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최근 대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가 대선을 앞두고 의료 정책 제안서를 발간해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정 분과 의사회 차원에서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선 어젠다를 제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내과의사회 대선기획위원회 신창록 위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책 제안의 핵심 내용 배경 , 그리고 한국 의료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신 위원장은 “작년 의료계에 닥쳤던 획기적 사건과 그로 인한 후폭풍을 예상하며, 더 이상 수동적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정책 제안을 준비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권 교체 가능성 등 변화의 시기에 의료계가 능동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2010년부터 이어져 온 내과의사회의 정책 연구와 토론의 결과물이 이번 1차 의료 활성화를 위한 의견서와 대선 정책 제안서로 구체화됐다"고 설명했다.

◆"1차 의료에 대한 정부 인식과 현장 괴리, 한국형 모델 정립 시급"
신창록 위원장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1차 의료의 올바른 정립이다.
그는 “정부가 생각하는 1차 의료와 실제 개원가 현장에서 이뤄지는 1차 의료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며 “내과가 1차 의료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현재의 1차 의료를 평가절하하며 자신들의 기준만을 정답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넘게 정부는 한국형 1차 의료의 방향성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몇몇 교수의 보고서나 시범사업에 의존하는 안일함을 보였다”며 “새 정부는 반드시 우리나라 실정과 국민 요구에 맞는 한국형 1차 의료 모델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개원가에서 담당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료야말로 국민 건강을 지키는 핵심 필수 의료”라며 "1차 의료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때 전반적인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도 담보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너진 의료 전달 체계, 상급병원 외래 집착과 국민 인식 개선이 관건”
의료 전달 체계 문제에 대해서도 신창록 위원장은 날카로운 진단을 내놨다.
그는 “정부가 수차례 개선책을 발표했지만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 전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장애 요인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첫 번째 장애물로 일부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환자 유치 경쟁을 꼽았다.
그는 “병원 수입 증대 등으로 교수들이 중증 환자 진료 및 연구보다 외래 환자 진료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이것이 대학병원의 외래 점유율을 기형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로는 국민들의 잘못된 의료 이용 행태와 인식을 들었다.
신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가 동네 의원 이용을 권장하는 수준을 넘어, 경증 질환자의 대형병원 이용 시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외된 노인 진료, 수가 가산과 커뮤니티 케어 의료 연계 강화해야”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노인 진료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신창록 위원장은 “소아 진료에 비해 노인 진료는 정책적 배려에서 소외되어 왔다”며 “노인 인구 급증에 따른 재정 부담을 이유로 노인 진찰료 가산 등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초기 관리와 예방을 통해 합병증을 줄이면 장기적으로 더 큰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커뮤니티 케어에 대해서는 “의료가 빠진 현재의 돌봄 중심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년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회복지사 중심의 사업에서 의료의 역할이 배제되면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거동이 불편하고 복합 질환을 가진 노인 케어에는 의료의 주도적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방문 진료 활성화와 본인 부담금 완화(예: 70세 이상 15% 부담)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개원가도 진정한 정책 파트너로 인정받아야”

신창록 위원장은 개원가가 정책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협의 제안이 총론적인 데 반해, 내과의사회는 각론까지 구체적으로 짚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교수 중심의 의견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료와 경영에 바쁜 개원가는 시간과 자원 부족으로 체계적인 정책 제안에 한계가 있다”며 “일각에서는 개원가의 주장을 단순히 밥그릇 챙기기로 폄하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개원가 역시 대한민국 의료와 국민 건강을 위해 진심으로 고민하는 주체임을 인정하고, 정부가 정책 파트너로서 개원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신 위원장은 “제안한 정책들이 단지 선거용으로 소비되지 않고, 대선 이후에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실현될 수 있도록 국회 및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며 “1차 의료가 바로 서고 의료 전달 체계가 정상화되는 그날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전했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