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급격한 고령화와 지역 의료 격차 확대로 기존 고효율 의료체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의료 AI 전환은 기술 경쟁보다 ‘현장 수용성’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와 이목이 쏠린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유승찬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보건산업정책연구 PERSPECTIVE(Vol.5 No.2) - AI 기본의료’를 통해 의료 AI 도입에 있어 국내 의료체계의 한계를 분석하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유 교수는 먼저 극도로 효율화된 진료 환경이 AI 도입 체감효과를 약화시켜 오히려 지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낮은 진료비, 짧은 진료 시간, 높은 병상 회전율을 기반으로 고효율 모델을 구축해 왔지만, 동일한 구조가 AI 도입 단계에서는 미세한 입력 지연이나 화면 전환도 업무 부담으로 인식하는 한계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고령화, 의료 인력 불균형, 지역 필수의료 공백이 겹치면서 기존 방식만으로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달했다는 전언이다.
이 가운데 저수가와 인프라 노후화, 책임 소재 불명확성 등이 의료 AI 도입 지연의 배경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이는 근본 원인이라기보다 구조적 적합성 부족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병원 간 AI 도입 격차를 가르는 핵심 요소는 기술 성능이 아닌 ‘고효율 구조와의 적합성’에 있다는 설명이다.
고성능 모델일수록 비용ㆍ연산ㆍ검증 요구가 커져 의료기관의 운영 부담을 높인다는 것.
유 교수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 수행한 ‘Y-KNOT 프로젝트’를 사례로 제시하며, 의료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조건을 마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는 병원 내 독립 서버에서 운영 가능한 소형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비용과 보안을 충족했고, 전자의무기록(EHR)에 ‘AI Note’ 버튼을 통합해 문서 작성 시간을 단축했다.
그는 이 사례가 고효율 의료체계에서 ‘업무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형태의 AI’만 수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병원 간 즉시 연동이 가능한 FHIR 기반 표준 아키텍처 구축, 저비용ㆍ저자원 환경에서 운영 가능한 소형 모델 중심 정책, 국가 단위 의료 전용 클라우드 인프라 마련, 의료진과 행정 인력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개발 거버넌스 제도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유 교수는 현장 수용성을 중심에 둔 표준화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의료의 AI 전환은 현장이 거절하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장벽을 하나씩 낮추는 구조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고효율 의료체계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현장이 실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술을 표준화해 확산하는 전략”이라면서 “이는 의료진 부담을 줄이고 조직의 관성을 존중하며, 다가올 의료 수요 증가와 필수의료 위기에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