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도매업계는 지난해 11월 금융비용 합법화를 경영 개선의 호기로 보고 ‘준법경영’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

여전히 관행대로 금융비용을 제공해 거래선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려는 업체가 있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이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다. 언제 다른 업체나 내부에서 고발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약국들은 이전대로 금융비용을 제공하지 않으면 결제기일을 연장하거나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신용카드로 결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금융비용이 결제를 빨리 해주는 것에 대한 상거래 관행이었다는 것과 신용카드의 마일리지 혜택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결제 기일을 연장하기보다 카드결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도매업체들은 대형업체들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수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2.5%에 달하는 카드수수료가 관건이다. 도매업체들은 카드결제를 받으려면 리스크 비용을 도매업체에서 부담해야하고 수수료까지 부담하면 마진이 적거나 적자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도매업체들은 영세 재래시장 상인들처럼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카드회사들과 다투기도 힘들다. 여전히 카드결제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도협은 아직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해 관심이 가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카드결제를 받아야 거래선을 유지할 수 있어 자본의 여유가 있는 대형업체들은 카드결제를 받기 시작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매업체는 ‘금융비용 경쟁’에서 ‘카드수수료 경쟁’으로 변하고 있다.

한 약국주력 대형도매업체 대표는 “고객인 약국들이 계속 요구해와 서비스 차원에서 카드결제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도매업체 대표도 “금융비용 기준을 준수하는 대신에 카드수수료는 감당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작은 도매업체들이나 소사장 등은 부담이 커진다. 서울시약사회 직전 집행부인 조찬휘 집행부가 추진했던 팜페이 결제는 소사장들의 수수료 부담 거부로 지지부진했었다.

이번에는 소사장들도 계속 거부만 할 수 없는 상태다. 더구나 금융비용 합법화로 작은 약국들도 카드결제나 기일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폐업을 하든지, 수수료를 부담하면서 카드결제를 수용하든지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영세 도매나 소사장들이 얼마나 버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