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나 약사들에게 특정 모양의 알약을 보여주고 무슨 약이냐고 물으면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약들이 많다보니 모양만으로는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의료인도 이런데 일반인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만성 질환자가 감기나 다른 질병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똑같은 약을 중복해서 처방받거나 혹은 같이 먹어서는 안 되는 약을 모르고 먹을 수도 있다.

의약품처방조제지원 서비스(아래 DUR)는 이런 부작용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2008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0년 12월에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현재 종합병원들은 대부분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일부 개인병원에서는 UB케어 등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램이 있어 탑재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아래 심평원)은 이 점을 고려해 개인병원들에게는 시행 유예기간을 주었는데, 그 유예기간이 오는 4월이면 끝난다.

DUR 전면실시를 앞둔 약국과 병원 현장은 어떤 분위기일까. 작년부터 이미 DUR에 적응하고 있다는 약사 황해평씨는 “취지에 있어서는 적극 찬성하지만 아무래도 처음 도입되는 제도라 약간 번거로운 것은 사실”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DUR이 확대 실시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실제로 손님들 중 약을 중복 처방받고도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DUR 시스템이 이를 체크해 주므로 안전한 복약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 정착까지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황씨는 말한다.

각각의 의료기관에 처방 내용을 확인해야 하다 보니 입력과 수납이 아무래도 늦어지게 마련이다. “바쁜 시간에는 성격 급한 환자분들이 화를 낼 때도 있고 해당 병원이 문을 닫아 연락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시스템의 원활한 운영이 중요함을 시사했다.

한편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는 DUR 실시에 대해 반대와 우려의 뜻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대한개원의협회 보험약제과의 박은석씨로부터 그 속내를 들어 보았다. 박씨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될 때 늘상 제기되는 우려라고 생각된다”며 “DUR의 합리성에는 상당수의 의사들이 동감을 표하고 있지만 아직 그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 보니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도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실제로 얼마 전 DUR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발생해 심평원을 비롯한 관련기관들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심평원 측에서는 안전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사실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의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가 없는 셈이다.

그 때문에 병의원 일부에서는 안전한 시스템이 갖추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DUR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의약뉴스 정세진 기자(sumire@newsmp.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