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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시린 미학 ‘여우비가 내린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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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시린 미학 ‘여우비가 내린 자리’
  • 의약뉴스
  • 승인 2008.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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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집인 ‘여우비가 내린 자리’(해드림출판사)가 ‘거짓말’을 테마로 삼아 독자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테마수필 필진이 최종 목표로 삼은 '수필드림팀'은 매회 인간의 따스한 정서를 추구하는 테마를 주제로 작품을 발표하며 이번이 그 네 번째 작품집이다.

한여름 햇살이 말짱한 가운데 거짓말처럼 잠깐 내렸다가 그치는 비를 여우비라고 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또는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여우비가 내린 자리’에서 다룬 거짓말은 상습적이거나 사회적인 거짓말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을 수필을 통해 구현하면서 여우비처럼 지나간 거짓말의 뒷자리도 긴 여운을 붙여 함께 보여준다. 여러 작가의 다양한 들을거리를 나름의 필치로 묘사하는 가운데 특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진 거짓말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가슴을 숙연하게 한다. 철없는 아이의 천진스런 거짓말이든, 사춘기 아이의 영악한 거짓말이든, 어른의 참담하거나 또는 영화 같은 거짓말이든, 일상에서 무심코 흘러다니는 거짓말이든 거기에는 반드시 믿음과 사랑의 소통이 안으로 교차한다.

어머니나 형을 보내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서 속울음을 삼키며 환자에게 건네는 거짓말이나 아내에게 암이라는 병명을 감춘 채 끝까지 이겨내게 한 후 지금까지도 털어놓지 못하는 남편의 거짓말이나 친자식을 소홀케 하는 엄마가 없는 어린 조카를 키우며 유치원에서나 학교에서 나이 든 엄마로 행세해야 하는 거짓말이 눈물겨웠다면, 한 여인을 영원히 자신의 반려자로 삼기 위해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하면서까지 사랑을 지키고자 한 거짓말이나 치매를 앓는 노인환자를 천사의 속삭임처럼 다독이며 순한 양이 되게 하는 거짓말에서는 아름다운 백작(白灼)이 흐른다.
 
거짓의 유혹을 제어할 능력이 없던 어린 시절에 매번 엄마의 돈을 훔치다가 끝내는 두 번 다시 거짓말을 할 수 없을 만큼의 혼절을 당하거나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애처로울 만큼 타인의 대가를 대신 치른 거짓말은 안쓰러운 서정 자체요, 자기 물건을 잃어버린 보복 심리로 타인의 물건을 가져와 거짓말을 하는 자식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추하며 어찌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하는 부모나 학창시절 이런저런 핑계로 부모를 속이며 피노키오가 되어버린 그때를 회상하며 지금의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가 털어놓는 거짓말에는 알면서도 속아주는 사랑의 그림자가 글 내내 어룽댄다. 잠시 일탈한 일상에 순응하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뒤따르는 거짓말에는 우리네 삶의 고단함도 설핏 엿보인다.

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 4집에서 드러내는 ‘거짓말’은 여우비가 지나간 흔적처럼 뽀송뽀송하거나 더욱 숙성한 내면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테마수필 작가들이 이번에 풀어놓는 거짓말은 설유화처럼 하얀 색조이든 꽃무릇처럼 붉은 색조이든 ‘딸을 낳을 때마다 하나하나 역동적인 태몽을 지어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려줌으로써 자녀로 하여금 끊임없이 희망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멋진 거짓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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