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24일은 결핵의 날이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신규 결핵환자는 3만 5,800여 명, 치료환자는 7만 1,200여 명이다.인구 10만 명당 결핵 발생률은 88명, 사망률은 5.5명으로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중 1위로 결핵 환자가 많은 나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 중 일명 ‘슈퍼결핵’이라고 불리는 광범위내성결핵으로 진료받은 국내 환자는 2009년 한해 동안 3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이상학 교수는 “슈퍼결핵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 환자 절반이 3~7년 이내에 사망할 만큼 치명적으로, 증상을 모르고 지나쳤다가는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며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결핵에 감염되도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자칫하면 모르고 지나치기 쉬워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이상학 교수에게 슈퍼결핵의 증상과 원인, 치료와 예방법을 들어본다.

◇ 슈퍼결핵이란>약제에 심각한 내성이 생긴 결핵

결핵치료 약제에 내성이 생긴 결핵을 정식 의학용어로 다제내성결핵이라고 하며 슈퍼결핵은 이보다도 심각한 내성을 보이는 광범위내성결핵(XDR-TB)을 의미한다. 다제내성결핵은 기본적인 치료약인 아이소나이아지드와 리팜피신에 내성이 생긴 결핵이며, 더 심각한 슈퍼결핵(광범위내성결핵)은 2차 항결핵제 주사제와 퀴놀론계 약제에도 내성을 갖고 있는 결핵이다.

지난해 발표된 자료에서처럼 국내에서도 슈퍼결핵 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결핵약제에 내성이 있는 균이 증가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결핵자체의 발병률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내성이 생긴 결핵균의 발생빈도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결핵약 제대로 복용 안하면 슈퍼결핵으로 변종되거나 슈퍼결핵 환자로부터 직접 감염

슈퍼결핵이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환자의 인식부족으로 발생하는 경우다. 처음 결핵을 치료하는 사람은 결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증상이 호전되면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규칙적으로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결핵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는 경우, 혹은 결핵균이 약제에 내성을 갖게 되면 슈퍼결핵으로 변종된다.

두 번째는 슈퍼결핵 환자로부터의 직접적인 감염이다. 결핵균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기침을 할 때 호흡기 비말(기침, 재채기를 할 때 튀는 침 같은 물질)을 통해 다른 사람의 구강으로 들어가고 호흡기 하부로 내려가 폐로 유입되어 발병하게 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결핵균은 면역력을 이겨내고 호흡기계, 림프계, 순환계, 소화기계, 골격계, 뇌신경계 등 등 피가 흐르는 곳이면 우리 몸 어디든 가서 질환을 유발한다.

결핵에 감염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약으로 치료가 가능한 결핵에 걸리지만, 슈퍼결핵 환자로부터 나오는 비말 입자를 흡입하게 되면 곧 바로 슈퍼결핵에 감염될 수 있다.

◇일차치료 실패해도 한번의 치료기회는 더 있어

결핵의 치료는 항결핵 화학요법을 근간으로 해 장기 기능의 손상에 대한 치료나 합병증에 대한 치료로 구성되며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감수성이 있는 결핵균에 대해서는 일차약 네 가지 혹은 세 가지를 최소한 6개월 이상 매일 복용하며 치료하고 결핵이 발병한 부위나 심한 정도에 따라서 기간을 정한다.

다제내성결핵균에 의한 결핵을 치료할 때는 치료 기간이 평균 18개월 이상으로 상당히 길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환자에 ‘감수성’을 보인 일차 치료약제를 포함하여 5가지 이상의 약제가 추천되며, 이 때 적어도 한 종류는 주사약제가 포함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마저 불규칙한 약물 복용으로 놓치게 된다면 약물치료로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부분 약제투여를 가장 먼저 시행하지만 2차 치료로도 결핵이 치료되지 않는 경우 폐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상학 교수는 “일차치료에 실패하고 한 번 내성이 생긴 이후에도 경험 있는 전문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는다면 한번 정도는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다제내성결핵균은 당연히 일차 치료제에서 쓸 수 없는 약이 생기기 때문에 다른 약제와 함께 환자에 대한 개별적이고 면밀한 맞춤 처방과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약뉴스 박영란 기자(saint@newsmp.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