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지역에 상관 없이 적시에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옵션
CAR-T 세포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이중특이항체(Bispecific Antibody)를 넘어 다중항체(Polyclonal Antibodie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규 모달리티가 연이어 등장하며 혈액암 정복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전의 혁신 신약들이 등장해 미충족 의료수요(Unmet Needs)를 해결할수록, 이전 치료의 한계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전 치료의 한계가 뚜렷해지는 만큼,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접근성이 또 하나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이다.
예후가 좋지 않았던 재발/불응성(Relapsed or Refractory, R/R) DLBCL 치료에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던 CAR-T 세포치료제의 한계가 조금씩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성격은 전혀 다르면서도 임상에서 보고된 치료 성적은 크게 다르지 않은 새로운 기전의 혁신 신약, 이중항체가 등장해 치료제 선택의 폭을 넓히며 CAR-T 치료의 사각지대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
이에 의약뉴스는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윤덕현 교수를 만나 CAR-T 세포치료제가 등장한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R/R DLBCL 치료의 미충족 수요와 함께, 지난해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회의(ASH)에서 CAR-T 못지않은 치료 성적을 보고한 엡킨리(성분명 엡코리타맙, 애브비)를 중심으로 이중항체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CAR-T 치료 대상자 중 실제 치료 받는 환자는 절반 이하
DLBCL은 비호지킨림프종(악성림프종) 가운데 가장 흔한 아형으로, 특히 고령에서 더 흔하게 발생하며, 최근 급속한 고령화로 국내 환자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진행 속도가 빨라 상당히 공격적인 아형으로 분류하지만, 1차 항암화학요법(R-CHOP)에 잘 반응해 약 60% 이상의 환자에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약 10~15%의 환자는 1차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불응성), 20~35% 정도는 관해 후에도 반복적인 재발(재발성)을 경험한다.
이처럼 항암 치료 이외의 대안이 절실했던 상황에서 CAR-T 세포치료제가 등장, 재발/불응성(Relapsed or Refractory, R/R) DLBCL 치료에 한 차례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
CAR-T는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T세포)를 채취해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재프로그래밍한 후 다시 환자에게 주입, 암을 공격하도록 하는 치료법으로, 다양한 혈액암에서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기대대로 CAR-T 세포치료제가 등장한 이후 마땅한 치료법이 없던 환자 가운데 상당수에서 다시 한 번 완치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를 채취해 치료제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진행 속도가 빠른 DLBCL에서는 부담이 컸던 것.
더욱이 이미 여러 차례 항암치료를 받아 쇠약해진 고령의 환자들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치료법이었다.
실례로 국내에서 DLBCL 치료에 허가된 CAR-T 세포치료제의 임상 2상 데이터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3분의 1 가까이가 투약에 이르지 못했으며, 빠른 질병 진행이나 환자의 전신 상태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보고됐다.
윤덕현 교수는 “DLBCL 1차 치료를 받은 환자 100명을 기준으로 보면, 약 3분의 2 정도는 1차 치료만으로 완치되며, 나머지 환자들이 2차 치료 이상의 대상이 된다”면서 “이식까지 받는 환자는 그 중 절반 정도로, 이식 환자 중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는 비율은 절반 이하이며, 전체적으로 보면 약 20~30% 정도가 3차 치료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중에서도 치료를 실제로 받을 수 있는 환자 수는 사망 등의 이유로 더 줄어들 수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20~30%가 3차 치료의 대상이지만 탈락하는 환자들을 고려했을 때 실제 CAR-T 치료까지 이어지는 환자는 그보다 적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CAR-T 치료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일단 환자에게서 세포를 채집해 모은 뒤 생산까지 한 달 이상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 탈락하는 환자가 임상시험 데이터와 실제 현장 데이터(Real-World Data) 모두에서 약 2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불과 한 달을 기다리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아예 세포 채집(leukapheresis)을 위한 내원 조차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면서 “이론적으로는 100명 중 20~30명이 CAR-T 치료의 대상이지만, 실제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약 10명 수준에 불과하며, 이는 치료 과정 중 많은 환자들이 탈락하고 있다는 의미로, 앞으로 이에 대한 데이터를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힘든 기간을 견뎌내고 CAR-T를 투약한 환자들 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또다시 질병이 진행하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했다.
