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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6-11-06 19:14 (금)
“응급실이 성역은 아니지만 범죄현장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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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이 성역은 아니지만 범죄현장도 아니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6.10.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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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응급의학회ㆍ소아전문응급센터협의회 기자회견...수사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촉구

[의약뉴스] 대한의사협회의 경찰청 앞 릴레이 1인 시위에 이어, 소아응급 현장을 지키는 전문의들도 거리로 나와 진료실 압수수색을 성토했다. 

응급실이 환자의 생명을 다투는 공간인 만큼 진료 공백을 초래하는 강제수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11월 말까지 수사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전국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는 30일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규탄 및 진료권 보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응급 진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전국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는 30일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규탄 및 진료권 보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전국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는 30일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규탄 및 진료권 보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아응급의학회 류정민 회장은 “경찰과 대립하거나 책임을 추궁하려는 것이 아니라, 벼랑 끝에 몰린 소아응급 현장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실은 결코 성역이 아니며, 과실 유무 확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수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응급실의 모든 처방과 기록은 전산에 실시간 저장돼 수정 로그가 투명하게 남고, CCTV와 사망 시 법적 검시ㆍ부검 절차가 엄격히 진행되는 만큼, 수사관들이 진료 공간에 직접 들어오지 않더라도 진료 과정과 원인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걸어 들어온 아이가 순식간에 심정지에 빠질 수 있는 곳이 응급실이며, 최선을 다했음에도 현대 의학의 한계로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참담한 순간이 있다”면서 “사망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 진료 구역에 들이닥쳐 영장을 집행하면 현장 의료진은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호소했다.

 

◆“필수의료 현장 압수수색 원칙적 제한해야” 11월 말까지 가이드라인 공개 요구
학회와 협의회는 소아응급 붕괴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수사 가이드라인 제정을 촉구했다.

이 가운데 전국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 김도균 회장은 수사 가이드라인에 반드시 담겨야 할 3대 원칙으로 ▲응급실ㆍ중환자실ㆍ분만실 등 필수의료 현장 압수수색의 원칙적 제한 및 영장 심사 시 의료 전문가 감정 필수 반영 ▲임의제출이 가능한 자료에 대한 무분별한 영장 집행 통제 장치 구축 ▲통상적 환자 사망에 대한 과도한 현장 조사 관행 개선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현재 정부와 경찰이 준비 중인 수사 가이드라인 초안을 11월 말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못 박았다. 

기한을 11월 말로 특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지금은 인턴 의사들이 평생의 업으로 삼을 전문과를 선택하고 신규 전문의나 전임의를 지원하는 위태로운 시기”라며 “의료진의 이탈을 막고 후배들의 지원 기피를 최소화하려면 11월 말까지는 현장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대병원 이지숙 센터장 “사직서 낸 것 맞지만, 집단사직 아닌 개인적 고뇌”

▲ 이지숙 센터장.
▲ 이지숙 센터장.

이번 압수수색의 직접적 당사자인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이지숙 센터장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센터장은 전날 경찰 고위 관계자들의 병원 방문과 관련해 “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을 인정하고 의료진이 겪은 상처에 사과했다”면서도 “진료가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왜 사전 동의 없이 진료 현장에 진입했는지, 이미 조사에 성실히 협조했음에도 예고 없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ㆍ집행했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의료진 사직과 관련해 ‘집단행동’ 프레임을 씌우는 시선에는 우려를 표했다.

이 센터장은 “20여 년간 소아응급 현장을 지키며 어떤 의료 대란 속에서도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으며, 이번 사태 역시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한 집단행동이 아니다”라면서 “어제 병원장께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한 개인으로서 겪은 깊은 고뇌와 고충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수진 다수는 복지부와 경찰의 후속 조치를 지켜보며 현재도 묵묵히 중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며 “‘집단 사직 몇 명’이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전산실 가면 될 것을 굳이 진료실로, 112 신고 시 ‘범죄 현장’ 취급도 개선돼야”

전자의무기록(EMR) 확보를 위해 진료실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다는 경찰 측 해명에 대해서도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처사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소아응급의학회 박수현 공보이사는 “응급실 컴퓨터는 여러 의료진이 환자 구역을 옮겨 다니며 공동으로 사용한다”며 “의무기록 수정 여부나 이력은 원내 전산실 서버에서 로그 기록을 추출해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데, 불과 10여 분 머물며 진료실 PC 데이터를 압수수색하려 했다는 설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박 이사는 단순 압수수색을 넘어 환자 사망 시 현장 경찰의 출동 방식 자체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소아 환자가 원인 불명으로 사망하면 의료기관이 법 절차에 따라 신고하고 정식 검시와 부검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호자가 112에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강력 범죄 현장 다루듯 진료실에 들이닥쳐 의료진에게 ‘손 떼라, 현장을 보존하라’고 명령하는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러한 과도한 수사 방식에 대한 매뉴얼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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