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더 빠르게, 더 낮게, 더 오래
급속한 고령화로 심혈관질환의 질병 부담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복약순응도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보다 더 강력한 치료제가 등장하더라도, 완치가 불가능한 만성질환에서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순응도가 중요하다는 것.
이 가운데 치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이상지질혈증에서 복약순응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치료제가 등장, 이목을 끌고 있다.
6개월에 한 번 주사로 다양한 유형의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일관된 LDL-C 강하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siRNA 치료제, 렉비오(성문명 인클리시란, 노바티스)가 국내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 것.

렉비오는 간세포에서 LDL 수용체(LDLR) 생성을 방해하는 단백질, PCSK9의 생성을 막아 LDLR 농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LDL-C 흡수율을 끌어올려 혈액 내 LDL-C 농도를 낮춘다.
기존의 PCSK9 항체가 이미 생성된 PCSK9과 LDLR의 결합을 억제한다면, 렉비오는 애초에 PCSK9 생성을 차단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기전을 바탕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동맥경화성심혈관질환(ASCVD) 환자에서 50% 전후의 강력하고 일관된 LDL-C 강하효과를 보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약 6년간의 장기 추적관찰 연구에서도 50% 전후의 LDL-C 강하 효과를 유지했으며, 궁극적으로 주요심혈관계이상사건(Major Adverse Cardiovascular Events, MACE)의 발생 위험도 위약 대비 25% 낮췄다.(HR=0.75, 95% CI 0.60-0.94)
여기에 더해 투약 간격이 6개월로 지질강하제 가운데 가장 길고, 병원에서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복약순응도가 높을 뿐 아니라 정확한 투약이 가능하며, 환자를 추적 관리하기에도 유리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최대 난제인 ‘치료유지율’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DL-C를 최대한 빨리, 보다 더 강력하게 낮추는 것을 넘어 이제는 최대한 낮은 상태를 오래 유지하도록 이상지질혈증의 치료 목표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복약순응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렉비오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적합한 치료제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는 “ASCVD 환자는 재발의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ASCVD로 인한 사망 시기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발은 관상동맥 및 전신 동맥경화증 진행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 LDL-C가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에 LDL-C를 최대한 빨리, 강력하게 치료해 최대한 오래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박경우 교수는 “LDL-C는 평생에 걸쳐 누적되는 정도가 동맥경화성 질환 발생 위험과 관련이 있다”면서 “따라서 LDL-C가 낮은 상태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진료 최선의 노력을 다 하더라도 LDL-C 목표에 도달하고, 이를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병극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절반 이상의 환자가 LDL-C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지질강하제를 최대한 잘 조절해도 70mmol/dL 기준 3년간 30~40%의 환자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약제를 잘 처방하는 것만으로는 LDL-C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으며, 결국 환자들의 복약순응도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박경우 교수는 “한 연구에서 효과가 낮은 약제의 순응도가 높은 경우에 효과가 강력한 약제에 순응도 낮은 경우보다 목표 도달률이 더 높았다”면서 “결국 처방을 받은 약보다 잘 복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 가운데 김병극 교수는 “약제를 순응도를 높이는 것은 좋은 약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렉비오는 최첨단 기전을 바탕으로 유지용량 기준 1년에 2회만 투약해도 약효가 유지돼 복약 부담을 최소화했고, 장기간 효과가 유지되며, 의료기관에서 투약하기 때문에 복약순응도가 완벽한 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렉비오는 내약성과 순응도 높이는 새로운 치료법”이라며 “단순히 새로운 약물이 아니라 새로운 치료 방법이 생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김 교수는 “해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경제수준이 떨어지는 나라에서도 렉비오에 급여를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용 경험이 많지 않다”면서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임에도 아직까지 급여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