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이나 장기입원자의 과도한 ‘의료쇼핑’을 막는 의료급여관리사 제도가 몇몇 지자체에서 예산 절감의 효과까지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남도의 경우 지난해 의료급여사례 관리사를 38명에서 45명으로 늘리고 고위험군과 일반 수급자에 대해 방문과 전화상담 등으로 적극적인 사례관리사업을 펼쳤다. 그 결과 지난해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진료비는 3천668억원으로 1.9%가량 줄었다고 한다.

서울 성동구 역시 지난해 예산절감 효과를 거두었다고 밝혔으며 경남 양산시의 경우 정부의 의료급여사업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 보건복지부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의료급여관리사업의 효과가 알려지자 동해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의료급여관리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3년으로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중복투약 등의 위험에 노출되는 현상을 막고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간호사 출신의 의료급여관리사를 모집했다. 의료급여관리사란 일종의 코디네이터로 직접 환자를 찾아가 병원 이용 내역을 조사하고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시행 초기 이 제도의 효과는 미미했다. 대국민 홍보가 덜 되었던 데다 별다른 인센티브도 없었기 때문. 정부는 시범사업을 점점 확대하고 의료급여관리사의 숫자도 늘렸다. 2009년에는 성과급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현재는 연 15만 명의 의료급여관리사가 각 지자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의료급여 수급자 167만 명 가운데 10%가량에 해당하는 14만 명 이상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의료급여관리제도는 예산 절감보다는 과도한 병원 이용을 막아 수급자의 건강을 지키려는 목적에서 시행된 제도”라며 “그러나 쓸데없는 진료를 하지 않는 건전이용을 하다 보니 개인의 건강도 지키고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도 낭비를 크게 줄이게 된 것”이라고 예산절감의 배경을 설명했다.

의료급여관리제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자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법을 정식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 동안은 복지부 내부 지침에 의해 시행돼온 이 제도를 법제화하자는 것. 현재 국회에서는 “의료급여사례관리를 실시한다”, “의료급여사례관리사를 둔다”는 내용의 의료급여법 개정안이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비정규직 의료급여관리사의 처우 문제이다. 이들은 모두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전문 인력인데도 고용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복지부는 현재 이들의 처우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급여관리제도가 복지부에서 말하는 ‘지속가능한 의료복지’에 얼마만큼 보탬이 될지 주목된다.

의약뉴스 정세진 기자(sumire@newsmp.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