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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시민케인(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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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시민케인(1941)
  • 의약뉴스
  • 승인 2015.04.0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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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봐야지, 다음번에 꼭 봐야지 하면서도 뒤로 미뤄 놓는 영화들이 있다.

작품성을 의심할리 없지만 이유는 다른데 있다. 안 봐도 내용을 대충 알고 있으니 새로울 것이 없어 무언가 흥분되는 그런 기대감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감독이름은 물론 그 감독이 겨우 24살에 만든 영화라는 사실도 알고 나면 DVD를 손에 집어 들었다가 다른 데로 눈을 돌리기 일쑤다.

딥 포커스( 카메라 가까이에 있는 물체는 물론 멀리 있는 사물까지 모두 초점이 맞도록 촬영하는 기법을 말하는데 한 장면에 여러 상황을 넣을 수 있어 깊이 있게 영화를 표현하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 나 미장센 ( 연극용어로 무대에 올린다는 뜻을 갖고 있다. 감독의 메시지나 그가 추구하는 미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관객이나 평론가들은 감독의 의중을 간파할 수 있다.) 의 선두주자니 세계 영화사는 이 영화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거나 영화의 왕이라는 찬사까지 듣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나면 심란함은 망설임으로 이어진다.

이런 경험을 여러 번 아니 수 년 간 해오다 보니 마치 영화를 여러 번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그러나 막상 내용이 뭐였지? 생각하면 기억나는 것이 없다.

 

영화를 본 사람과 보지 않고도 본 것 같은 기시감에 젖어든 사람과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봤다.

그랬더니 정말 대단했다. 영화를 본 사람은 한 마디 씩 해서 더 할 말이 없을 것 같은 바로 그 영화 오손웰즈 감독의 <시민케인>(Citizen Kane)이 오늘 소개할 바로 그 영화다.

케인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이름 앞에 '시민'이 붙었을까. 그가 보통 사람보다 대단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인류 역사를 크게 바꿔 놓은 숱한 영웅들의 반열에 낄 정도는 아니다.

미국 주지사 선거에서 떨어 졌을 정도이니 대통령에 견줄 수 있는 인물도 아니다. 

결혼 중에 다른 여자에 빠져 상대방의 공격을 감당 하지 못했으니 도덕적으로도 위대한 인간 승리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 영화는 케인의 위대함을 다룬 듯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그리는 것은 케인의 위대함이냐 아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을 영화가 어떻게 이야기 하고 촬영하고 회상하고 연기하고 짜임새 있게 끌고 갔느냐하는데 있다.

복잡한 서사 구조를 끊어지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 놓은 힘과 화면 하나, 대사 하나 하나를 이전장면과 이후 장면이 인과성을 유지하게 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이 영화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다.

처음부터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마무리 까지 제대로 지었다는 점이다.

위대한 감독과 위대한 시나리오 작가와 위대한 촬영감독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그러니 평론가들 사이에서 가장 위대한 영화 리스크 1번째로 거론되고 미국 영화연구소가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해한 영화” 라고 칭했던 것이리라.

고전 영화는 흔히 현대에 나오는 영화에 견주어 세련되지 못한 것이 흠으로 지적된다. 영양가는 있으나 맛은 떨어지는 투박한 된장찌개 같다고나 할까. 헌데 <시민케인>은 영양도 맛도 충족시켰다.

주인공 찰스 포스터 케인( 오손웰즈 스스로 연기했다. 그가 아니면 다른 누구도 그 역을 해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했다.)은 꼬마시절 금광을 물려받고 어머니와 떨어져 뉴욕으로 온다. 

25살이 되던 해 은행 관리인(조셉 커튼)의 손에 벗어나서는 37개가 넘는 신문사와 많은 라디오 방송국을 인수해 노동자를 위한 기사를 싣고 누구를 비난했으면 반대의견을 반드시 싣는 등 기존 언론과는 다른 언론 상을 보여 주면서 이름을 떨친다.

미국 대통령 조카딸(루스 워릭) 과 결혼을 하는 등 승승장구 하던 그는 주지사에 도전하고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한 꿈을 꾼다.

투표 2주전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당장 오늘 선거를 한다면 당선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수잔( 도로시 커밍고어)과 사귄다는 사실이 상대 진영의 협박재료로 쓰이면서 선거에 진다.

선거에 졌다고 해서 권력을 향한 그의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니다.

미국 전역에서 언론 재벌( 실제로 이 영화는 당시 언론 재벌이었던 월리엄 랜돌프 허스트를 빗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로 성장을 거듭한다.

하지만 오페라 극장을 지어 주는 등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 같던 수잔과의 삶도 불행으로 끝나고 그는 결국 황제의 집이라고 불릴만한 제나두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개인저택을 짓고 거기서 홀로 고독하게 죽는다.

죽기 직전 그는 ‘로즈 버드라는 최후의 말을 남겼다.  기자는 비록 지금은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한 때 미국을 호령했던 인물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로즈버 드의 의미를 찾기 위해 생전에 그와 가까웠던 집사, 매니저, 여자를 만나 인터뷰 하면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간다. 

알고 보니 로즈버드는 그가 어린 시절 엄마와 헤어지기 전에 탔던 썰매에 새겨진 이름이었다. 돈과 권력과 야심으로 점철된, 원하는 것은 뭐든 얻었다가 잃었던 인생.

하지만 잃지 않았던 그 어떤 것 조각퍼즐과 같은 가장 순수 했던 동심. 그가 평생 추구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국가: 미국
감독: 오손웰즈
출연: 오손웰즈, 조셉커튼, 도로시 커밍고어
평점:

 

팁: 만들어진지 70년이 넘은 이 영화의 서사구조와 영상기술은 오늘날에도 대단하게 평가된다. 한 마디로 혁명적이었다. 1968년에 나온 스텐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1994년에 만든 <펄프픽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2009) 의 충격보다 더 셌다.

영화에 나오는,  없는 것이 없는 거대한 성 제나두는 이상향 즉 도원경을 가리킨다. 1980년 헐리우드 영화의 제목이었으며 당시 미모와 노래로 최고의 기세를 올리던 올리비아 뉴튼존이 부른 노래 제목이기도 했다. 이 영화와 별 연관성은 없지만 한국에서 이 노래 '제나두'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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