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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델비 급여,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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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델비 급여,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5.06.12 0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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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음성 유방암 2ㆍ3차 치료 기회 확대...“혁신 신약 접근성 개선방안 고민해야”

[의약뉴스] 

 

치료도 힘들지만 돈 때문에 좋은 약을 쓰지 못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유방암 치료의 사각지대를 지워가고 있는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고비테칸)가 그 첫 걸음으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3차 이상 치료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았다.

특히 ‘ICER 탄력 적용’이라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트랙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후 약 2년 만에 급여 등재에 성공, 화제를 모았다.

유방암 중에서도 젊은 여성에서 주로 발병하며 상당히 공격적인 아형으로, 더 이상 치료제가 없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겼다는 평가 속에 비정상적인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쓴소리도 공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약 급여 등재 과정이 워낙 지난했던 터라, 2년 만의 급여 등재에도 감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기대 여명이 6개월 여에 불과했던 삼중음성 유방암 재발 환자에게 2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는 힐난이다.

트로델비의 급여 등재에 만족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생존율을 높인 혁신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

▲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11일, 트로델비의 급여 등재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해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최재연 대표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11일, 트로델비의 급여 등재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해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최재연 대표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트로델비는 세계 최초의 TROP-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로,
유방암에서 흔하게 발현되는 TROP-2를 표적해 약물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함으로써 치료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한 항암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3년 5월 ‘이전에 두 차례 이상의 전신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그 중 적어도 한 번은 전이성 질환에서 치료를 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의 성인 환자의 치료’에 첫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이어 지난 2월에는 ‘전이성 호르몬수용체(HR) 양성 및 인간 표피성장인자수용체2(HER2) 음성 환자 치료’에 두 번째 적응증을 허가 받았으며, 최근 폐막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 2025)에서는 PD-L1 양성 진행성 삼중음성 유방암 1차 치료 환경에서 평가한 3상 임상에도 성공, 유방암 치료의 사각지대를 지워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5월, 복지부는 트로델비의 첫 번째 적응증인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의 3차 이상 치료’에 급여 기준을 신설, 지난 1일부터 해당 적응증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선행항암요법 또는 수술 후 보조요법을 받는 도중 또는 투여 종료 후 1년 이내에 재발한 경우에는 1차 투여를 실시한 것으로 간주해 2차 치료에서도 급여를 인정한다.

트로델비의 급여 적용은 지난 2023년 5월 국내 허가 후 2년 만으로, 예상보다는 빠르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당초 점증적 비용 효과비(ICER)의 한계로 급여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신약의 비용효과성 평가 기준에 ‘혁신성’을 추가, ICER를 탄력 적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첫 사례로 급여 등재에 성공했다.

실제로 트로델비는 뇌 전이 환자를 포함, 이전에 두 차례 이상 전신 치료에 실패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모집해 진행한 임상 3상 ASCENT 연구에서 대조군(항암화학요법) 대비 사망의 위험을 절반 가까이 줄인 것으로 보고했다.

사실상 치료법이 없는 환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로델비 치료군의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중앙값은 11.8개월로, 대조군이었던 단일 항암화학요법 치료군의 6.9개월과 비교해 사망의 위험을 49% 줄인 것(HR=0.51, 95% CI 0.42~0.63, P<0.001).

이에 미국 국립 종합 암 네트워크(NCCN)와 유럽종양학회(ESMO) 유방암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에서 트로델비를 표준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립 종합 암 네트워크 유방암 가이드라인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에서 트로델비를 가장 높은 권고 등급인 카테고리1(Category 1)이자 선호요법(Preferred)으로 권고하고 있다.

유럽종양학회 역시 생존 혜택과 안전성, 삶의 질 개선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하는 항암제 가치평가도구 ‘ESMO-MCBS’에서 트로델비에 가장 높은 5점을 부여했다.

