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24시간 연속 혈압 측정이 가능한 국내 개발 반지형 혈압계의 대규모 임상 연구가 본격화된 가운데, 일선 의료현장에서 심혈관 질환 관리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회장 류재춘)는 11일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한고혈압학회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반지형 혈압계(제품명 카트BP)를 활용한 외래 혈압 기반 심혈관질환 예후 평가 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이 연구는 진료실 혈압의 한계를 넘어 진료실 밖 혈압(Out-of-Office BP)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최신 지견을 반영한 대규모 전향적 연구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인증받은 반지형 혈압계 카트BP를 활용, 약 3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5년간 추적 관찰하며 심혈관 질환 발생 및 예후를 평가할 예정이다.
임상순환기학회 홍의수 총무부회장은 “기존의 24시간 활동혈압계(ABPM)는 부피가 커 불편감이 있었지만, 카트BP는 반지처럼 착용이 간편해 환자 순응도가 높고 24시간 연속적인 혈압 데이터 확보가 용이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카트BP의 임상적 유용성과 예후 예측 능력이 검증된다면, 전 세계적인 혈압 측정 및 관리 가이드라인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카트BP는 병원에서 기기를 구비해 환자에게 대여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 부담도 낮다.
학회는 개원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실질적인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한 고혈압 환자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상순환기학회 이상 학술부회장은 “혈압은 하루에도 10만 번 이상 변동하는 연속적인 데이터”라며 “간헐적인 진료실 혈압 측정만으로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카트BP와 같은 혁신적 기기를 통해 얻은 연속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회는 이처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심혈관 질환에 있어 최근 정부가 검사항목과 횟수를 줄이려는 정책 기조를 보이는 것은 정밀한 환자 관리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재춘 회장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혈액검사 항목을 15개로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심혈관 질환 환자의 기본적인 위험인자 평가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이유로 “단순히 일반혈액검사와 간 기능 검사만 해도 15개 항목을 넘어서는데, 여기에 지질 검사, 당뇨 검사, 신장 기능 검사 등 필수적인 검사를 추가하면 항목 수는 훨씬 늘어난다”며 “이를 제한하면 위험인자를 제대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데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 학술부회장 역시 “심혈관질환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핵심인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과잉 진료 프레임을 내세우지만, 심혈관질환 관리에서 잦은 검사와 적극적인 모니터링은 오히려 환자 예후 개선에 필수적”이라면서 “정밀한 진단과 관리를 위한 검사를 제한하는 것은 결국 환자 관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심혈관 질환 관련 검사 정책 수립 시 반드시 임상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관련 학회와의 긴밀한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환자 중심의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