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노바티스의 인터루킨(Interleukin, IL)-1 억제제 일라리스(성분명 카나키누맙)가 국내 허가 후 9년여 만에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됐다.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극희귀질환,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환자들이 일상 생활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노바티스(대표이사 사장 유병재)는 8일, 일라리스의 급여 등재를 기념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급여 대상 질환인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의 현황과 일라리스의 주요 임상 결과를 공유했다.

일라리스는 지난달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돼 이달 1일부터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중 ▲소아(만 2세 이상) 및 성인에서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ryopyrin-Associated Periodic Syndroms, CAPS), ▲소아(만 2세 이상) 및 성인에서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umor Necrosis Factor receptor Associated Periodic Syndrome, TRAPS) ▲소아(만 2세 이상) 및 성인에서 콜키신이 금기이거나, 내약성이 없거나, 또는 최고 내약 용량의 콜키신에도 적절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가족성 지중해 열(Familial Mediterranean Fever, FMF)의 치료에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주로 출생 직후나 유아기에 발견되는 희귀 자가염증성질환으로. 전신에 이유 없는 발열, 발진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근골격계 이상, 청각상실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져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에 허가된 치료 옵션이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그나마 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들여오고 있는 키너렛(성분명 아나킨라)은 체중 변화에 맞춰 용량을 조절하며 매일 반복해서 주사해야 하는 등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질환이었다.
일라리스는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의 주요 원인인 IL-1β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인간 단일클론 IL-1 항체로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한 주요 임상 연구에서 높은 임상적 관해율과 관해 유지율을 보고해 기대를 모았다.
먼저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 환자 35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REMITTER 연구 중 첫 번째 레이블 공개 연구(Part.1)에서는 일라리스 150mg 1회 투여만으로 97%(n=34/35)의 환자가 8주 이내에 완전 반응(Complete Response, CR)을 달성했다.
3상 임상임에도 대조군 없이 단일군으로 연구를 설계한 것은 그만큼 이 질환에 적절한 치료제가 마땅치 않았다는 의미로. 초기 임상에서 일라리스의 효능을 확인한 만큼, 치명적인 질환에서 위약 대조 임상을 진행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판단이 설계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REMITTER 연구 중 레이블 공개 연구에서 완전 관해에 이른 34명의 환자 가운데 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중 맹검, 위약 대조 연구(Part 2.)에서는 일라리스 150mg을 8주 간격으로 투약한 환자 15명이 모두 6개월간 관해를 유지한 반면, 위약군에 배정된 환자 16명 중에서는 3명만 관해를 유지, 8주 간격 유지요법의 가치를 확인했다.
또한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 환자 46명, 콜키신 내성 가족성 지중해 열 환자 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CLUSTER 임상 연구에서는 일라리스 150mg을 투여한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 환자 22명 가운데 10명(45%), 콜키신 내성 가족성 지중해 열 환자 31명 중 19명(61%)이 16주차에 완전 반응을 달성했다.
반면, 위약군의 완전 반응 달성률은 각각 8%(24명 중 2명)와 6%(32명 중 2명)에 그쳤다.
특히 일라리스는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코호트 연구 결과, 일라리스 치료를 통해 환자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삶에 유의미한 개선을 기대할 수 있으며, 8주 간격으로 투약하기 때문에 환자 관리에 필요한 보호자의 지원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처럼 탄탄한 임상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9년에 걸쳐 세 번의 도전 끝에 어렵게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됐다.
이와 관련, 한국노바티스 면역사업부 박혜윤 전무는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극희귀질환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정식 허가되지 않은 치료제로 매일 자가 주사를 통해 치료해야 했다”면서 “이에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들도 일라리스의 국내도입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전했다.
이어 “세 번의 도전 끝에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일라리스의 급여 드재가 앞으로 더욱 발전할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치료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믿으며, 앞으로도 한국노바티스는 다양한 희귀질환을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전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의 현황과 일라리스의 가치를 조명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대철 교수 역시 일라리스 급여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에 급여 적용을 받은 3가지 적응증은 모두 극희귀질환으로, 많은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진단 방랑을 겪었으며,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라 의료진으로서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면서 “환자들은 물론 의료진들도 오랫동안 일라리스 급여 적용을 기다리고 있었던 만큼, 9년 만에 급여 적용 소식에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정 교수는 일라리스의 급여 등재를 계기로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지면, 제때에 진단을 받지 못해 청력이나 시각을 상실하는 환자들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돌이키기 어려운 치명적인 질환인 만큼,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
실례로 일라리스는 급여 대상에 포함된 세 가지 적응증 외에도 ▲고면역글로불린D증후군/메발론산 키나아제 결핍증(Hyperimmunoglobulin D Syndrome/Mevalonate Kinase Deficiency, HIDS/MKD)과 ▲ 활동성 전신성 소아 특발성 관절염(Systemic Juvenile Idiopathic Arthritis)에도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고면역글로불린D증후군/메발론산 키나아제 결핍증 역시 급여가 적용된 세 가지 적응증과 함께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중 하나로, 치료제가 마땅치 않아 일라리스의 급여가 절실하지만 질병코드가 없어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다.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 역시 최근까지 질벙코드가 없었지만, 2022년 12월코드가 처음 만들어져 급여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 차원에서 고면역글로불린D증후군/메발론산 키나아제 결핍증에 대한 급여 적용을 촉구하는 의견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정 교수는 만 2세 미만 영유아에 대한 접근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일라리스의 급여기준은 허가사항에 따라 만 2세 이상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출생 직후에 발병해 돌 전에 치명적인 상황에 이르는 환자가 적지 않고, 일라리스를 통해 이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접근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
정 교수는 “환자들의 삶의 질이나 일상생활을 조절할 수 있는데, 조절하지 않는다면 해야 할 도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