국내에서 DLBCL 치료에 허가된 CAR-T 세포치료제가 임상 3상에서 보고한 완전관해율(Complete Response, CR) 역시 약 40%로 50%를 넘지 못했다.
윤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가장 먼저 CAR-T 치료를 시작했던 기관에서 심포지엄을 통해 CAR-T 치료에 대한 경험을 공개했다”면서 “이처럼 비교적 초기부터 CAR-T 치료를 시작한 몇몇 기관들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실제 경험을 공유했는데, 아주 고무적인 성과라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체로 CAR-T 치료제 허가 임상에서 봤던 결과 정도, 혹은 그보다 조금 못 미치는 정도로 보인다”며 “많은 환자들이 CAR-T 치료를 받으면 모두 완치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병원에 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즉시 투약할 수 있고 장소 제약도 적은 이중항체, 치료 효과도 유사
이처럼 CAR-T 세포치료의 한계가 조금씩 명확해지던 가운데, 다시 한번 DLBCL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기대주가 등장했다.
DLBCL에 관여하는 T세포의 CD3과 B세포의 CD20에 동시에 작용, 암세포의 증식과 염증 경로를 억제하는 이중항체들이 연이어 등장한 것.
CD3xCD20 이중항체는 CAR-T 세포치료제와 달리 기성품(off the shelf) 형태로 생산하기 때문에, CAR-T 세포치료제와 달리 진단 후 곧바로 투약할 수 있고, 세포치료센터가 필요하지 않아 센터가 없는 지역에서도 투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3상 임상에서 보고한 효능은 CAR-T 세포치료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례로 지난해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회의(ASH)에서 발표된 이중항체 엡킨리(성분명 엡코리타맙, 애브비) 허가 임상의 3년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이전에 최소 2차례, 최대 11차례의 치료 이력이 있는 R/R DLBCL 환자에서 40%를 상회하는 완전관해율을 달성했다.
직접 비교 임상은 아니지만, CAR-T 세포치료제가 이전에 비교한 치료 성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로, 이제 더 이상 CAR-T 세포치료를 받기 위해 치료를 지연하거나, CAR-T 세포치료제를 투약하기까지 힘겨운 가교 치료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 연구에서 엡킨리의 완전관해 지속기간(Duration of Complete Response, DoCR) 중앙값은 36.1개월로 3년을 넘어섰으며, 엡킨리로 완전 관해를 달성한 환자들은 최소 3년 이상 생존한 것으로 보고됐다.
윤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CAR-T 치료제의 완전관해율은 약 40%, 최고 전체반응률(best Overall Response Rate, bORR)은 53%였다”면서 “엡킨리의 최고 전체반응률은 62%, 완전관해율은 40%로, 적어도 유사한 정도의 치료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두 치료를 동일한 임상시험 조건에서 비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치를 단순 비교해 ‘어느 것이 더 낫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도 “하지만 비슷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엡킨리의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엡킨리 허가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기존 치료로는 완치가 어렵다고 여겨지는 분들로, 이런 환자에서 완전관해율이 약 40% 정도에 그 지속기간이 중앙값 기준 약 3년이라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추적관찰 기간이 더 길어지면서 카플란-마이어 생존곡선(Kaplan-Meier survival curve)이 수평을 그리는 구간이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일부 환자에서는 완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데이터로, 이러한 결과가 곧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다만, 단 1회 투약으로 치료가 끝나는 CAR-T 세포치료제와 달리, 지속적인 투약이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의 우선순위는 정립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R/R DLBCL 환자를 대상으로 CAR-T 치료제와 이중특이항체를 직접 비교한 대규모 전향적 임상시험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우선 순위를 따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이 질문(치료의 우선순위)은 현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고, 저 역시 해외 전문가들을 만나면 늘 이야기하는 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R/R DLBCL 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CAR-T 치료제와 이중특이항체를 직접 비교한 대규모 전향적 임상시험은 없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 “앞으로 후향적으로 분석한 데이터는 나올 수 있겠지만, 환자 요인들이 반영되어 있어 그 결과에는 바이어스(bias)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확한 결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했다.
