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ALT/AST는 의미가 없다.
B형 간염 조기 치료의 이득이 명확해진 가운데, 대한간학회가 진료지침 개정을 예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진료지침이 개정되면 B형 간염 항바이러스제 급여기준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30년 바이러스성 감염 퇴치를 선언한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무조건 치료를 시작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지만, 바이러스가 검출되더라도 항바이러스제의 이득이 크지 않은 환자들도 있어서 적정 치료 시작 시점을 두고는 이견이 적지 않았다.

이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임영석 교수 연구팀이 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4월호에 B형 간염 조기 치료의 이득을 확인한 무작위대조임상(RCT), ATTENTION 연구의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연구는 40세 이상 80세 미만 성인 B형 간염 환자로, 간경변이 없고, 혈중 B형 간염 바이러스(HBV) DNA 농도가 4log10IU/mL에서 8log100IU/mL사이이며, ALT(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는 정상 범위이거나 약간 상승한 환자들을 모집, 항바이러스 치료 여부에 따른 간 관련 사건 발생 위험을 평가했다.
현재 국내 항바이러스제 급여 기준으로는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회색지대의 환자들이라는 설명이다.
항바이러스제로는 길리어드의 베믈리디(성분명 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를 사용했으며, 간 관련 사건은 간암, 간경변, 간이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등의 복합사건으로 정의했다.
연구는 약 800명의 환자를 모집, 이 가운데 734명을 베믈리디군과 위약군에 1대 1로 무작위 배정해 진행했으며, Lancet에 게재한 중간 분석은 중앙 추적관찰 17.7개월 시점에 진행했다.
분석 결과, 베믈리디 투약군에서 간 관련 사건이 발생한 환자는 2명에 불과했으나, 위약군은 9명으로 4.5배 더 많았다.
베믈리디 투약군에서 발생한 간 관련 사건은 모두 간세포암이었으며, 위약군은 간세포암이 7명, 간경변이 1명, 사망이 1명으로 집계됐다.
100인년(person-year) 당 간 관련 사건 발생률은 베믈리디군이 0.33건, 위약군은 1.57건으로 베믈리디군의 간 관련 사건 발생 위험이 79% 더 낮았다.(HR=0.21, 95% CI 0.04-1.20, P=0.027)
특히 ALT가 정상범위인 환자 중 베믈리디 투약군에서는 간 관련 사건이 한 건도 보고되지 않은 반면, 위약군에서는 8건이 발생,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P=0.0054)
반면, 안전성에 있어 심각한 이상반응은 베믈리디군에서 6%(23명), 위약군은 7%(24명)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ALT가 정상범위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항바이러스 치료 효과를 규명한 최초의 전향적 무작위대조 임상이자, 항바이러스 치료 전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이러스 역가’라는 것을 입증한 연구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그동안 바이러스 역가에 대한 오해로 주요 진료지침에서는 ALT나 AST(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까지 고려하도록 했으나, 이 연구를 통해 ALT나 AST는 의미가 없으며, 바이러스 역가만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이유를 재확인했다는 것.
이와 관련,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23일 서울프레스센터에 임영석 교수를 초청, 의약계 전문 언론인을 대상으로 ‘2025 간염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ATTENTION 연구의 의미와 B형 간염에 있어 조기 치료의 가치를 조명했다,
이 자리에서 임영석 교수는 “현재 B형 간염 진료지침과 급여기준에서는 바이러스 역가가 높고 ALT 수치가 높을 때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도록 권고하고 있어, 바이러스 역가가 낮거나 ALT 수치가 낮으면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바이러스 역가가 높은데 ALT 수치가 낮다는 것은 집에 불이 났지만 연기는 나지 않는 상황과 똑같다”면서 “(B형 간염 치료 시점을 정하는 데 있어) ALT는 쓸 수 없는, 의미없는 지표”라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짜여진 무작위대조 연구가 없어 지금까지는 염증이 있을 때, 다시 말해 ALT가 높을 때에만 치료를 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간암이 발생할 때까지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제 ATTENTION 연구를 통해 ALT가 정상범위에 있더라도 바이러스 역가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항바이러스 치료의 이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진료지침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한간학회 차기 이사장이기도한 그는 “이제는 ALT를 기준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 축적되어 있다”면서 “국내외적으로 관찰 연구에서 회색지대(ALT는 낮고 바이러스 역가는 높은) 환자에서도 조기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하면 간암의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가 차고도 넘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가장 높은 단계의 근거(무작위대조 임상)는 제시되지 않아 가이드라인 개정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면서 “이 가운데 우리가 진행한 연구는 바이러스 역가에 대한 역할을 규정하고, 논란을 명확하게 종식하는 결과로, 최초이자 최후의 전향적 무작위대조 연구가 될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과거에는 바이러스 역가가 높을수록 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선형관계에 있다고 생각했으나, 아산병원의 데이터를 시작으로 4log10IU/mL에서 8log10IU/mL 사이일 때 간암 발생 위험이 높고, 특히 6log10IU/mL에서 가장 높아지는 포물선 관계라는 것이 명확해졌다”면서 “이보다 역가가 높은 환자도 언젠가는 이 범위로 내려오는 만큼, 4log10IU/mL 이상이라면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4log10IU/mL 미만이라 하더라도 일부는 4log10IU/mL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는 만큼, 3~6개월 간격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따라 30세 이상의 B형 간염 환자로 바이러스 역가가 4log10IU/mL 이상이라면 곧바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진료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며, 급여기준 또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임 교수의 설명이다.
30세 미만의 B형 간염 환자 역시 항바이러스 치료의 이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대적으로 간세포암으로 진행하는 속도가 느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임상이 필요해 근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적어도 근거가 명확한 '바이러스 역가가 일정 수준 이상인 30세 이상의 환자'에게는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급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그는 “회색지대에 있는 30세 이상의 B형 간염 환자로 급여를 확대하면 이에 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약 2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과감하게 확대하면 15년간 약 3만 7000명의 생명을 살리고, 4만 1000명의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사회활동에 따른 경제성 향상이나 의료 이용을 줄이는 이득을 감안하면, 오히려 우리 사회의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항바이러스제로는 연구에서 사용한 베믈리디에 가장 큰 점수를 줬다.
이전의 연구에서 베믈리디의 전신인 비리어드로 치료를 받은 B형 간염환자들이 엔테카비어(오리지널 제품명 바라크루드)로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간세포암 진행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보고됐으며, 베믈리디는 비리어드보다도 더 간암 발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아카데미를 마련한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바이러스사업부 권선희 부사장은 “ATTENTION은 만성 B형 간염환자에서 조기의 치료 혜택을 입증한 최초의 다국가, 다기관, 전향적, 무작위대조 연구”라며 “국내외 만성 B형 간염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