는 약물이다. 대표적인 것은 '노바스크'로 5천억원대 고혈압 약품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그만큼 효과도 탁월하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자니딘 등 여러 약품이 있는데, 이를 3세대 칼슘길항제라고 통칭한다.

다음으로 알파수용체 차단제로 역시 말초혈관을 확장시키는 약물이다. 단, 기립성 저혈압등 부작용으로 1차성 고혈압에는 처방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면전에 복용을 권유한다. 남성 환자 가운데 전립선 비대에도 효과가 있어 병용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

또 'ACE 억제제'라고도 불리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가 있다. 안지오텐신은 콩팥에서 나오는 혈관수축 물질이다. 이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혈압을 유지시켜주는 약품이다. 부작용으로는 마른기침이 나오기도 한다. 이 약물은 고혈압 외에 뇌경색이나 심부전, 심근경색증 등 합병증을 가진 환자에게 처방된다.

마지막으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는 생성된 안지오텐신이 혈관수축을 위해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을 막는 약물이다. 이를 차단함으로써 혈압 강하효과를 보이게 된다. 가장 늦게 개발됐지만,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고혈압 치료제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엔 치료효과가 좋아 95%까지 혈압조절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꾸준한 약물치료를 통한 고혈압 관리로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클레식을 즐겨듣는 의사'

의학서적이 빼곡한, 허름한 연구실.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눈을 감은 채 명상에 빠져 있는 노의사.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구형 카세트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혹은 월광소나타…. 배 이사장은 그렇게 혈압(?)을 조절하고 있었다. 그런 탓에 약보다는 생활요법을 강조한 모양이다.

그런 그도 아쉬운 소리를 한다. 고혈압에 대한 의학 발전을 위해 연구비가 모자란다는 말이다. 현재 산학협동연구비가 16개 제약사의 후원으로 지원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교수들이 연구를 하고 싶어도 여건이 맞지 않아 연구를 할 수 없습니다. 일본 고혈압학회가 교류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국내 연구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그러지도 못하는 형편입니다.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에게 2005년은 한층 더 바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 이사장 임기를 마치면 곧바로 회장직함을 얻게 된다. 또 아시아·태평양 고혈압학회가 6월1일부터 4일까지 예정돼 있고, 지역별 내과개원의 연수강좌도 실시해야 한다. 연말에는 '고혈압주간행사'도 무리 없이 진행해야 한다. 한마디로 연구와 진료, 학회 활동으로 바쁜 생활의 연속이다.
어찌 보면 그가 지긋이 눈을 감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건 미래를 위한 구상 때문일 게다. 의사로서, 학자로서 고혈압 정복의 날을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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