뿐만 아니라 “두 치료 모두 현재까지 나온 치료제 중에서는 가장 우수한 축에 속하고, 3차 치료 시점에 두 가지 치료제가 모두 존재한다고 해도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결국 환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아직까지는 CAR-T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더 일찍부터 진행돼 왔기 때문에 장기 데이터가 더 많이 축적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더 ‘정립된 치료’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CAR-T 치료제를 원하는 환자, 그리고 그 치료 기간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환자는 좋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CAR-T 치료는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처치 항암치료가 반드시 필요한데, 신기능이 떨어지는 환자 등은 애초에 CAR-T 치료의 전처치 항암요법 대상이 되기 어렵다”면서 "또한 CAR-T 치료제의 제조기간을 버티기 힘든 환자들도 이중특이항체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중항체,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좋은 옵션
윤 교수는 엡킨리를 비롯한 이중항체가 치료 효과는 물론, 접근성도 뛰어나 실제 임상현장에서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CAR-T 세포치료에 비해 시설의 한계가 없고, 부작용의 부담도 적어서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역의료 붕괴가 미래 의료 정책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국내 현실에서, 이중항체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윤덕현 교수는 “치료 접근성은 이중특이항체의 굉장히 큰 장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CAR-T 치료제는 치료 전에 고강도 항암요법이 필요하고,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이나 신경독성과 같은 독성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생하며, 전담 인력과 시설이 갖춰진 센터에서만 시행할 수 있어,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CAR-T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이 있다”면서 “반면, 이중특이항체는 별도의 센터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의료 사각지대를 메운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좋은 접근법”이라며 “현재 지방의료 등을 큰 화두로 삼고 있는 의료 정책과도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중특이항체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살펴보면, 의료전문가가 부작용을 충분히 관리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CAR-T 치료와 유사한 유형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중등도 이상(3등급 이상)의 부작용 발생 비율은 높지 않고,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도 낮은 편이며, 특히 CAR-T에서 흔한 신경독성이 이중특이항체에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치료에는 일정 수준의 러닝커브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항암치료나 이식 치료 경험이 있는 의료기관이라면 이중특이항체 치료 도입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환자에게 적시에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접근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엡킨리, 마지막에 놓인 환자에 새로운 삶의 기회 제공
이처럼 CAR-T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나, 이미 CAR-T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는 대안이 필요한 만큼, 이중항체의 접근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실례로 엡킨리의 주요 임상 연구에 참여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환자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엡킨리를 처방한 윤 교수는 아직까지 처방례는 많지 않지만, 이 가운데 생애 마지막에 놓인 환자가 엡킨리 투약 후 완전 관해를 얻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한 환자분의 사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 환자분은 신기능도 좋지 않았고, 1차 치료 후 바로 악화됐으며, 2차 치료에도 반응이 없고 곧바로 상태가 나빠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환자분들께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안타깝지만 좋은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다”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에 근거해 설명을 드려야 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안내해 드릴 수밖에 없어서, 당시 이 환자분께는 이후 치료를 해도 추가 반응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되어, 원치 않지만 마지막 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또한 “전신 상태도 나쁘고 혈액 기능도 많이 저하되어 있었기 때문에 CAR-T 치료를 권하기 어려웠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와 가족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CAR-T 치료를 진행했으나 안타깝게도 반응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그 시점에 엡킨리가 출시되었고, 환자께서 엡킨리 치료를 시작했는데 투여 후 나날이 상태가 호전됐다”면서 “약 두 달 치료 후 완전 관해를 얻었고, 치료를 시작한 지 약 6개월 정도 지난 지금도 매우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진료에서도 환자와 보호자 모두 밝은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전해주셨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저는 그저 의료진의 역할을 했을 뿐이지만, 환자분께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 같아 큰 보람을 느꼈다”면서도 “하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고가의 치료제라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CAR-T와 이중항체, R/R DLBCL 넘어 1차 치료로 전진 중
한편, 윤 교수는 CAR-T와 이중항체 모두 향후 임상 데이터를 쌓아 보다 조기에 DLBCL 환자의 완치 가능성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모든 항암 신약이 그렇듯, CAR-T와 이중항체 역시 모든 치료제를 소진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가치를 입증한 후 조금씩 앞단의 환자로 전진하고 있다.
