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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6 12:54 (수)
실손보험, 연 최소 12.9조 추가 의료비 유발 “건보재정 3.8조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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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연 최소 12.9조 추가 의료비 유발 “건보재정 3.8조 부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5.05.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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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실태 감사결과 공개...건보노조 “기형적 실손보험 판매 불허해야” 차기정부 결단 촉구

[의약뉴스] 민간 실손의료보험이 가입자의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유발해 연간 최소 약 12조 9000억 원의 추가 의료비를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최소 약 3조 8000억 원의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감사원의 분석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4일 건강ㆍ실손ㆍ자동차보험 등 보험서비스 이용 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건강ㆍ실손ㆍ자동차보험 등의 청구ㆍ지급 전수자료 약 10억 건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연인원 2억 6521만 명의 실손보험 청구 건수 3억 1300만 건과 건강보험 청구 건수 4억 7600만 건을 실손보험 가입 여부, 실손보험금 청구 여부 등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의 외래 진료 일수는 비가입자에 비해 연간 2.33일에서 최대 7.7일까지 더 많았다. 입원 진료 일수 역시 연간 1.54일에서 최대 7.05일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2022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의 추가 의료 이용으로 인해 총진료 비용은 12조 9400억 원에서 최대 23조 2800억 원까지 더 발생했으며, 이 중 건강보험이 부담한 비용은 3조 8300억 원에서 최대 10조 9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손보험의 주 보장 대상인 비급여 진료의 경우, 2022년 한 해 동안 물리치료, 백내장 수술 등 상위 9개 비급여 항목에서만 3조 5201억 원의 진료비용이 추가로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이 721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급여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물리치료로, 외래에서 연간 1조 2461억 원, 입원에서 연간 1조 2357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정보 비대칭 문제도 심각하다는 점이다. 환자가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 제출하는 서류의 상병 코드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공단에 급여비를 청구할 때 기재하는 상병 코드가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감사원이 동일 진료 건에 대한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청구서류 1억 1000만 건을 비교한 결과, 최대 5개까지 기재 가능한 상병 코드가 모두 일치한 경우는 53.5%였으며, 상병 코드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31.9%에 달했다.

이와 함께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실손보험금 약 8580억 원이 이중 지급됐고, 같은 기간 이중 수급자 수는 17만 9000명에서 27만 명으로 증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자동차보험 운영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보험회사가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치료비 중 약 48%가 향후 발생 가능성을 가정해 미리 지급하는 향후치료비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지급받은 후에도 해당 사실이 건강보험공단에 통보되지 않아 건보공단이 지급할 필요가 없는 건강보험 급여를 계속 지급한 사례가 적발된 것이다. 

감사원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37만여 명이 향후치료비를 받은 뒤에도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았으며, 이로 인한 부당이득은 연평균 822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건보노조 “기형적 실손보험, 차기 정부는 판매 불허해야”

이번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즉각 현행 민간 실손의료보험의 구조적 문제점을 강력히 비판하며 차기 정부의 정책적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건보노조는 최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현재의 기형적 실손보험 판매를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적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보노조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인용, “우리나라의 민간 실손보험으로 인해 연 12.9조 원의 국민 추가의료비가 유발되고 공적 국민건강보험 재정부담으로 3.8조 원이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적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아시아 3국(한국, 일본, 대만) 중 한국형 실손보험처럼 비급여까지 폭넓게 보장하는 경우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공적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60% 초반대)을 보완하기 위해 허용됐으나, 결과적으로 국민의료비 부담을 키우고 공적 건강보험의 재정손실을 야기하는 기형적 상품이 되고 말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실손보험금의 이중지급 금지 문제로 인해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훼손되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에 따르면,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가 표준약관에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을 실손보험이 보상하지 않도록 명시하면서 민간보험사들이 해당 가입자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기지급 보험금을 환수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 민간의료보험료 인상추이(2013~2023년).
▲ 민간의료보험료 인상추이(2013~2023년).

2024년 기준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한 본인부담상한액은 201만 명에게 2조 6278억 원에 달하며, 이 혜택이 사실상 민간보험사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보노조는 “2009년 금융위원회가 민간보험사들의 이익을 지켜주려 포괄적 실손형 상품의 판매를 허용했고,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같은 국민 추가의료비와 공적 건강보험의 재정손실을 야기했다”며 “민간 재벌보험사들이 이익은 가져가고, 보험금으로 지급했어야 할 부담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책임지는 이율배반적 상황이 15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한 지난 11년간(2013~2023년) 민간의료보험료는 연평균 10.2% 인상된 반면,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될 때 실손보험료 인하는 2024년 1세대 가입자 보험의 4% 인하가 유일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에 건보노조는 차기 정부에 대해 ▲더 이상 기형적 실손보험의 판매를 허용해서는 안 되며, 판매 허용 시 정액형 상품만 가능토록 하고 상품설계 시 반드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전승인을 거치도록 법과 제도 정비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를 훼손하는 민간보험사의 표준약관 즉각 폐지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노조는 “민간 재벌보험사의 상품설계 실패 책임까지 국민건강보험이 떠안아야 한다는 국민은 없을 것이며, 그러한 정부 또한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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