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건보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진행 중인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앞두고, 의료계 주요 학회들의 연이어 공단을 지지한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흡연의 유해성이 명백할 뿐 아니라, 막대한 사회경제적 폐해를 초래한다는 지적으로, 사법부가 담배회사에 책임을 물어 정의를 바로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은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약 530억원 규모의 손배소송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흡연으로 해 건강보험 재정에 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이지만, 1심에서는 공단측이 패소했다.
당시 정기석 이사장은 “국민 건강을 위해 끝까지 가겠다”면서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는 등 소송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이 가운데 항소심을 앞두고 의사단체들의 지지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소송은 공동체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회적 책무이자 정의 구현 과정”이라며 공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특히 가정의학회 강재헌 이사장은 공단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일선 의사들의 환자 금연 진료 및 교육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대한폐암학회를 포함한 26개 암 관련 학회로 구성된 암관련학회 협의체 역시 공동 성명을 내고 공단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흡연은 폐암의 가장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원인”이라며 “매년 약 6만 명의 국민이 담배로 사망하고, 건강보험 재정 약 3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현실에 대해, 니코틴의 유해성을 은폐해 온 담배회사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한간학회도 흡연이 간 질환 악화의 핵심 요인이라며 공단에 대한 지지를 천명했다.
간학회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흡연이 간세포암 발생 위험을 높이고 만성 B형ㆍC형 간염 및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등 다양한 간 질환 진행을 촉진하는 것이 입증됐다”며 소송의 과학적 당위성을 역설했다.
대한심장학회 역시 “흡연은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폐암보다 더 빠르게 나타나 젊은 연령의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단을 지지했다.
한국건강검진학회와 대한비만학회도 지지 행렬에 동참했다. 건강검진학회는 흡연과 주요 만성질환의 깊은 관련성 및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연간 사망 5.8만명, 건보 진료비 3.8조원)을 지적하며 책임 규명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비만학회는 흡연이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복부 비만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인다며 건보공단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처럼 의학계까 한 목소리로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을 지지하는 상황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흡연의 심각한 폐해를 현장에서 매일 목도하는 의료인으로서 국민 건강 수호라는 기본적인 사명감 때문에 지지에 나선 것”이라며 “이번 소송의 결과가 향후 일선 의료 현장의 금연 치료 및 예방 활동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절박함 또한 담겨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다양한 전문 분야의 의학 학회들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오는 22일 열릴 항소심 변론기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학계 외에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협회장 박노숙)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센터장 김현미)도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을 지지하는 뜻을 밝히고 지지 서명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