▲ 연세암병원 손주혁 교수는 “트로델비 급여 등재를 통해 혜택을 받으실 현재 환자분들에게 축하드린다”면서도 “치료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임상을 근거로 승인하고 급여를 적용해야 하는데 외국보다 승인과 급여가 늦어 환자분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상당히 억울하다”로 쓴소리를 던졌다.
▲ 연세암병원 손주혁 교수는 “트로델비 급여 등재를 통해 혜택을 받으실 현재 환자분들에게 축하드린다”면서도 “치료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임상을 근거로 승인하고 급여를 적용해야 하는데 외국보다 승인과 급여가 늦어 환자분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상당히 억울하다”로 쓴소리를 던졌다.

이와 관련,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가 11일, 트로델비의 급여 등재를 기념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연세암병원 손주혁 교수는 “굉장히 예후가 좋지 않고 오래 살기 어려운 환자에서 괄목할 만한 데이터”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20여년간 유방암 치료제의 발전으로 HER2 양성 유방암과 HR양성 유방암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이미 5년을 넘어섰지만, 삼중음성 유방암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었다”면서 “ASCENT 대상 환자는 기대 여명이 6~7개월에 불과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들로, 이러한 환자들에게 트로델비가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보여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혁신성을 인정, ICER 탄력적용이라는 새로운 트랙을 통해 2년 만에 급여를 적용했다.

사측과 환자 단체에서는 기존의 신약 급여 등재 과정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르게 급여가 적용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최재연 대표는 “힘들었지만 의사, 환우단체, 언론, 정부 모두의 힘으로 이루어낸 연대와 협력의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관계자들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한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항암사업부 한공숙 상무는 “정부에서도 트로델비가 환자들을 위해 꼭 필요한 치료제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길고 어려운 치료 과정을 잘 견디시며 본인의 목소리를 내준 환자분들과 이들의 목소리에 함께한 의료진, 환자와 국민들의 목소리를 진정성있게 듣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정부, 혁신적인 연구개발로 치료제 제공한 길리어드 모두가 어우러져 이룬 기념비적 성과”라고 역설했다.

삼중음성 유방암 환우회 우리두리구슬하나의 박지연 대표는 “트로델비의 급여는 자단체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고 기쁜 일”이라며 “신속한 급여를 위해 노력한 정부 관계자와 길리어드 임직원, 우린두리구슬하나 회원, 의료진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손주혁 교수는 상반된 목소리를 내놨다. 2년이라는 시간을 짧은 시간이라 할 수 있겠냐는 물음이다.

그는 “급여 등재를 통해 혜택을 받으실 현재 환자분들에게 축하드린다”면서도 “급여 등재를 위해 왜 5만 명씩 청원을 해야하고, 2년이나 걸렸는데 왜빨리 됐다고 기뻐하는가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약이 FDA의 승인을 받고 식약처가 승인했으면 환자에 제공될 수 있어야 하는데,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비정상적인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 아닐까 싶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특히 “치료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임상을 근거로 승인하고 급여를 적용해야 하는데
외국보다 승인과 급여가 늦어 환자분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상당히 억울하다”로 토로했다.

우리두리구슬하나에서도 적지 않은 회원들이 트로델비의 급여를 기다리다 끝내 운명을 달리했다는 것이 박지연 대표의 전언이다.

실례로 우리두리구슬하나의 故 이두리 전 대표 역시 트로델비의 급여를 기다리다 지난해 11월 운명했다.

박 대표는 “이미 수차례의 항암치료로 체중이 크게 줄어든 환자가 트로델비에 급여가 적용되기를 기다리면서 조금이라도 약제비 부담을 줄이기 체중을 감량하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치료도 힘들지만 돈 때문에 효과가 좋은 약을 쓰지 못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누군가에게는 고작 며칠, 몇 달일 수도 있지만, 환자에게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트로델비의 급여는 환자단체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고 기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트로델비는 빠르게 급여가 됐지만, 여전히 한국의 신약 접근성에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급여 결정 기다리다 끝내 치료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최재연 대표는 “길리어드는 과학의 혁신이 있는 회사”라며 “과학의 혁신이 혁신으로만 끝나지 않고, 환자분들에게 치료 옵션을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으로, 이 여정의 종착점은 환자와 가족이라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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