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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허용 논란, 제대로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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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허용 논란, 제대로 알고 있나
  • 의약뉴스
  • 승인 2009.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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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2가동 통친 회장 장순석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고용창출'이 가능할까?

기획재정부는 영리병원 허용의 근거로 이 두 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 해답은 영리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에서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그 가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전 국민을 커버하는 공적 의료보험체계가 없어 민간의료보험과 함께 영리병원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해 있다.

고용창출 효과를 보자. 영리병원은 기본적으로 이윤창출이 최대의 목적이다. 이윤창출을 극대화 하려면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병원지출에서는 60%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가장 높다.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지 않고는 지출을 줄일 수 없다.

 미국 비영리병원의 100병상당 의료인력은 522명이지만 영리병원은 352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통계는 국내도 마찬가지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영리목적의 개인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43% 덜 고용하고 있었다.

인건비의 축소는 당연히 의료서비스 질의 하락을 가져온다. 미국에서 영리병원은 만성신부전 환자의 사망률이 비영리병원보다 20%나 높지만, 동일질환 진료비는 입원 한 건당 10% 더 높다.

의료의 질에 있어서도 존스홉킨스대학 병원, 메이어 클리닉, U.C.L.A 메디컬 센터 등 상위 10대 병원 모두가 비영리법인이다(2004, U.S. News And World Report, Best Hospital).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산업 전체가 발달하여 고용이 늘 수밖에 없다'를 되풀이 하고 있다.

 도대체 의료산업의 주 종목인 첨단의료기기나 제약 산업이 영리병원과 어떤 연련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장관의 말대로라면 의료의 공공성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영국을 포함한 유럽선진 국가들의 비약적인 의료산업 발전은 설명이 안 된다.

물론, 이들 국가에도 영리병원은 있다. 특실사용이나 특수고가의료서비스 등이 주요 취급품목이다. 공보험이 진료비 대부분을 커버하기 때문에 그 영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겨우 60%를 넘어섰을 뿐이다.

규제 없는 민간보험은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민간의료보험과 묶여진 영리병원이 취약한 보장성을 파고든다면 결국엔 건강보험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국제 민간비영리산업 등에 대한 조사연구를 수행하는 미국의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Conference Board의 지사인 캐나다 Conference Board는 2004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료체계를 OECD 24개 국가 중 5위로 평가했다. 영리병원 허용은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과 고용축소는 물론, 안정괘도에 접어든 건강보험을 위협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정책은 한 번 시행되면 돌이키기가 매우 힘든 속성을 가지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정책의 결과는 매우 느리게 나타난다. 하지만 잘못된 정책임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징후가 보이면 이미 ‘턴’이 불가능한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이미 형성된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리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수십 년 전부터 의료보험제도를 개혁하려 했으나, 이루지 못한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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