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질환의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동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며, 이러한 현상은 광주광역시에서 대구광역시에 비해 더 빠르고 강하게 나타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를 지역 내 의료자원의 절대적 규모와 수도권으로의 접근성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원장 안덕선)이 최근 발간한 지역별 의료서비스 이용에 관한 대국민 인식 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24년 8월부터 9월까지 대구와 광주 시민 각 500명(총 1000명)을 대상으로, 간경변 진행 단계(초기-중기-말기)에 따른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각 상황에서 선호 의료기관 유형(지역 2차ㆍ3차 병원, 수도권 3차 병원)과 이동 의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이동 의향을 공간적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조건부 가치 측정법의 시나리오 기법을 활용했다. ▲시나리오 1(초기 간경변, 외래 중심 치료) ▲시나리오 2(중기, 필요시 입원) ▲시나리오 3(말기, 필요시 수술) 등 세 단계로 구분해, 각 단계별로 응답자가 수용 가능한 의료기관 이용 방식을 선택하게 했다.
또한, 인구 천 명당 의료자원 수, 의료 접근성 등을 비교한 지역 현황 분석과 함께,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QGIS를 활용한 공간 분석을 통해 이동 경향(방향, 강도)을 시각화했다.

분석 결과, 대구와 광주 시민 모두 질환 초기(시나리오 1)에는 거주지 인근 종합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을, 중기(시나리오 2)에는 거주지 인근 상급종합병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말기 질환으로 수술 등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단계(시나리오 3)에서는 두 지역 모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특히, 광주 지역 응답자들은 대구 응답자들에 비해 수도권 의료기관 이용 의향이 더 강하고 빠르게 나타났으며, 반대로 거주지 인근 상급종합병원 이용 의향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광주는 대구에 비해 인구 천 명당 의료자원 수나 의료 이용 측면에서 환경이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의료기관의 절대적 규모에서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수도권으로의 교통 접근성이 우수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론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이동 의향을 지역 내에서 세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초기 질환 시 대구에서는 수성구 주민이, 광주에서는 북구 주민이 상대적으로 강한 이동 의향을 보였다. 중증도가 심화할수록 광주는 5개 기초지자체 전반에서 수도권 이동 의향이 강화됐으나, 대구는 여전히 수성구 주민의 비중이 높게 유지됐다.
소득 수준별 분석에서 질환 초기와 말기 모두 고소득층일수록 3차 상급종합병원 또는 수도권 3차 상급종합병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거주지 인근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의료 공백 해소와 의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지역 2차 종합병원의 질적 수준 향상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질환 중증도가 악화할수록 명망 있는 2차 병원 이용을 위해 원거리 이동도 감수하는 경향(특히 고소득층)이 나타나는 만큼, 2차 병원의 역량 강화가 지역민의 의료 접근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광주와 같이 3차 상급종합병원의 절대 수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수도권으로의 환자 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 내 3차 상급종합병원 확충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상급종합병원의 긍정적 경제 파급 효과를 고려해 지역 발전 전략과 연계한 지속 가능한 병원 운영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