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에 쫓기다보니 어느새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거리에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나는 가운데 여기 저기 가슴 설레이는
크리스마스 케롤송이 들려오기 시작 한다.
국운 융성의 조짐을 나타내는가
명동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는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살아 있음을 새삼 실감케 하고
화려한 상가의 쇼윈도우는 삶의 희열을 만끽하게 한다.
수많은 연인들은 모두 부나비 처럼 손에 손잡고
명멸하는 불꽃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바로 오늘이 12월 24일 크리스카스 이브가 있는 날이다.
어제 밤부터 흰 눈이 내리더니 온누리 하얀 은세계는 아침햇살과 함께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은혜와 만나는 날, 손꼽아 기다렸던 날.
군대 3년동안 하루도 잊어 본적 없는 은혜와 해후하는 날.
나는 밤을 기다리며 나도 모르게 오랜만에 뚜나바위에 오른다.
와! 아무도 없는 뚜나바위에서 나 혼자만이 길다란 발자국을 남긴 채 말없이 서있다.
동녘에서 힘차게 솟은 태양이 끝없이 펼쳐진 은세계를 비추니
먼 산은 산대로 드넓은 들판은 들판대로 푸르른 강물은 강물대로
황금 모래섬은 모래섬대로 숨 가쁘게 달리던 뚝섬 경마장은 경마장대로
끝없이 뻗어나간 철도는 철도대로.
저 멀리 500년 전 한명회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던 압구정 정자의 옛 추억은 추억대로.
무한히 펼쳐진 하얀 은세계는 평화롭게 빛나고 있었다.
뚜나바위 근처에서 나와 벗 하던 풀들
강아지풀, 꼭두선이, 까치밥, 은초롱꽃, 패랭이꽃, 오랑케꽃, 나리꽃, 할미꽃, 민들레꽃, 가을 바람에 물결치던 코스모스 그리고 나의 가슴을 항상 아련하게 파고드는 고독한 꽃 들국화...
개나리, 진달래, 붉은 단풍이 드는 북나무, 산딸기나무, 싸리나무, 아카시아, 오리나무, 나의 동무들 모두 하얀 눈 속에 잠들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