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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문학의 고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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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문학의 고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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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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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의 개성이 돋보이는 세 권의 에세이집이 나왔다. 독서의 계절인 이 가을에 추천하고 싶은 이 책들은 이기순씨의 ‘문학의 고향을 찾아서’(엠아이지)와 류인혜씨의 ‘아름다운 책’(북나비) 그리고 정태현씨의 ‘목마른 계절’(해동종합기획)이다.

이기순 씨의 ‘문학의 고향을 찾아서’(엠아이지)

이는 저자 자신이 경향 각지에 흩어져 있는 문인들의 흔적을 일일이 살피고 직접 답사하여 쓴 책이다. 작가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찾아 직접 확인하는 방법이 최선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책상 앞에서의 자료 정리 정도 수준인 기존 문학기행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저자는 수년 동안 작가의 생가와 고택, 시비와 문학비, 문학관,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은 물론 그들의 묘소까지 찾아다녔다. 이를 바탕으로 300매가 넘는 컬러 사진을 곁들이고, 작가의 생애와 활동 그리고 우리 귀에 익숙한 대표작들을 간단히 다루어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도록 했다.

이 책은 특히 일선 교육 현장의 교사나 학생들에게 작가와 작품을 가까이 느끼고 현장감 있는 문학 수업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주말 여가생활이 늘어나면서 여행을 나서는 많은 일반인에겐 찾아가는 목적여행을 위한 안내서이며 또한 문학 답사를 계획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지침서이다.

제1부에서는 불운한 선구자 이광수, 벽초 홍명희와 임꺽정, 침묵의 ‘님’ 만해 한용운 등 현대문학편으로, 제2부에서는 어부사시사의 고향 보길도, 시와 술의 유랑시인 김삿갓, 한의 여류시인 허난설헌 등 고전문학으로 구성하였다.
저자인 이기순씨는 시인이자 수필가이며 현재 서울 오산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인의 문화유산탐방기’ ‘독서평가록’등이 있다.

류인혜 씨의 ‘아름다운 책’(북나비)

‘책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서 책을 읽는다. 한 권의 책으로 인하여 다른 책을 더불어 읽기도 하고 주제가 같은 책을 여러 권 서로 비교해가며 읽을 때도 있다. 다 정리된 결과물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책읽기의 보람이고 기쁨이다. 이제 친한 친구를 소개하는 마음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는 저자가 이 책을 내면서 한 말이다. 누군가 자신의 책을 읽고 한 편의 수필로 남겨준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 책은 단순히 저자가 읽은 책의 감상이나 해당 저자의 사상을 적은 독후감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책을 통해 반조하여 그려낸 수필, 다시 말하면 ‘책 수필’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몇 년 전 인터넷 한국문학도서관에서‘책의 무거움과 가벼움’이라는 제목으로 1년 동안 기획연재를 한 바 있으며 이때의 체험이 이번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데 토대가 되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엘봄, 소박한 밥상/헬렌 니어링, 르네상스의 여인들/시오노 나나미, 콘트라베이스/파트리크 쥐스킨트 등의 외국 양서와 노티를 꼭 한 점만 먹고 싶구나/황석영, 두부/박완서, 무량수전 베흘림기둥에 기대서서/최순우, 그림 읽어주는 여자/한젬마 등 국내 양서를 두루 섭렵하고 있는 이 책은 특히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 욕구를 충동질을 한다.

1기억 2생명 3소통 4사유 5역사 6관계 7은유 등 전체 7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인 류인혜씨는 시인이며 중견수필가로 경북 의성 출생이며 한국수필작가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제18회 한국수필문학상과 제23회 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수필집 ‘순환’, 시집 ‘은총’ 등이 있다.

정태현 씨의 ‘목마른 계절’(해동종합기획)

이는 순수 서정 수필집이며 그 서정성이 뛰어난 작품들이다. 수필은 문학성에서 늘 허약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정태현씨의 수필들은 그런 지적이 공염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억 속의 늦가을은 텅 빈 들판을 달리는 갈기 푼 바람이었다. 그 들판은 나를 초라하고 지치게 만들었다. 그곳은 한 번도 정지해 본 적이 없는 바람소리 뿐, 바람에는 혼란과 떠돌이의 냄새가 났다. 바람은 가슴을 헤집어 살과 뼈를 지나는 동안 부끄러움을 일으키고 때론 피를 마르게 했다. 빈 들판은 수척하고 허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곳, 오로지 박달나무 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만이 잠들지 못하는 내게 작은 위로였을 뿐이다.…’

수필‘바람부는 들판에 서서’의 한 구절이 한 편의 아름다운 산문시 같다. 어쩌면 이렇게 여성처럼 섬세한 감성을 지녔을까 싶다. 말 그대로‘목마른 계절’에는 주옥같은 수필로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겸손하기 이를 데 없다. ‘…소재의 얼굴이 갓맑길 원하지만 내 육안이 어두워 사상(事象)은 구겨지거나 우중충하기 일쑤다. 게다가 심이조차 부실해 깊숙이 볼 수가 없어 고갱이에 다가가지 못하고 매양 겉만 맴돌 뿐이다.…’(-펴내는 글에서)

‘목마른 계절’은 은빛 자전거/강물에게 길을 묻다/바람 부는 들판에 서서/여인과 파리/뿌리의 은유 등 다섯 부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저자는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여 ‘수필세계’ 등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표에세이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동행’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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