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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개 쪼개진 나무 존재의 빈터에 버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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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개 쪼개진 나무 존재의 빈터에 버려져
  • 의약뉴스
  • 승인 2013.09.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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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은 벌써 겨울이다. 장작을 패서 군불을 지필 준비가 한창이다.

잘리고 토막나서 처마밑에 차곡차곡 쌓여진 너는 존재의 빈터에 버려져 있나.

확 불질러 타오르면 너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인간에게 이로운 존재였다.( 다음은 오세영 님의 '장작을 패며' 라는 시이다.)

 
 
 
 

장작을 패며/오세영

 

장작은 나무가 아니다

잘리고 토막나서 헛간에

내동댕이친 화목火木,

영혼이 금간불목하니.

한때 굳건히 대지에 뿌리를 박고

가지마다 무성하게 피워올린 잎새들로

길가에 푸른 그늘을 드리우기도 하지만,

탐스런 과육果肉으로

지나던 길손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도 했다만

잘려 뽀개진 나무는 더 이상

나무가 아니다.

안으로, 안으로 분노를 되새기며

미구에 닥칠 그 인내의 한계점에 서면

내 무엇이 무서우랴, 확

불 지르리라

존재의 빈터에 버려져

처절히 복수를 노리는 저

차가운 이성,

잘린 나무는 나무가 아니다

금간 것들은 이미 어떤 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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