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 고용된 봉직의와 전공의를 중심으로, 합법적인 단체교섭권과 쟁의권을 보장받는 ‘전국 단위 의사노동조합’ 결성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의약뉴스가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봉직의 중심의 의사노조 설립이 갖는 법적 근거와 향후 의료 현장의 변화 가능성을 짚어봤다.
◆“의협 중심 투쟁 한계, 노조만이 합법적 교섭 대안”
주신구 회장은 기존 의협 중심의 투쟁 방식이 실패를 되풀이한 원인으로 조직의 법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의약분업 이후 들어선 모든 정부가 일관된 보건의료 정책 방향을 유지하는 동안 의료계는 저항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보건복지부의 통제를 받는 법정 단체인 의협을 중심으로 정부에 맞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무개시명령으로 대표되는 의료법 제59조나 면허 관련 규정 등 정부의 통제 장치 앞에서 기존 투쟁 방식은 지속성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주 회장은 “정부 정책에 제 목소리를 내고 의사의 권익을 지키면서 무너지는 의료를 바로 세우려면, 교섭과 쟁의 활동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수행하는 노동조합 결성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초과근무 수당ㆍ주 52시간 등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부터 회복”
주 회장은 현장 봉직의와 전공의들이 처한 근로 환경의 가장 큰 문제로 ‘일반 노동자가 누리는 기본 권리의 부재’를 꼽았다.
의료업 담당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초과 근무 수당, 콜 대기 수당, 주 52시간 근무, 연속 근무 제한, 법정 연차 및 연차 미사용 보상금 등 노동법상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국의사노조 출범 시 최우선 1호 과제를 기본 노동권 회복으로 설정했다.
의사가 의료 노동자로서 정당하게 인정받는 제도와 문화를 구축해야 비로소 정부를 향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행정명령이나 병원 재단의 부당한 인력 운용 시 노조는 법적 보호막으로서 역할을 하겟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단체교섭 요구를 시작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 노동쟁의 조정, 적법한 쟁의행위, 불이익 처분 금지로 이어지는 법적 보호 체계가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 회장은 “정부의 무리한 행정명령 자체를 노조가 무효화할 수는 없지만, 이를 이유로 병원이 봉직의에게 추가 근무나 당직, 인력 재배치를 강요할 때 개별 의사의 복종 여부가 아닌 ‘집단적 근로조건 결정의 문제’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 “임금 인상 자체보다 정부와 병원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봉직의를 독립된 협상 당사자로 만드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권 요구나 정치 투쟁 배제, 국민 지지받는 노조 구축할 것”
노조 결성에 따른 병원 경영진과의 갈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주 회장은 “근로기준법에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수준이며, 특권이나 법 외의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원만하게 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연봉 전문직의 노조 설립을 향한 사회적 시선에 대해서는 대국민 홍보와 노조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미 조종사 노조 등 전문직 노조가 보편화됐고, 해외 선진국에서도 의사노조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부 강성 노조처럼 노동자 권익 수호 대신 특권을 요구하거나 이념ㆍ정치 투쟁에 몰두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권 요구와 정치 투쟁을 철저히 배제해 많은 국민이 지지하는 노조로 자리 잡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 회장은 "의사노조가 안착할 경우 필수의료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와 경제적 불안정, 높은 노동강도가 해결되면서 전공의와 교수의 현장 이탈이 줄어들고, 의료 환경 전반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