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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정률 0%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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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정률 0%를 지향한다"
  • 의약뉴스
  • 승인 2004.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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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한오석 평가 상임이사 인터뷰
심평원의 통뼈, 한오석 상무(51)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한 상무는 현재 심평원의 평가업무를 총괄할 뿐만 아니라 의료보험에도 정통하다. 특히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공익위원으로 참여, 의약계와 가입자의 중재역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는 2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건정심의 향후 진행 방향과 수가협상의 방법론 등을 제시했다.

또 실사권을 두고 불편(?)한 관계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입장도 털어놨다.

◇"분야별 수가협상 가능하다"

한 상무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와 가입자 단체의 '종별차등수가적용' 주장에 대해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종별수가협상'에 대해서는 먼저 어휘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종별'은 종합병원· 병원·의원 등을 일컫는 말이며, 병원·의원·약국 등에 대한 올바른 표현은 '분야별'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는 "최초로 건정심에서 분야별 수가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법상 수가계약은 당사자인 공단 이사장과 요양급여비용협의회 대표가 체결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그는 의약계의 내부 결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상무는 사견임을 전제로 '분야별 수가협상 불가' 입장을 피력했다. 각 분야별 수가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점수당 가격을 동일하게 산정하는 대신 상대가치 점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점수 당 가격을 차등 적용할 경우 각 단체의 회원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자칫 의료계의 내부 분란이 전체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상대가치점수 조정을 통한 수가균형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향후 총액계약제를 도입할 경우에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건정심, 공익대표 중재역할 중요"

수가협상의 마지노선은 오는 30일이다.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주말에도 건정심 회의가 계속 열릴 예정이다. 먼저 수가인상폭이 결정돼야 보장성 확대부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고, 보험료 인상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
일단 각 단체간 파열음이 터져나왔던 소위원회 문제는 일단락된 상태다. 가입자(3명), 공급자(3인), 공익(3인)으로 구성된 '9인 소위(위원장 조재국)'가 본격 가동될 계획이다.
문제는 각 단체간 수가인상폭에 대한 입장차가 선명하다는 것. 현재 의협에서는 '차등수가적용'을 요구하며 5.46%의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가입자 단체는 공단의 재정위원회 심의를 거친 '-2.08%'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 중재역을 맡고있는 공익위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된 셈이다.

한 상무는 "소위에서 결정된 사안을 전체회의에서 사후 추인받는 형식은 아니다"라며 "다만 9인 소위에서는 대안을 제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9인 소위에서도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8명의 공익대표가 모여 최종 중재안을 마련한 뒤 전체회의에 부의하게 된다.
한 상무는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오는 30일까지 수가문제는 매듭지어야 한다"면서 "적정점을 찾는 것이 공익위원으로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예년과는 달리 건정심에서 표결보다는 합의방식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각 위원들간 내부회의는 격렬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평원의 실사권은 복지부의 위임 사안"

"효율성, 전문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직은 심평원 뿐."
한 상무는 현지실사권과 관련 짧게 대답했다. 당초 실사권은 복지부의 권한. 복지부는 이점을 고려, 심평원에 업무를 위임했다는 설명이다. 실사란 의료기관의 부정·부당행위, 즉 심사 및 급여기준에 부적합한 사항을 지적하는 것이다. 약가 산정과 급여기준결정 역시 심평원에게 위임된 업무다.

심평원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이유는 바로 630여명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기 때문. 자연 전문성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수 있다. 또 병원업무에 숙달된 전문가가 현지실사를 벌여야 효과측면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입자 입장을 대변하는 공단과는 달리 심평원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한 상무는 덧붙였다. 그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원죄' 때문에 보험가입자나 의료계로부터 비난의 화살도 맞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벌백계 통한 경찰역 자임"

한 상무는 "공단측에 실사권이 부여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다만 효율성과 전문성 등을 감안, 어느 쪽을 활용하느냐는 복지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병·의원이 '공단의 실사권 행사'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공단 조직이 방대한 만큼 의료기관은 항상 감시 받고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 경우 부당청구 적발률이 다소 증가할 수는 있지만, 의료현장은 되레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 상무는 "솔직히 현행 행위별수가제 하에서는 실수(불법) 없는 의료기관은 없다"면서 " 억압적인 분위기 조성은 의료계의 또 다른 일탈을 부추길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관이 암암리에 세금계산서를 과잉청구하고, 뒤로는 리베이트를 챙기는 사례가 속출할 개연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현지실사의 효과는 반감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다.

심평원은 적발위주의 심사보다는 '일벌백계'를 통한 '경찰효과'를 추구하고 있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적발시에는 엄중 처벌함으로써 의료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부당청구와 불법행위를 억제하고 적정진료 유도가 목표란 말이다. 다만 불가피하게 부당행위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는 행위별수가제의 변화가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우리의 지향점은 조정률 0%"

"심평원은 단순히 조정률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 총체적인 진료비를 관리함으로써 적정진료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조정률 0%를 지향한다."
일각에서는 진료비 조정률이 떨어지면 떨어진다고, 올라가면 올라간다고 비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조정률이 높으면 의약계가 부당청구를 많이 한 것처럼 비쳐진다. 반대로 조정률이 낮으면 심평원의 '업무태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 상무는 적정진료를 통해 조정건수가 전무하다면 우리사회가 '이데아'에 근접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한 상무는 이의 대안으로 '경제적 진료'와 '약제비의 경제성 평가'를 들었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진료행위와 효용성 높은 약의 사용이 이뤄진다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끝으로 무슨 경구처럼 "Think big!"이란 문장을 중얼거렸다. 크게 생각하면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종국엔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조정률 0%를 지향하는 이유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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