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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6 07:45 (수)
"빌로이, 생존율에 진전없는 전이성 위암에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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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로이, 생존율에 진전없는 전이성 위암에 전환점"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5.02.15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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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클라우딘 표적치료제...HER2 이후 위암에서 두 번째 표적

[의약뉴스] 표적치료제의 부재로 치료 성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전이성 위암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다.

한국아스텔라스(대표이사 사장 김준일)는 내달(3월), 세계 최초의 클라우딘 18.2(CLDN 18.2) 표적치료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빌로이는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 HER2 음성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된 최초의 표적 치료제이자 세계 최초의 클라우딘 18.2 표적 항암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클라우딘 18.2 양성, HER2 음성의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인 환자에 대한 1차 치료로서 플루오로피리미딘계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를 받았다.

일본과 영국, 유럽에 이은 네 번째 허가로, 미국보다 먼저 국내에서 승인을 받아 지난해 11월 국내에 반입했으나, 동반진단의 신의료기술 평가 여부로 인해 내달 3월 출시할 예정이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 한국아스텔라스는 빌로이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1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가 HER2 음성 전이성 위암에서 빌로이의 임상적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 한국아스텔라스는 빌로이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1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가 HER2 음성 전이성 위암에서 빌로이의 임상적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위암은 대장암, 폐암과 함께 갑상선암을 제외한 국내 다빈도암 1~3위를 오르내리며, 한 해 약 3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환자도 꾸준하게 줄어들고 조기 검진이 늘면서 치료 성적도 가파르게 상승, 과거 50%를 밑돌던 5년 상대생존율이 최근에는 80%에 근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암은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큰 암종으로 꼽히고 있다. 다른 암종에 비해 병기별 생존율에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

국한 병기에서의 5년 생존율은 97.4%에 달하지만, 국소 전이 단계에서는 67.4%로 크게 떨어지며, 심지어 원격 전이 단계에서의 5년 상대생존율은 6.6%에 불과하다.

격전이 단계에서 위암의 생존율이 극히 낮은 이유는 이질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다른 암종보다 표적할 만한 유전자 변이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이질적인 특성으로 인해 하나의 변이를 공략하더라도 다른 암세포가 생존해 치료효과가 떨어진다는 것.

원격 전이 단계의 5년 생존율이 위암과 유사했던 폐암은 지난 20여년간 수많은 표적치료제가 등장해 최근 두 자릿수로 올라섰지만, 위암은 표적치료제의 부재로 답보사태에 머물렀던 것.

그나마 2010년 경 위암에서도 HER2 표적치료제(허셉틴)가 등장해 한 차례 변곡점을 마련했지만, 전체 위암 환자 가운데 HER2 양성은 약 15%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MSD)와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오노ㆍBMS) 등 면역항암제가 전이성 위암의 치료 성적을 개선했지만, 역시 PD-L1 발현율에 따라 치료 성적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HER2 음성 전이성 위암에서 표적치료제의 부재로 인한 미충족 수요가 상당했던 가운데 빌로이가 등장, 전환점을 마련했다.

빌로이는 세계 최초의 클라우딘 18.2 표적치료제로, 클라우딘은 세포들 사이에서 분자들의 교환을 조절하고 결합을 유지하기 위해 작용하는 단백질의 한 종류다.

이 가운데 클라우딘 18.2는 위 점막의 정상 조직에서 주로 발견되는 단백질로, 정상 상태에서는 주로 세포들 사이에 형성된 연결 구조인 밀착연접 내에 묻혀 있지만, 위암 및 위식도 접합부암 등 특정 유형의 암에서는 과별현되는 경향이 있다.

전이성 위암 환자 중 85~90%를 차지하는 HER2 음성 환자 가운데 35~40% 정도가 클라우딘 18.2 양성으로 보고되고 있다.

빌로이는 CLDN18.2 양성/HER2 음성 위ㆍ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두 건의 3상 임상, SPOTLIGHT와 GLOW에서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먼저 SPOTLIGHT는 이전에 전신 치료 이력이 없고 절제 불가능 혹은 국소 진행성 CLDN18.2 양성/HER2 음성 위ㆍ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 565명을 대상으로 졸베툭시맙과 mFOLFOX6(옥살리플라틴, 류코보린, 플루오로우라실 포함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을 mFOLFOX6 단독(+위약)요법과 비교했다.

연구 결과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중앙값은 빌로이+mFOLFOX6군이 10.61개월, 위약+mFOLFOX6군이 8.67개월로, 빌로이 투약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25% 더 낮았다(HR=0.751, 95% CI 0.598-0.942, P=0.0066)

12, 24개월 시점의 무진행생존율은 빌로이군이 49%와 24%, 위약군은 35%와 15%로 집계됐다.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중앙값 역시 빌로이군이 18.23개월. 위약군은 15.54개월로 빌로이군의 사망 위험이 25% 더 낮았다.(HR=0.750, 95% CI 0.601-0.936, P=0.0053)

12, 24, 36개월 시점의 전체생존율은 빌로이군이 68%, 39%, 21%, 위약군은 60%, 28%, 9%로 빌로이 군이 모두 위약군을 상회했다.

