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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의학회 이중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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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의학회 이중근 회장
  • 의약뉴스
  • 승인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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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생활 26년. 그동안 배운 것은 이중근 회장 자신도 노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어느덧 고희를 바라보는 예순 넷의 나이. 젊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의욕만큼은 청년의사의 그것이다.

만성질환, 치매, 뇌졸중…. 동네 의원을 찾는 노인들의 병은 하나인 경우가 없다. 모두가 다양하고 복합적인 질환을 앓고 있다. 그가 노인병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순전히 현장 경험 때문이다. 계량화된 이론을 집적해놓은 의학서적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경험이 지난 7일 창립한 대한노인학회의 단초였다. 노인질환의 80%는 내과질환이다. 자연 노인질환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노인의학회의 구성원도 내과 개원의가 많다. 그렇다고 내과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신경과와 정형외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거의 모든 진료과목의 개원의가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점차 동네의원의 Primary care, 즉 1차 진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향후 노인 진료는 간호보호와 복지분야 중심으로 전환돼야 할 것입니다."

이 회장은 노인에 대한 1차 진료를 강화하기 위해 노인의학회 차원에서 '지역 단위'로 구성된 각과 전문의의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환자는 질환이 복합적인 만큼 특정 과목의 진료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특정 과목의 환자를 같은 지역 내에 있는 다른 과목의 전문의에게 추천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환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환자의 진료 및 신상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병원(病原)을 찾을 수 있다. 시스템 정착을 위해서는 각 의원에서 치매나 중풍 환자를 위한 재활시설과 물리치료실 등을 설치, 제반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정부에서 설치한 노인요양기관에 치매환자 등이 입원할 때는 환자나 가족 모두에게 불안합니다. 특히 치매환자의 경우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 그 증세가 더욱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회장은 정부가 동네 의원을 적극 활용, 노인환자의 진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현장 경험으로 다져진 개원의의 능력과 인력, 유휴병실을 활용한다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의료 확충 정책과도 자연스레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것. 특히 정부의 막대한 예산을 동네 의원에게 투입한다면 환자로서는 진료의 질까지 담보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그는 다만 현 상황에서는 보건소가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65세의 노인환자가 보건소를 찾는 이유는 본인부담금 1천500원이 면제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보건소에서는 저질의 진료가 이뤄지고 있고, 고가약 처방으로 환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보건소는 당초 목적대로 질병예방사업에 치중하고, 노인환자는 전문가인 저희들의 손에 맡기는 것이 타당합니다."

보건소의 경우 65세 노인에 대해 본인부담금이 면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절대 공짜는 아니다. 그 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액 지원하고 있는 형태다. 이 회장은 노인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1차 진료기관의 본인부담금을 폐지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같은 조건이라면 노인환자는 틀림없이 동네 의원으로 발길을 옮길 것이기 때문. 부수적으로는 이를 통해 최근 심화되고 있는 동네 의원의 경영난도 타개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큰 틀의 구상일 뿐이다. 정책 부분에는 복지부 관계자나 국회 보건복지위원들도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단계로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그 핵심 주체인 대한노인의학회도 막 첫걸음을 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기존 노인관련 학회와의 차별성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주 간명하게 대답했다.
"대학교수 중심의 학회는 연구를 통해 실탄을 제공해주는 일종의 지원부대라면, 우리는 현장에서 총을 들고 싸우는 병사인 셈입니다."
현장에서 실제 치료역할을 수행하는 개원의로 구성된 것이 노인의학회이고, 학문연구를 통한 지적 이론을 공급하는 것이 여타의 학회라는 것이다. 결국 서로의 역할이 겹친다거나 노인병 관련 학회가 우후죽순 생겨난다는 비판도 적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노인의학회는 현재 2천300명의 회원이 등록한 상태다. 내년 가을까지 두 번의 학술대회를 더 계획하고 있다. 특히 '필기시험'을 통한 인증의를 지급할 방침이다. 형식보다 내용에 충실한 학회로 발돋움시키겠다는 것이 이 회장의 각오다.
"제가 가는 길은 하나입니다. 저도 노인입니다. 제가 저를 진찰하듯 노인환자를 돌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평안북도 영변 출신인 노 의사. 한국전쟁 직후 길거리를 배회하던 병자들을 보고 의사의 길을 걷겠노라고 다짐했던 까까머리 중학생. 지금까지 그래왔듯 남은 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의사로서의 의무다. 노인환자에 대한 아낌없는 진료 말이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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