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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특성 이해 없는 형사재판, 필수의료 붕괴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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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특성 이해 없는 형사재판, 필수의료 붕괴 초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4.09.19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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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의학회 기고...의사마다 진료방법 다를 수 있어

[의약뉴스] 매일 새로운 지식이 쏟아지고, 다양한 진료방법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의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판결은 필수의료의 붕괴를 초래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는 최근 ‘대한의학회 뉴스레터’에 ‘의사논리와 판사논리’라는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이동필 변호사.
▲ 이동필 변호사.

그는 “의학은 새로운 지식이 하루가 멀다시피 쏟아지고 있지만, 법학은 그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고 정립된 이론이 변화하는 데에도 수십 년이 걸리는 차이가 있다”며 “최근에는 임상의학 영역이나 고도로 전문화된 진료영역에서는 담당 의사가 관련 교과서, 문헌, 환자의 나이, 질병 상태, 건강 상태 등을 모두 종합해 진료방법 중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한 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의사마다 진료방법이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질병 및 환자 상태라고 하더라도 외과 의사는 수술을 선호할 수 있고 내과 의사는 보존적 치료를 선호할 수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똑같은 진료방법을 적용하더라도 환자마다 반응이 다르고 환자의 상태 역시 시시각각으로 변하므로 결과적으로 보더라도 진료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반면 법학으로는 다양한 법리 의견이 있더라도 실제 판결에서는 대법원의 법률해석 논리에 따라 법리를 적용하고 다양한 결론을 낼 수가 없다”고 정의했다.

또 “의학과 법학은 각각의 특성이 있는 데다, 전문적인 영역이므로 법학을 공부하지 않은 의사가 법리를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처럼 의학을 공부하지 않은 법률가가 의학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의료사고에 대한 분쟁에 대한 민사적 판단이나 형사적 판단을 의학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법관이 의학 감정을 토대로 법리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법관은 하나의 분쟁에 대해 다양한 결론이 아닌 하나의 최종 결론만 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의료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하는 판결이 나온다는 것.

이 변호사는 “의료분쟁에서 의학적 기본 원칙을 준수하지 않아 의사가 변명하기 어려운 사건이 있다”며 “다만 상당수의 분쟁 건을 보면 의학적 타당성을 그다지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의사로서 최선을 다한 죄밖에 없는데 불법행위라고 하며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지 억울할 때가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분쟁에 대한 민사재판에서는 어차피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환자/의사 중 누가 부담할지, 얼마나 부담할지의 문제”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법 원리에 따라 과실과 인과관계를 비교적 쉽게 추정하고 책임을 제한하는 방식의 판결이 많고, 법원은 하나의 결론을 내야 하므로 의사로서도 일정 부분 손해배상 책임을 부득이 인정할 수밖에는 없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형사재판는 달라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형사재판은 국가가 범죄를 범한 개인에게 형벌을 가하는 절차이므로 무죄 추정의 원칙이 확실히 적용되어야 하고 엄격한 증거에 따라 신중히 판단해야하지만, 민사재판 과실 추정 판결 문구를 공소장에 그대로 적시한 검사가 있는가 하면, 민사재판에서의 과실 및 인과관계 추정 법리를 그대로 적용한 사례도 있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환자가 목숨을 잃었거나 중태라는 결과에 치우쳐 유죄추정의 심증을 가지는 판사도 20년 간의 변호사 생활에서 종종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법관은 의학 감정 결과에 사실상 의존할 수밖에 없더라도 의학적 판단은 재판에서의 판결과 달리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고, 특히 고도로 전문적인 의학 영역에서는 전문의마저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특정 감정인의 의학 감정 결과만으로, 다른 판단을 한 의사에 대해 ‘당신의 의학적 판단이 틀렸고 그로 인해 환자가 사망한 것’이라고 판단해 형벌을 내리는 것은 의학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별개이므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절차에서 검사가 기소하지 않거나 법원이 의사에게 무죄를 판결했다고, 의사의 민사책임까지 면책되는 것이 아니다”며 “무리한 저수가 정책을 고수하는 우리나라에서 젊은 세대의 의사들이 처벌의 우려가 커,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이 형사재판에서 의료의 특성을 이해ㆍ고려하지 않은 채 일벌백계의 원칙만 계속 고수한다면 필수의료가 완전히 무너져 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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