GLOW 역시 이전 치료 이력이 없고 절제 불가능 혹은 국소 진행성 CLDN18.2 양성/HER2 음성 위ㆍ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 507명을 각각 빌로이+CAPOX(카페시타빈, 옥살리플라틴)군에 254명, 위약+CAPOX군에 253명을 배정,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빌로이+CAPOX군이 8.21개월, 위약+CAPOX군은 6.80개월로 빌로이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31% 더 낮았으며(HR=0.687, 95% CI 0.544-0.866, P=0.0007), 통계적으로도 의미있는 차이를 보였다.

무진행생존율은 처음부터 벌어져 12개월 및 24개월에는 빌로이군이 35%와 14%, 위약+CAPOX군은 19%와 7%로 약 두 배의 차이를 보였다.

2차 평가변수였던 전체생존율 역시 빌로이+CAPOX군이 14.39개월, 위약+CAPOX군은 12.16개월로 빌로이군의 사망 위험이 약 23% 더 낮았으며(HR=0.771, 95% CI 0.615-0.965, P=0.0118)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나타냈다.

전체생존율 또한 처음부터 벌어졌으며, 12, 24개월 시점에는 빌로이군이 58%와 29% 위약군은 51%와 17%로 간극이 늘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 11월, 대한종양내과학회-미국암연구학회 조인트 심포지엄(2024 AACR-KCA Joint Conference on Precision Medicine in Cance)에서 발표된 SPOTLIGHT와 GLOW의 한국인 대상 통합 하위분석에서는 빌로이군과 위약군간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무진생행존기간 중앙값은 빌로이군이 12.8개월, 위약군이 8.1개월로 두 그룹 모두 전체 환자군보다 더 길었으며, 12 24개월 무진행생존율은 빌로이군이 53%와 30%, 위약군은 32%와 23%로 집계됐다(HR=0.59, 95% CI 0.35-1.01, P=0.260).

나아가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빌로이군이 30.0개월에 달해 위약군의 15.8개월보다 두 배 가까이 길었으며, 12, 24개월 전체생존율은 빌로이군이 78%와 54%, 위약군은 65%와 34%로 빌로이군의 사망 위험이 50% 더 낮았다.(HR=0.50, 95% CI 0.29-0.87, P=0.0062)

이에 따라, 빌로이가 그간 표적치료제의 부재로 진전이 없던 HER2 음성 전이성 위암 치료에 전환점을 제공할 것이란 평가다.

이와 관련, 한국아스텔라스는 빌로이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1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HER2 음성 전이성 위암에서 빌로이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이 자리에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대한암학회 이사장)은 “기술의 발전으로 암세포를 규명헤 이를 표적하는 치료제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위암에서는 표적치료제를 적용할 수 있는 환자가 많아야 20%에 불과했다”면서 “나머지 80%는 표적이 없었는데, 빌로이를 통해 이제사 HER2 음성 전이성 위암에서도 표적치료가 가능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최근 면역항암제가 좋은 성적을 보고하고 있지만, 위암의 약 85%를 차지하는 HER2 음성 환자 가운데 면역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EBV 양성이나 MSI-H 환자는 10%가 되지 않는다”면서 “(빌로이에 잘 반응하는) 클라우딘 18.2는 전체 위암의 85%를 차지하는 HER2 음성 환자 중 약 3분의 1이 양성으로, 적지 않은 숫자”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딘 18.2 양성인 환자에서는 PD-L1 발현율이 낮고, 클라우딘 18.2 음성인 환자에서 PD-L1 발현율이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어, HER2 음성 위암 환자에서는 클라우딘 18.2 양성 여부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하게 될 것이란 전언이다.

아울러 면역항암제와 빌로이를 모두 선택할 수 있는 환자에서는 빌로이가 조금 더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라 교수는 “데이터를 보면, 면역항암는 추가 효과(add-effect), 빌로이는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로 보인다”면서 “빌로이를 추가하는 것이 이득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다만, 접근성은 선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는 클라우딘18.2 양성, HER2 음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와 관련한 빌로이의 요양급여 결정 신청을 반려했다.

특히 빌로이가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지 못하면 동반진단 수가도 일반면역검사로 적용돼 의료기관에 따라서는 비급여로도 빌로이를 투약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병리과 이혜승 교수는 “빌로이에 급여가 적용되기 전까지 의료기관에서는 클라우딘 18.2 검사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면서 “이로 인해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클라우딘 18.2 검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반진단기술은 일반항체검사에 비해 시행착오와 불필요한 치료를 50% 줄여주는 의미있고 중요한 기술”이라며 “합리적인 수가 책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아스텔라스 김준일 대표는 “한국아스텔라스는 전 세계적으로 위암 부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빌로이라는 치료 옵션을 빠르게 도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햇고, 지난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허가에 성공했다”면서 “앞으로 급여 등재를 통한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도 최선의 오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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