그 결과도 고무적이어서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제를 가장 먼저 사용한다’는 항암 치료의 일반원칙에 따라, 향후 DLBCL 1차 치료제로서 환자들에게 크게 기여할 것이란 평가다.
윤덕현 교수는 “모든 환자가 1차 치료 실패 후 100% 2차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또 실패한 환자의 100%가 다시 3차 치료까지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좋은 치료를 앞당길 필요는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1차 치료에서 악화된 환자는 2차 치료에 반응할 확률이 낮아지고, 일부는 아예 2차 치료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효과가 기대되는 치료일수록 앞단계에서 적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현재 림프종이나 다발골수종 같은 혈액암에서 가장 기대되는 치료법은 이중특이항체를 포함한 면역치료제로, 특히 이중특이항체는 현재 3차 치료 이상에서 단독요법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엡킨리를 포함한 병용요법은 앞 선 단계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며 “이미 초기 임상에서는 ‘R-CHOP’ 또는 ‘Pola+R-CHP’와 같은 기존 치료와 병행한 사례도 있으며,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대규모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개인적으로는 이중특이항체가 향후에는 CAR-T 치료제와 함께 1차 치료부터 매우 중요한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CAR-T 치료제도 고위험군 환자에게 1차 치료부터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CAR-T는 치료 과정이 복잡하고, 자가 유래 세포를 활용하는 현재의 플랫폼은 비용 부담이 너무 커서 DLBCL을 진단받은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생산이나 비용 문제 때문에 광범위한 적용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급여 결정 구조, 전문가 의견 반영할 수 있어야
최근 들어 혈액암 분야에서 새로운 기전의 혁신 신약들이 대거 등장해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혈액암에 있어 항암치료는 고형암과 달리 단순히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을 넘어, 완치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접근성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급여 결정 구조에서는 혈액암 전문가들의 참여가 제한적이며, 특히 관련 임상연구에 참여한 경우 의사결정에서 제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혈액학회에서는 혈액암 치료제에 대한 의사 결정은 혈액암 전문가들이 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윤 교수는 “대한혈액학회의 원론적인 입장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저 역시 그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거꾸로 생각해보면, 만약 제가 암질심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고형암 신약을 심사하게 된다면, 해당 분야 전문가만큼의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예산은 항상 제한되어 있고,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신약 접근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는 점은 여러 통계 자료에서도 확인되고 있으며, 최근에도 그런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이라크에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체약물접합체 계열 신약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급여가 되지 않는 현실은 매우 아쉽다”면서 “예산의 한계는 인정하지만,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생존율 향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접근성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가운데 “어떤 약이 효과가 있는지는 해당 질환을 진료하고, 임상시험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가장 잘 안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급여 결정 체계는 그러한 전문가들을 배제하고 비전문가들이 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이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신약 접근성은 제고되어야 하며, 그에 대한 의사결정은 해당 질환의 전문가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전문가 중심의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