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의협과 한의협의 해묵은 갈등이 공개토론 제안을 두고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의협 한특위가 한의협의 대선후보 초청 정책토론회 제안을 환영한다면서도 자신들이 제시한 의제를 고수하고 새로운 토론 주제까지 추가한 데 이어,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까지 가세해 한방난임지원사업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박상호)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전날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 제안한 여야 대선후보 및 양 협회장 참여 정책토론회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토론 의제에 대해서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며 새로운 내용까지 추가했다.
앞서 의협 한특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의 초음파ㆍ엑스레이 사용, 전문의약품 불법 사용(약침), 한방난임사업 등을 의과 영역 침탈이자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정하며 한의협에 특정 의제에 대한 공개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한의협은“의협 내부 비난을 한의사에게 돌리려는 꼼수”라며 “의협이 과거 연구에서 한의대ㆍ의대 교육 75% 유사성을 발표해놓고 이제 와 이를 검증하자는 것은 자기 부정”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한의 난임사업 효과성과 한약재 안전성은 입증됐으며, 의료기기 사용 역시 사법부 판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필수의료 붕괴 등 실질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여야 대선후보와 양 협회장이 참여하는 정책토론회를 역으로 제안했다.
한특위는 “최근 비의료인의 무면허 의료행위와 한의사들의 한의학 영역 외 치료 이후 치명적인 감염으로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는 사건ㆍ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불법의료행위 신고접수 재개 등 적극 대응 방침을 밝혔다. WHO 역시 전통의학 활용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표준화되지 않은 시술과 불충분한 과학적 근거에 대한 주의를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배경 하에 한특위는 기존에 제안했던 ▲한방난임지원사업의 과학적 근거와 유산율 증가 ▲한의약 처방 중금속 약재 사용 안전성(납, 수은 등) ▲한의대-의대 교육과정 비교 검토(70% 이상 다룬다는 주장의 진위) ▲한방 진단서 법적 효력과 공신력 문제를 주제로 한 대국민 공개토론회 개최를 재차 제안했다.
여기에 더해 “한의사들이 외면하는 동안 결국 의사들이 치료하고 있는 부항ㆍ침 치료 이후 심각한 합병증과 감염에 대한 치료는 한의사가 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도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한특위는 “한의협은 본연의 자리를 지켜줄 것을 경고한다. 자신의 영역을 넘어 다른 장기까지 침범하는 암세포처럼 되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프랑스 보고서를 인용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전통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 재검토 및 적용 대상 제외를 강조한 것.
또한, “대선 정국을 틈타 의학적 타당성이 없는 주장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회장 김재유)도 성명을 내고 정부 및 일부 지자체가 추진 중인 한방 난임치료 국가지원 사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며 한특위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의사회는 사업 중단 이유로 ▲과학적 근거 부족과 낮은 임신 성공률 ▲안전성과 치료 표준화 부재 ▲공공 예산의 비효율적 사용 ▲임신의 골든타임 상실 우려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2017) 발표를 인용해 한방난임치료 임신 성공률이 12.5%로, 원인불명 난임 여성의 자연임신율(24.6~28.7%)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복지부 의뢰 연구(2017)에서도 한방 치료 후 임신율 14.4%, 출산율 7.78%에 유산율은 46.2%로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목단피 등 일부 한약재의 착상 방해 및 유산 유발 가능성(식약처, 2021)과 표준화된 진단ㆍ치료 프로토콜 부재도 문제 삼았다.
의사회는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국민 세금을 지속 투입하는 것은 명백한 예산 낭비이며, 보조생식술이 필요한 환자가 치료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의협이 제안한 한방 난임지원 사업 관련 대국민 공개 토론회 공동 개최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한의협의 책임 있는 응답과 참여를 촉구했다.
의협과 한의협의 주장이 연일 평행선을 달리며 공개토론의 형식과 의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어, 의료계의 오랜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해소될지, 혹은 더욱 증폭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