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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진수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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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진수일 원장
  • 의약뉴스
  • 승인 2004.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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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의사의 존재 이유는 '가난한 환자'다.
진수일 원장(61)은 공공병원의 필요성에 대해 간명하게 답한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 사이엔 늘 괴리감이 상존하는 법. 그 역시 공공병원이 가진 한계와 현실적인 문제를 실감하고 있다. 병원의 공공성과 수익성 말이다. 그가 선택한 것은 공공성이었다. IMF 이후 환자수가 급감해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의외였다. 병원장으로서 고민이 깊어질수록 의사로서의 초심으로 돌아간 결과였다.

◇"의사가 머물 자리는 환자의 곁"

"저는 의사 집안의 사람이 아닙니다.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우연히 이 길로 접어들게 된 거죠. 의사의 머물 자리는 바로 환자 곁이 아니겠습니까."

서울의료원이 지난 5일 당초 '지방공사 강남병원'에서 서울의료원으로 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료진과 직원이 '시민의 보건 향상'이라는 병원 이념에 대한 실천 각오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진 원장이 지난해 11월 이 곳에 몸을 담았을 때는 병원의 비전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서울시로부터 적당히 재정지원을 받고, 공공병원으로서 생색을 내는 수준이었다. 진 원장은 그걸 두고볼 수만은 없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공공병원의 한계에 안주하려는 직원에게 새로운 경영철학을 제시했다. 비전 경영, 예측 경영, 투명경영, 신뢰경영이 그것이다. 직원들이 5년 후나 10년후를 예측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또 투명경영을 통해 병원장과 집행부, 직원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서민에게 '가장 편안한 병원' 지향

병원장과 직원간의 신뢰 구축 문제는 '가난한 환자를 위한 최고의 진료'를 수행할 수 있는 디딤돌이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는 메아리 없는 단말마에 그칠 뿐이다. 봄, 가을로 전 직원이 참여하는 체육대회와 등반대회를 정례화하고, 분기별로 직원과의 간담회를 실시했다. 간담회에서는 모든 경영 문제가 허심탄회하게 논의됐다.

서울의료원은 점차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피로에 지친 의료진과 직원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올해 1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발족한 '다사랑회'는 가난한 환자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또 지난 7월 암센터 개설시에는 극빈자를 200여명을 대상으로 암 무료진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지난 8월부터는 여타 공공병원과는 달리 입원환자와 외래환자가 증가 추세로 돌아서는 기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저희 병원의 모토는 '참 공공의료'를 실현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최고병원이 되는 것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숙자 등은 의료혜택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제대로 대접받을 수 없다는 말이죠. 그런 점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가장 편안한 병원이 되려고 합니다."

◇"수익성보단 공공성에 무게"

서울의료원은 지난 16일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비전은 진 원장과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안해낸 것이다. 공공의료를 최우선으로 꼽고 있는 만큼 가난한 환자에게 가장 편안한 병원이 돼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논리다.

진 원장은 특히 서울시 산하 6개 시립병원과 25개 보건소 등과 진료 네트워크를 구성, 서울시 허브병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정보 공유를 통해 진료의 질과 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수익성을 강조하는 사립병원에서는 해낼 수 없는 '참의료'를 실천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부고객의 만족 없이는 외부고객의 만족이 있을 수 없습니다. 서울의료원의 비전선포는 구호가 아닌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다짐입니다. 이를 위해 전직원이 한마음으로 화합, 신바람 나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 원장은 이번 선포식에서 환자중심의 병원을 강조했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병원장과 직원, 환자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의 맞춤서비스가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울타리를 넘어 가난한 이웃에게로

공공병원의 한계를 넘어 일류수준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을까. 진 원장 자신도 이런 궁금증을 품고 있다. 열악한 재정과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가난한 환자들'…. 그러나 진료는 고액장비와 시설로만 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단언한다. 인술이 전제돼지 않는 의료행위는 기술자의 그것과 다름없다는 말이다.

"의료의 최고 기술은 사랑입니다. 의사는 의술을 전달하는 기술자가 아닙니다. 우리 병원의 지향점도 그것입니다. 일류 수준의 '인술' 말입니다."

진 원장은 먼저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다. 병원의 '단단한(?) 울타리'를 넘어 가난한 이웃에게로 다가가겠다는 것. 최근 창설된 서울의료원내 진료봉사단이 그 선두에 설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매주 토요일 양로원과 고아원 등 복지시설을 방문, 무료진료를 시행할 계획이다.

진 원장은 이와 함께 장애인 올림픽의 메달리스트에게 무료검진을 실시키로 했다. 이미 이들에게는 지난 18일 무료검진권이 전달됐다. 생활보호대상자인 6명에게는 5년간 무료종합검진을 실시하고, 외래본인부담금도 면제키로 했다. 의료보험대상자인 22명에게는 3년간 무료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진료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병원의 시설 측면도 강화할 방침이다. 암병동을 내년 상반기에 개설, 10개 암에 대한 특화진료를 벌여나갈 예정이다. 심혈관센터와 건강증진센터에서는 내년 봄,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당뇨병과 고혈압을 무료 진료하는 건강교실을 계획하고 있다.

진 원장은 이처럼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조금씩, 천천히. 환자의 곁에 있는 의사, 환자의 곁에 있는 병원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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