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선 보건복지위원장이 10일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 형성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협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새로운 법안에 대한 관련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자살예방협회’와 ‘한국생명의 전화’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종철 신경정신과 박종철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보는 시각은 분명 예전에 비해 나아진 부분이지만 새로운 법안이 자살을 체계적으로 예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박 원장은 다소 냉정한 말투로 이렇게 잘라 말했다. 자살 원인에 대해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만을 탓하는 것이 과거의 분위기였다면 오늘날의 자살은 사회경제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살을 하나의 ‘병’으로만 접근하게 되면 독거노인의 자살, 생활고를 비관한 가장의 자살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박 원장의 의견이다. “세상이 불공정해 목숨을 끊는 것을 병으로 생각해 의학적 치료를 하려고 들면 오히려 해를 줄 수도 있지요.”
그는 이렇게 자살문제에 대해 의료인이 할 수 있는 역할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박 원장이 생각하는 효과적인 자살 예방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그는 정부와 의료인, 그리고 일반인과 사회단체들이 전방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의 경우 민간 자원봉사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한때 한국보다 앞서던 자살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문제에 직면한 경험이 없는 거죠. 그래서 정부에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거고….” 박 원장은 이번 자살예방 법안도 무산될 뻔 했다가 시민단체 등이 의원들을 설득해 간신히 발의하게 된 점을 예로 들었다. 자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법적 뒷받침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는 것이 박 원장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자살문제의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는 성북구 자살예방 사업의 예를 들었다. 성북구에서는 지역 사회와 NGO 등이 협력, ‘찾아가는 자살 예방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죽고 싶은 충동이 드는 사람이 ‘알아서’ 전화를 하기 전에 자살이 우려되는 사람들을 파악해 평소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또한 박 원장은 홧김에 자살을 기도한 사람들을 시급히 살려내기 위한 119 기관의 협조, 치료 후의 재발방지, 종교 단체가 연계한 캠페인 등을 자살 방지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자살 예방 법안이 성공하려면 이러한 구체적인 뒷받침들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박 원장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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