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노인 다제약물 관리사업의 제도화를 위해 고위험 환자 선정 기준을 표준화하고 약물 관리의 임상적 성과를 평가할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주연 교수는 14일 한국병원약사회가 개최한 ‘2026 병원 약제부서 관리자 역량강화교육’에서 ‘노인약물사용 최적화와 약사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보고된 75세 이상 고령자의 만성적인 5개 이상 의약품 사용 비율은 국내 약 64~67%로, OECD 평균인 약 50%보다 높다.
국내 응급실 방문 약 6000건의 의무기록을 검토한 연구에서는 보수적인 인과성 판정 기준을 적용한 결과 약 14%가 약물 관련 방문이었으며, 요양시설에서 급성기병원으로 입원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별도 연구에서도 입원 사례의 약 30%가 약물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가 참여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다제약물 관리사업 병원 모형의 2020~2021년 초기 평가에서는 약사의 약물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비율이 약 35%였고, 약사의 조정 제안에 대한 의사 수용률은 약 92%였다. 조정 유형은 약물 중단이 가장 많았으며, 주요 사유는 적응증이 없는 경우였다.
그는 “사업 초기에는 서비스 확산에 중점을 뒀고,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약물 관리의 임상적 효과를 확인했다.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해 유사한 특성의 환자군과 비교한 결과, 병원 모형 참여자의 재입원율과 응급실 방문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건보공단 최신 자료를 활용해 병원 모형의 효과를 다시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재 결과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 교수는 “약물 조정이 필요한 환자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다제약물 관리사업 병원 모형은 환자 선정 기준의 큰 틀을 제시하고 있지만 병원마다 일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연구진은 국내외 문헌 검토와 설문을 진행하고 1차 전문가 자문을 마쳤다. 국가 단위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통 기준과 개별 병원이 상황에 따라 조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필수 항목과 선택 항목을 구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위험 환자 선별 방안으로는 해외의 ‘메드와이즈 위험도 점수(MedWise Risk Score)’와 환자 자기기입식 약물 위험도 평가도구 등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 위험도 점수를 활용해 퇴원환자 상담의 효율을 높인 사례를 보고 국내에서도 이러한 도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 선정 기준과 함께 약물 관리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체계 마련도 과제로 제시했다.
해외 대규모 연구에서는 약사의 약물 검토로 부적절한 처방이나 약물 관련 문제가 감소했지만, 입원ㆍ재입원 감소 효과는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덴마크 연구에서는 약물 검토에 퇴원 시 상담과 지역사회 의료진 연계를 추가한 중재군에서 재입원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재입원이나 응급실 방문 감소와 같은 임상적 결과를 확인하면 좋겠지만, 고위험 처방 감소 등 중간 단계의 성과도 가치가 있다”며 “이러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할 지표가 있어야 사업을 개선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관련 연구 결과를 종합해 성과지표에 대한 전문가 합의를 도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약물 검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인공지능(AI) 활용을 꼽았다.
약사가 AI를 활용해 검토 시간을 줄이고, 중재 우선순위 판단과 오류 확인, 환자 및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개별 환자 중심의 약물 검토를 병원 차원의 약물안전 관리로 확대하기 위한 ‘다제약물 스튜어드십(Polypharmacy Stewardship)’ 도입을 제안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ASP)과 유사하게 입원 초기 약물 관련 위험도를 평가하고, 고위험 환자에게 정밀 약물 검토와 대면 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입원 중 처방 검토와 피드백, 퇴원 후 추적관찰까지 연계하는 방안도 포함한다.
이 교수는 “병원에서 약물 관련 강의를 할 때 의사뿐 아니라 약사들도 일반인과 환자를 대상으로 교육해야 한다”며 “처방 문제뿐 아니라 환자의 역량 강화도 중요하며, 교육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성과를 우리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며 “지표 설정과 중재 표준화,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