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소아와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초진을 허용하는 내용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지난 11일, 비대면 진료의 정의와 구체적 허용 범위 등을 규정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비대면 진료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18세 미만 또는 65세 이상 환자 ▲섬ㆍ벽지 등 의료취약지 거주자 ▲휴일ㆍ야간 진료 등 불가피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초진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수술 후 관리나 중증ㆍ희귀질환자의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의료계 “소아ㆍ노인 초진 허용, 오진 위험 매우 높아”
법안 발의 후 의료계에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환자 안전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18세 미만 환자에 대한 초진 허용은 심각한 문제를 방기할 가능성이 높아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 역시 성명을 통해 “소아와 노인은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적절한 진료가 어렵고, 검사 없이 투약할 경우 상태가 악화될 우려가 매우 높은 연령군”이라면서 “편의성을 위해 안전성을 훼손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사실상 전 국민의 비대면 초진 허용을 꾀하는 내용에 불과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미래의료포럼(대표 주수호)도 “단순한 증상만으로도 급격히 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소아ㆍ노인 환자에게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는 것은 응급질환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환자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플랫폼 규제ㆍ처방약 제한 등 핵심 안전장치도 부재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에 환자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규제 장치들이 빠져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미래의료포럼은 “과거 발의된 법안들에는 포함됐던 ▲화상통화를 통한 본인확인 규정 ▲마약류ㆍ오남용 우려 의약품 처방 제한 규정 ▲의료인의 판단에 따른 진료 중단 가능 규정 등이 이번 개정안에서는 모두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내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관리 체계가 단순 신고제로 규정되어 있다"면서 “의료정보를 다루고 진료를 중개하는 플랫폼은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진입 장벽은 낮추고 처벌 규정은 빠진 이번 법안은 사실상 무책임한 중개업자를 보호하려는 법안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의료계는 이 법안이 충분한 논의나 데이터 분석 없이 새 정권 초기 정치적 속도로만 진행되는 졸속 입법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내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에 앞서 정책적 근거 마련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시범사업 관련 데이터를 공개 요청했으나, 심평원은 별도 가공이 필요한 정보로, 정보공개법상 정보부존재에 해당한다'며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며 “정부는 객관적 데이터도 없이 입법을 추진하면서, 의료계가 근거 기반 논의를 위해 요청한 자료는 외면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국민 건강을 도외시한 행정 폭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역시 “현재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탈모약, 비만치료제 등 편의성 위주로 남용되고 있는데도 보건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며,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의료적 접근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