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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시술 전 구두로 금식 여부 확인한 의사 실형, 의료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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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시술 전 구두로 금식 여부 확인한 의사 실형, 의료계 반발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5.02.19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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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이어 2심도 금고형 선고...“의학적 근거로 판단해야”

[의약뉴스] 위풍선을 제거하기 위한 응급내시경 시술 중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의삭에게 금고형이 선고되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현장과 동떨어진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의사 A씨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아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하면 A씨는 금고 1년에 처하게 된다. 

▲ 의료계가 위풍선 제거를 위해 응급내시경을 진행하다 환자가 사망, 금고형이 선고된 사건을 두고 의료현장과 동떨어진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 의료계가 위풍선 제거를 위해 응급내시경을 진행하다 환자가 사망, 금고형이 선고된 사건을 두고 의료현장과 동떨어진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이 사건은 체중 감량을 위해 위풍선 시술을 받은 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한 환자가 위풍선 제거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응급내시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화상으로 환자의 금식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내시경 관찰에서 금식 상태가 아닌 거으로 확인돼 시술을 바로 중단했다.

하지만 환자는 흡인성폐렴과 위천공으로 결국 사망했다. 

이를 두고 1, 2심 재판부 모두 A씨에게 과실을 인정, 금고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가 X-ray나 CT 검사 등으로 추가 확인을 하지 않고 구두로만 금식 여부를 물어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지난 11일 공개한 탄원서를 통해 “이번 사건 응급내시경 사례처럼 환자 출혈이나 통증이 심한 경우 금식과 관계없이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며 “내시경 진입 과정에서 금식 상태가 아님을 확인하고 즉시 시술을 중단했으니 오히려 의료적 판단과 조치가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ASGE)와 국내 지침도 응급 상황에서 환자 금식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고, 금식을 충분하지 않더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수술과 시술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성명을 통해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의사들에게 실형을 선고, 과도한 사법리스크로 필수의료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은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유독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재판이 수십, 수백 배 많다”며 “무리한 기소로 인해 과도하게 의료소송이 남발돼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생명을 최전선에서 지키고 있는 필수진료과에 종사하는 의사들에게 막대한 책임을 묻는 판결들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같은 과도한 사법리스크가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현상을 심화시키고 미래세대의 양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진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진다면, 의료기관에서 금식이 필요한 모든 검사나 시술을 진행하기에 앞서 추가 검사를 통해 금식여부를 확인해 의료서비스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며 “의료진들이 소극적인 진료로 일관해 결국 국민건강과 생명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대한영상의학회와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도 18일 금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T 등의 영상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학회와 의사회는 “내시경 외에도 수 많은 시술, 수술이 금식 후 시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판결은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한 불필요한 영상검사의 남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식여부를 영상검사로 확인해야 했었다는 이번 판결이 의료현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깊이 우려하며 이에 대한 재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내시경 시술 전 금식을 확인하기 위한 영상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과실로 인정한 이번 판결은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처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어떤 진료지침에서도 X선 검사나 CT가 금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필수 검사로 권고된 바 없고, 이를 의료과실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힐난했다.

이어 “금식은 전신마취나 진정을 시행하는 대부분의 시술, 수술에서 필요하며, 조영증강 CT나 복부초음파검사 등 영상검사에서도 흔히 검사 전 조치로 시행된다”며 “일반적으로 의료진은 시술, 수술, 검사 전에 금식이 필요함을 환자에게 교육시키고, 금식 여부를 구두로 확인한 뒤 의료행위를 시행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진이 법적 책임을 우려해 금식이 필요한 모든 행위 전에 의학적인 근거도 없는 X선 검사나 CT를 시행한다면 응급환자에 대한 대부분의 시술이나 처치, 수술이 지연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영상검사 남용으로 환자들은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국민들의 방사선 노출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잘못된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이번 판결이 의료 현장에 미칠 불필요한 영상검사 남용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깊이 우려한다”며 “법원이 상급심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의 치료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정확한 의학적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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