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양악수술 받은 이후, 출혈이 발생해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게 뇌전증 등 후유증이 발생하자, 법원이 양악수술을 한 치과의사, 그리고 후속 조치를 한 병원에 대해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환자 A씨가 치과의사 B씨와 C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과거 자살시도로 인해 C학교법인이 운영하는 C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 정신치료 및 약물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A씨는 지난 2016년 12월경, B씨가 운영하는 치과의원에 내원해 “오른쪽 턱관절 통증이 심하고 두통이 심하다. 작은 얼굴 원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B씨는 양악수술 등을 권유했고, A씨는 수술을 받은 뒤, 며칠 뒤 퇴원했다.
퇴원 후, A씨는 구강내출혈이 발생해 119에 신고했으며, 119 구급차는 C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내원 당시 A씨의 의식은 명료했으나 30분 뒤 기면 상태로 변화해 혈압이 저하됐다가 수액을 맞고 상태가 호전됐다.
의료진은 뇌와 목 부위 CT 촬영을 하면서 C병원 치과 의료진에게 협진을 요청했고, 치과 의료진은 A씨에게 좌측 하악골 후방부 상처 출혈에 대한 지혈술을 시행했다. 지혈술을 시행한 치과 의료진은 영상의학과에 가성동맥류 여부 판단을 위한 상악동맥의 혈관조영상을 의뢰하면서 A씨를 중환자실로 보냈다.
이후, A씨는 전신강직간대발작을 시작으로 다음 날에도 같은 종류의 발작이 계속됐다.
치과 의료진의 의뢰를 받은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최초 CT 영상을 판독한 결과, 수술에 의한 외상으로 좌측 외경 동맥 가지에 다발성 가성동맥류의 가능성이 있어 혈관조영술 확인이 필요하고, 좌측 깨물근에 다량의 부기, 공기종과 함께 좌측 씹기근육 공간이 있으며, 양쪽 뺨 부위와 좌측 아래턱 밑에 광범위한 피하부종성 부기 및 양측 상악동에 출혈이 있다는 소견을 보냈다.
의료진은 혈관조영술과 함께 외경동맥 가지인 내상악동맥의 가성동맥류를 코일로 막는 색전술을 시행했다. 색전술 이후, A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가, 일반병실로 이동, 재활의학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협진 아래 입원치료를 받았다.
입원치료 중 A씨에게 팔 떨림이 발생하자 신경과에 협진을 의뢰했고, 검사를 통해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해 음성 떨림, 활동 떨림 및 경증의 자세 떨림이 있고, 보행에서 넓은 기저 보행, 경미한 몸통 실조 소견이 의심되는 상태로 란스-아담스 증후군 의증이라 진단받았다.
C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씨는 퇴원한 후, 다른 병원들을 찾아 치료를 받았지만, 뇌전증 등 후유증이 남았고, 이로 인해 지난 2017년 10월경 뇌병변장애 3급 판정과 병역면제를 받았다.
소송을 제기하면서 A씨는 재활의학과, 신경과 전문의로부터 신체감정을 받았는데, 재활의학과 감정의는 운동조절장애, 뇌전증 등 후유증이 남아 운동조절장애의 영구 신체장해가 예상된다고 감정했고, 신경과 감정의는 보행장애 등 일상생활활동의 장애, 인지기능의 저하, 뇌전증의 후유증으로 영구 신체강해가 남을 거라 감정했다.
A씨는 치과의사 B씨와 C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B씨에 대해선 “양악수술 등을 하면서 부적절하고 미숙한 술기로 내상악동맥을 손상한 과실로 가성동맥류의 상해를 입혔다”며 수술 이후의 추적관잘도 게을리했다고 주장했다.
C법인에 대해선 “대량출혈이 발생했는데, 응급으로 혈관조영술과 색전술을 하지 않고 단순 패킹과 젤폼을 바르는 수준의 서툰 지혈술만 해서 지혈에 실패했다”며 “최초 CT 촬영을 하고도 이를 다음날에서야 판독, 가성동맥류에 대한 혈관조영술과 색전술을 지연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했다”면서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량출혈로 C병원에 내원한 A씨에게 가성동맥류가 발생한 것이 확인됐고, 이는 이 사건 양악수술 등 과정에서의 내상악동맥 손상 외에는 다른 원인 찾기 어렵다”며 “발생사례가 드물고, 발생한 경우도 주로 부적절하거나 미숙한 술기, 과도한 수술기구 조작 등 의사의 주관적 요인이 작용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양악수술 시 내상악동맥의 손상은 불가피한 합병증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며 “이 사건 양악수술 등 내용이나 시술과정, A씨에게 발생한 가성동맥류의 부위나 정도, 양악수술 시 가성동맥류가 발생하는 빈도 등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 범위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C병원 의료진에 대해선 “A씨에 대해 지혈술을 마친 뒤, 중환자실에서 관리하면서 다음날 색전술을 시행했는데, 지혈술 후 약 33시간이 지나서 색전술이 이뤄졌다”며 “의료진은 내상악동맥 손상에 의한 가성동맥류의 발생 여부를 의심하고도 신속한 혈관조영술과 색전술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A씨에게 발작이 계속 발생했고, 구강내출혈이 확인돼, 이를 거즈 패킹했다”며 “의료진으로선 파열된 가성동맥류를 확인하고, 이를 폐색하기 위한 색전술 등을 시행해야 했는데, 발작을 보일 때마다 계속해서 아티반(진정제)을 투여했을 뿐 파열된 가성동맥류를 막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간호기록에 의하면 A씨가 발작 등 이상 증세를 보일 때마다 의사에게 보고됐는데, 그때마다 아티반을 정주했다는 내용만 있고, 의사가 어떻게 평가하고 어떠한 조치를 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그 당시 주말이라 혈관조영술을 할 수 있는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의료진이 영상의학과 의료진을 물색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B씨는 양악수술 등을 하면서 내상악동맥을 손상, 가성동맥류를 발생시켜 A씨에게 저산소성 뇌손상 등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C법인은 의료진이 가성동맥류 파열에 대해 색전술 등 필요한 조치를 지연한 과실로 A씨가 저산소성 뇌손상 등을 입은 손해에 대해 진료계약 주체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손해는 B씨와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경합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피고들에게 A씨가 입은 손해에 대해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