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불합리한 정책을 만든 정부에 맞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소중한 미래는 던진 상황이다. 옳다고 생각한 일에 믿음과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
2024년은 김택우 회장에게 고난과 영광이 함께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맞섰고, 지난 3년간의 회무를 잘 수행한 덕분에 다시 한번 회장직을 수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 김택우 회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도의사회의 운영 방안, 의협과의 관계, 수많은 의료 현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
김택우 회장은 지난 1월 제40대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장 선거에서 단독으로 입후보해 무투표 당선됐다.
지난 3년간 의료계에 대한 열정과 헌신, 그리고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많은 회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었고, 그 결과 재선이란 영광을 안은 것.
김 회장은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장으로 다시 한번 신임해준 회원들에게 먼저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다시 한번 회장을 맡게 되면서 주력할 부분은 회원과의 소통과 단합으로, 소통과 단합은 지금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말했다.
이어 “낮은 자세로 회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회원들이 의사회에 소속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단합에도 힘을 쓰겠다”며 “지역행사를 활성화하고, 대면 소통을 통한 회무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회원들이 의사회에 소속돼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지역행사, 동아리 활동이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활성화되긴 했지만, 의료와 마찬가지로 얼굴을 직접 맞대고 소통하는 것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젊은 의사들을 위한 멤버십 트레이닝을 통해 역량 강화와 의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고취시키겠다”며 “이외에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김 회장은 회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낮은 자세로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군의사회를 방문, 간담회를 열어 회원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며 “권역별로 모임을 추진해 회원들의 의견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으고, 의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고취 시키겠다”고 전했다.
현재 강원도는 필수의료 지원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반기에 한 번 회의를 진행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도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지사와 간담회 후 진행한 사안”이라며 “현재 전공의 수련환경개선 및 기피과 지원 문제 등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예산 편성, 집행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추후 수련병원 및 지역 의사회가 건의한 내용들이 충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현재 의대 정원 증원 사태로 인해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해 의협 등 각 지역의사회에서 전공의들을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된 상황.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 역시 사직 전공의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 회장은 “구직과 관련돼 사직 전공의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진행하고 있다”며 “의협 비대위에서 반환된 기금은 법률적 검토 후 시도 상황에 맞게 진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3년 전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 최초의 직선제로 회장에 당선됐고, 지난 1월 재선에 성공했다는 기쁨도 잠시, 김택우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자진 사퇴를 선언하면서 긴급하게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돼 의대 정원 증원 투쟁의 선봉에 서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전공의 집단사직을 조장해 업무방해를 교사했다는 혐의로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과 함께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김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의료계는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오고 있다”며 “타당성과 논리, 객관적 자료가 부실한 정부의 일방적 발표 이후 전공의들은 사직했고, 의대생들은 일제히 휴학하면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이유로 공권력을 동원, 겁박해오는 모습에서 황당함을 느꼈다”며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이 만료돼, 지난달 15일부터 진료 현장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3개월 면허정지뿐만 아니라 비대위원장 활동으로 진료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약 5개월간 공백이 발생한 상태”라며 “당분간 생업에 전념할 생각이지만,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 회장과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의 역할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앞으로도 경찰조사와 검찰 기소 및 재판 등 험난한 여정이 있겠지만 소신에 따른 결과인 만큼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 회장에 따르면, 지난 2월 비대위가 주도한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집회에서 “13만 대한민국 의사가 동시에 면허가 취소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우리가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발언을 문제 삼은 것 자체가 대단히 황당하다”며 “일방적인 정부 발표 후, 의대 정원 증원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장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으로, 모든 권력을 동원해 의료계를 겁박하는 검찰 공화국에 맞서기 위해선 강력한 발언이 필요했던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 이전에도 간호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의협 의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 강원도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비대위에서 일해 본 경험이 많다.
의협이 구성한 여러 비대위에 대해 김 회장은 “비대위 구성보다는 협회 회무를 비상 체제로 전환해,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만약 비대위를 조직하게 된다면 선결 요건 중 하나가 실행력이 담보된 시도의사회의 핵심 구성원의 참여라고 본다”고 말했다.
