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국내 성인 10명 중 3명이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앓고 있으며, 폐경 후 여성의 경우 3명 중 2명 이상이 이상지질혈증을 겪는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보고됐다.
그러나 정부의 만성질환 관리 체계와 국가건강검진 정책은 여전히 임상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지질ㆍ동맥경화학회(회장 가톨릭의대 김성래 교수, 이사장 서울의대 김상현 교수)는 제15회 국제학술대회 ‘ICOLA 2026’ 개최를 앞둔 10일, 콘래드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026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와 새롭게 개정한 ‘2026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을 공개했다.
◆14년 새 유병률 2.5배 증가, 폐경 후 여성 지질 관리 심각
학회가 발표한 2026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의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10년 11.9%에서 2024년 30.3%로 14년 새 2.5배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 27.9%, 여성 32.8%로 여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인지율(70.8%)과 치료율(64.8%), 조절률(58.9%)은 꾸준히 개선 추세를 보였으나, 환자 10명 중 4명은 여전히 목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의 지질 관리가 주요 과제로 부각됐다.
남성은 50대 이후 유병률이 정체되는 양상을 보인 반면, 여성은 연령 증가와 함께 지속해서 상승해 60대 여성의 67.1%, 70대 이상 여성의 70.4%가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질ㆍ동맥경화학회 문민경 홍보이사(서울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폐경 전후 에스트로겐 감소에 따른 생리적 변화로 인해 폐경 후 여성 3명 중 2명 이상이 이상지질혈증을 겪고 있다”며 “여성은 심혈관 질환에서 비교적 안전하다는 오해가 있지만, 폐경 후에는 남성보다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적극적인 검사와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약제 처방 패턴에서는 병용요법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2010년 91.8%였던 단독요법 비중은 2023년 55.4%로 감소한 반면, 병용요법은 7.9%에서 38.8%로 늘었다.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 처방이 2제 요법의 78%를 차지했으며, 심혈관 질환이 동반된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는 고강도 스타틴 처방 비율은 49.3%를 기록했다.
◆새 진료지침에 ‘위험강화인자’ 도입, 신약 반영 및 생활요법 정비
학회는 변화된 임상 환경을 반영해 2026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도 개정했다.
새 지침은 위험군 분류를 관상동맥질환군, 비심장성 혈관질환군, 당뇨병군 등 실제 질환명 중심으로 직관화하고, 치료 목표 설정 시 11가지 ‘위험강화인자(Risk-enhancing factors)’를 도입해 환자별 맞춤 치료를 권고했다.
지질ㆍ동맥경화학회 정재훈 진료지침위원(가천의대 심장내과 교수)은 “초고위험군의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40mg/dL 미만까지 낮추는 해외 가이드라인의 움직임이 있지만, 아시아인은 서양인 대비 뇌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절반 수준인 데다 국내 근거와 비용효과성을 고려해 현행 55mg/dL 미만 기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틴 투여 후에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에제티미브를 우선 병용하고, 이후 PCSK9 억제제나 새로운 경구제인 베엠페도산을 추가하도록 정리했다”며 “잔여 심혈관 위험을 낮추기 위한 아이코사펜트 에틸의 권고 등급도 조정했다”고 전했다.
진료지침 생활요법 부문에서는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단을 지양하고 최소 50% 수준의 탄수화물 섭취와 건강한 식사 패턴을 유지할 것을 권고했으며, 전자담배 역시 금연 수단으로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가짜 의료정보는 공중보건 위기” 스타틴 불신 조장 차단 총력
간담회에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허위 의료정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학회 의료정보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이 접하는 왜곡된 정보의 85%는 유튜브에서 비롯됐으며, 진료 현장 의료진의 절반가량이 가짜 정보로 인한 피로도와 업무 부담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질ㆍ동맥경화학회 박상민 의료정보이사(을지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은 증상이 없는 만성질환이어서 약물 복용 순응도가 치료 성패를 가르는데, ‘스타틴은 독이다’라거나 ‘영양제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식의 자극적인 주장이 환자들의 임의 약물 중단을 유발하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허위 의료정보는 심혈관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자 공중보건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료정보 제공자의 전문 자격 표시를 권장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콘텐츠 표시제와 허위 의료정보 신고 및 팩트체크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정부와 플랫폼 사업자에 촉구했다.
◆4년 검진 주기ㆍ만관제 배제 논란 “제도적 허점 개선해야”
이상지질혈증이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임에도 국가 보건의료 정책에서 지속해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부가 확정한 제4차 국가건강검진종합계획(2026~2030)에서 이상지질혈증 확진검사 시 진찰료 본인부담금 면제 항목은 포함됐으나, 학회가 요구해 온 ‘검진 주기 2년 단축(현행 4년)’과 ‘여성 검진 시작 연령 하향(현행 남성 24세, 여성 40세)’은 최종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지질ㆍ동맥경화학회 이상엽 보험법제이사(중앙의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2018년 검진 주기가 4년으로 늘어난 이후 조기 진단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질병관리청,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과 공동 진행한 경제성평가 추가 분석 보고서를 토대로 보건복지부와 국가건강검진위원회에 주기 단축을 재차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고혈압과 당뇨병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과 질병관리청의 만성질환 등록관리사업에 이상지질혈증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현 이사장은 “이상지질혈증은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어 과거 심뇌혈관질환예방법 제정 당시에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밀려 5년 뒤에야 법안에 들어갔다”며 “국가건강검진에서 채혈을 진행하면서도 콜레스테롤 검사 수치 칸만 4년에 한 번씩 비워두는 것은 제도적 허점에 따른 명백한 과소 관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한 검진 비용이나 약제비 지출만 따질 것이 아니라 중증 심혈관 질환이 발생했을 때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막대한 비용을 감안한다면 검진 주기 단축과 만관제 도입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