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사로 근무하며 지속적으로 연극활동을 펼치고 있는 건국대병원 박시내 약사(25)는 연극을 '다른 세계'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나를 표현하는 길이 없었습니다. 일반회사는 창조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이 들어간 일을 추진할 수 있는데 비해 병원은 상황이 다릅니다.”
박약사는 " 연극덕분에 나를 찾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일석이조의 장점이 있죠" 라고 환하게 웃었다.
단순히 연극관람을 좋아했던 박 약사가 연극을 시작한 것은 온라인상의 연극 관람 카페에 가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연극과 보다 가까워졌고 이를 통해 보는 연극에서 직접 참여해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던 약사의 소개로 가입한 카페를 통해 연극을 단체관람하고 뒷풀이 장소에서 연극을 하시던 분들과 알게돼 직접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박 약사는 2인극 ‘늙은 부부이야기’로 연극에 첫발을 디뎠다. 늙은 부부 중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는 그는 중학교 때 별명이 ‘할머니’였다고.
늙은 부부이야기를 시작으로 ‘04년에는 직접 대본을 쓴 1인극과 같은 해 겨울 워크샵에서 세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단역을 담당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직접 옷을 만들어서 입었는데 일반 연극과 달리 드레스를 입을 수 있어 좋았어요.” 그는 그때의 기분을 되새기듯 잠시 회상에 잠겼다.
이후 ‘05년 여름 정기공연으로 장진 감독이 쓴 ’아름다운 사인‘에서 검시관을 담당했고, 그해 겨울 ’무슨 약을 드릴까요?‘에서 약사 역할을 맡았다.
“약국에서 손님들의 허영심과 광신도 등 사회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약사인 제가 참여하게 됐구요.” 그는 약사 역할이 쑥스러운 듯 수줍어 했다.
박 약사가 이렇게 연극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병원약국 근무 조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병원약국은 퇴근시간이 정확하니까 연극 연습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국대병원으로 와서 개원준비로 바쁘고, 11일에 한번씩 돌아오는 야간근무로 제대로 연습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더군다나 올해는 주말 임상약학 강의를 수강해 연습에 불참, 공연하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박 약사는 연극을 시작한 이후 평소 생활에서 과도한 표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액션이 커지고 순간적인 표현이 커져 오버액션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연습을 통해 그 동안 도외시하던 운동을 부수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헬스나 요가, 인라인 등 꾸준히 하지 못했는데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연습에서 1시간동안 체조나 윗몸일으키기 등 운동을 할 수 있어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 병원에 약사인력이 채워지지 않아 여름휴가를 따로 계획할 수 없다는 박 약사는 매 연극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한다고.
더불어 연기보다 연극을 만드는 조명이나 연출 등을 담당하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