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누출사고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까지 혼란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정부 당국은 ‘안전’을 끊임없이 강조하고는 있지만 국민들의 불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만에 하나 우리나라에 일본 같은 재앙이 닥쳤을 경우 우리는 어느 정도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을까. 원자력병원 이승숙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22일 기자가 찾은 원자력병원 국가방사선진료센터는 정신없이 분주했다.

원전 사고와 그 대비책에 대한 관련 기관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 현행 우리나라의 원전 사고 대응체계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구축되었다는 게 이승숙 센터장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동중인 원전은 총 21기이며 사고 대응 의료체계가 갖추어진 곳은 원자력 병원을 제외하면 21곳입니다.”

이승숙 센터장은 현 시설에 대해 일단은 ‘합격점’을 주고 있다.

만약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주도하는 중앙방사능방제대책본부가 가동된다. 가령 고리에서 원전 사고가 났다면 해당 시군에 현장 지휘본부가 설치되고 반경 8~10km 이내 지역이 비상구역으로 선포, 주민을 대피시키게 된다.

방사능 노출에 대비한 응급조치는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가 맡으며 지역별로 지정된 기관도 함께 진료에 나선다.

“이번 일본 원전 사고의 경우 평상시 대비체계는 충분히 갖춰져 있었으나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컸던 것이 문제”라는 게 이 센터장의 지적이다. 원전의 내진설계는 되어 있었지만 생각지 못한 쓰나미 때문에 대형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

이 센터장은 “아마도 일본 사례가 계기가 되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기준도 이전보다 크게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센터장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일본과 같이 ‘실제’ 비상사태가 닥쳤을 때 의료진과 구조인력이 얼마나 동원 가능한지이다. 현행 규정으로는 의료기관의 대응체계 구축을 강제할 책임 제재책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원전 사고 대비 교육과 훈련이 각 병원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교육으로 인해 차출되는 인력은 그대로 병원에 공백으로 남는다.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병원들의 직접적인 불만 제기는 없지만 정부에서 이 부분에 대해 현실적으로 서포트를 해 주어야 병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원전 사고 대비 훈련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는 원전 사고에 대비에 있어 정부가 의료진의 사명감에만 기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센터장은 이 부분에 대해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보다 확대된 예산 편성과 눈에 보이는 지원이 일본 원전 사고 같은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대비책”이라는 것이 이 센터장의 주장이다.

의약뉴스 정세진 기자(sumire@newsmp.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