빠른 전파력, 조직력, 실행력을 위한 일사불란한 체계가 필요한 만큼, 협회장에게 주어진 권한을 이양, 협회조직 예산 등 모든 역량을 비대위가 관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김 회장은 “협회와 비대위의 명확한 관계 설정 확립이 선행돼야 비대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고 본다”며 “투쟁 방식의 새로운 변화와 정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한 언론홍보미디어팀을 강화하고, 정책연구소 등을 활용해 정책대안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대한의사협회가 보여줘야 하는 모습은 ‘소통’과 ‘진정성’

김택우 회장은 지난 5월 출범한 제42대 임현택 집행부에 대해 “과거 집행부와 달리 투쟁의 선명성을 강조한 집행부”라며 “투쟁의 방향성과 진행은 집행부의 몫으로 모든 역량을 동원해 회무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이나 간호법, 비대면 진료도 얼마만큼 그 진정성을 가지고 계획을 제시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고, 그런 방향으로 회무를 진행해야 한다”며 “소통하는 회무와 정책적인 역량을 강화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전체적인 큰 그림에서 현재 집행부는 어쨌든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둬야 하고 소통 강화도 필요한 부분으로,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강화가 필요하다”며 “결국은 진정성과 관련된 플랜 제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전국 16개 광역시도의사회장들의 모임,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를 맡고 있는 회장이기도 하다.
의협 집행부와 시도의사회의 소통과 관계에 대해 다른 시도의사회장보다 조금 더 신경써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집행부와 시도의사회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진정성을 어떻게 느끼는가가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에 “회원들과 시도회장단들이 어떤 심경인지를 파악하고 회무에 임했으면 한다”며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되느냐에 대해 보여줘야 하고, 진정성은 물론, 능력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비상대책위원회 박단 위원장이 ‘자진사퇴’를 요구할 만큼 전공의와 의대생이 임현택 회장과 집행부에 반감을 드러낸 것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보여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박단 위원장뿐만 아니라 전공의, 의대생이 의협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의협이 진정성과 제대로 된 플랜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요구사항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를 통한 신뢰 회복이 선결과제라 본다"고 밝혔다.
이에 "젊은 의사들의 회무 참여와 정책 참여의 장을 폭넓게 오픈하기 위한 배려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의협 산하 올바른의료를위한특별위원회가 활동을 멈춘 것에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특위 구성과 진행 과정에 발생한 문제로 중단된 경험을 토대로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결정과정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책 제안과 토대 구축에 중점을 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 홍보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안하더라도 국민이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정책은 생명을 잃는다”고 역설했다.
◆“전공의와 의대생, 적극 지지하며, 존중한다”
김택우 회장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 “누적된 의료계 전반의 문제를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짜깁기해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패키지의 전반적인 내용은 필수과 기피 문제와 지역의료 문제 해결책처럼 포장했지만, 내면은 비급여 통제와 개원 면허제 그리고 수가체계 통제를 통해 저비용 저부담 상황을 더 악화시키려는 내용”이라며 “이를 내부 경쟁과 의사 수 증가로 해결하려고 했으니,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의대 정원 증원 투쟁의 중심에 선 전공의와 의대생에게는 '적극 지지하고,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항간에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며 “불합리한 정책을 만든 정부에게 국민의 일원이자, 의료계의 미래 주역 세대가 대책을 만들기 위해 소중한 미래를 던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새로운 변화를 위한 결단을 존중하며,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며 “과거 세대가 정부 정책에 대해 가슴앓이로 병을 키웠다면 MZ세대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스스로 헤쳐나가는 지혜와 용기를 더 키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나아가 “힘든 과정을 스스로 타파하기 위한 노력은 의료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밑거름과 이정표가 되리라 확신한다”면서 “전공의와 의대생을 적극 지지하고 존중하며, 함께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