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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임학대 요양원 지정취소, 공익 달성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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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임학대 요양원 지정취소, 공익 달성하기 어렵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5.03.1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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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지자체 지정취소처분 취소... 김준래 변호사 “요양원 방임학대 판결에 제동 건 사건”

[의약뉴스]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 환자가 방임학대로 사망한 사건에 대한 지자체의 장기요양기관 지정취소처분을 법원이 취소했다.

지정취소 처분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입소자들이 겪을 부담과 불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 법원이 노인보호전문기관의 방익학대 판결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을 내렸다.
▲ 법원이 노인보호전문기관의 방익학대 판결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A사회복지법인이 서울시 B구를 상대로 진행한 요양기관 지정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법인이 운영하는 요양원에 입소한 C씨가 사망한 이후 D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C씨에 대한 노인학대 신고를 접수,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체적ㆍ방임학대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C씨가 요양원의 다른 입소자 2인에게 2023년 2월 11일부터 18일까지 7차례 폭행을 당했으며, 마지막 폭행 이후 혈압 상승, 구토,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보여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다음날 사망했다는 것.

이러한 폭행 사실이 밝혀지자 경찰서는 요양원 원장, 요양보호사, 간호과장 등에 대해 폭행치사 및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지자체에는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이에 B구는 D보호기관의 판정 결과에 근거, 사전통지 및 청문 절차 등을 거쳐 지난 2023년 8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6호 위반을 이유로 이 요양원에 대한 장기요양기관 지정취소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A법인은 “요양원 종사자들에게 노인학대 예방교육을 수시로 실시하고 노인인권과 관련된 사이버 교육을 수료하도록 독려하는 등 폭행행위 방지를 위해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며 소를 제기했다.

또한 “처분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요양원 종사자들이 입소자들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최선의 조치를 다했고, 요양원 개원 이래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다른 입소 노인들을 전원할 경우 이들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항변했다.

재판부는 A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C씨는 요양원에 입소한 이후 사망하기까지 총 7차례에 걸쳐 다른 입소자 2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지만, 요양원은 현장조사 전까지 7차례 폭행사건 중 2건만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A법인이 노인인권 및 노인학대예방 교육, 노인인권 간이ㆍ자가진단 체크리스트 등을 통해 노인학대, 폭행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 회의 등을 시행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제재적 행정처분의 예외사유로 장기요양기관의 장이 폭행 등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는 실효성 있는 조치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A법인이 시행한 조치는 이번 사건 사고 예방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위반행위가 중대한 경우로 장기요양기관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할 때 지정취소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A법인이 요양원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노인학대 예방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시행했고,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인 요양보호사가 사직한 것을 참작하면, 해당 요양원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할 수 있는 직접적인 공익은 해당 요양원이 더 운영되지 못하도록 제제해 노인학대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 요양원은 입소정원 112명, 입소 현원이 약 80여명에 달해 지정취소할 경우, 입소자들은 다른 요양기관으로 옮겨야하는 등 부담을 안게 된다”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목적인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과 부합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처분 이전 장기요양보험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고, 처분이 확정될 경우, 3년간 다시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없어, 원고의 불이익이 가볍지 않다”며 지정취소처분을 취소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김준래법률사무소의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 전 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의 방익학대 판정 관행에 제동을 건 사건이라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는 그동안 방임학대라는 판정을 쉽게 내려왔다”며 “이번 판결은 방임학대가 되려면 노인 등의 건강과 복지를 저해하는 행위로서 신체적 학대행위 등에 준하는 정도로 기본적인 보호와 치료를 소홀히 하는 행위여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요양원 지정취소를 재량행위라고 봤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재량행위에 해당하면 사유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지정취소를 해서는 안 되고, 여러 참작 사유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판결에서 요양원 지정취소가 된다면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야 할 다른 수급자들이 겪게 될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 역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수행하면서 요양원 안에 계신 어르신들이 여전히 자기의 집처럼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되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 사건의 경우 요양원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지정취소를 면하고 계속 다른 입소 수급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눈 여겨볼 만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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