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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6 07:45 (수)
법원 “요양병원 자율배식, 그 자체로 처방 위반 단정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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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요양병원 자율배식, 그 자체로 처방 위반 단정 불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5.05.2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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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건보공단 환수 처분에 제동…“자율배식 위법성 입증 미흡”

[의약뉴스] 요양병원에서 입원환자에게 자율배식(뷔페식) 형태로 식사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사 처방에 따르지 않은 식사 제공으로 단정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건보공단이 A씨에게 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 입원환자에게 자율배식 형태로 식사를 제공했다는 사실 만으로 의사 처방에 따르지 않은 식사 제공으로 단정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 입원환자에게 자율배식 형태로 식사를 제공했다는 사실 만으로 의사 처방에 따르지 않은 식사 제공으로 단정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건보공단은 A씨가 운영하는 B요양병원에 대해 2021년 2월 17일부터 3월 5일까지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 기간은 2017년 4월부터 11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6월, 2020년 9월부터 11월까지였다.

현지조사 결과, 건보공단은 B요양병원이 2017년 9월 말경부터 2018년 2월 말경까지 식당을 방문한 입원환자에게 자율배식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요양급여비용(식대)을 부당하게 청구했다고 판단했다. 입원환자 식사는 의료법령 및 식품위생법령 기준에 맞게 의사의 처방에 의해 제공돼야 함에도, 자율배식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처분의 주된 이유였으며, 건보공단은 총 2544만 9320원을 환수 결정했다.

이에 A씨는 건보공단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먼저 행정절차법상 이유 제시가 미흡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환수예정통보서, 처분서, 현지조사 확인서 등을 통해 처분 사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해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의사의 처방에 의해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 따른 식사를 제공했으므로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수용했다.

재판부는 “B요양병원이 자율배식 형태로 환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는 사정만으로, 요양급여 기준을 위반해 의사의 처방에 의하지 않은 채 입원환자에게 식사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의사인 원고가 입원환자들에 대해 어떤 내용으로 식사 처방을 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거나 ▲개별 환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처방 내용에 비춰 자율배식이 해당 처방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에 대해 아무런 주장이나 입증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A씨 측이 거동제한이나 감염 차단 필요 환자 등은 병실식을, 나머지 환자는 식당식을 제공하며 치료식과 일반식을 구분해 처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이 “자율배식 형태로 식사가 제공될 경우 영양소 섭취가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사 처방에 의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의사의 처방에 의해 입원환자에게 식사를 제공한 경우가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또한 관련 규정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자율배식 자체를 금지하거나 자율배식의 경우 의사 처방에 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만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및 구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등은 입원환자 식사의 영양 기준(한국인 영양섭취기준, 1식 4찬 이상 등)과 위생적 제공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 배식 방식에 대한 제한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자율배식이라는 식사 제공 형태만을 근거로 구체적인 처방 위반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채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한 것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요양기관의 식사 제공 방식과 관련해 건보공단의 심사 및 환수 처분에 있어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과 입증이 필요함을 시사했다”며 “향후 유사 사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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