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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뇌 위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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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뇌 위축증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06.06.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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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뇌위축증 환자의 MRI 사진모습.
함께 늙어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아름답다.

황혼의 인생이 빛나는 석양과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상전씨도 아내가 발병하기 전까지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7년전 아내가 61살 되 던 해 병마가 찾아왔다.

한동안 휠체어에 의지했던 이재희(61)씨는 지금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침대에 누워있는 생활을 한 지 벌써 2년째다.

김씨는 어느 날 아내가 몸의 중심을 잡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큰 병의 시초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듯 이씨의 발병도 그렇게 슬며시 찾아왔다.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여겼던 병마는 시간이 지나면서 손 발을 떨게 하고 몸을 비틀거리게 했다. 언어도 보통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소리로 변했다. 대 소변 조차 가리지 못한다.

그에게는 국가가 인정하는 1급 장애인 칭호가 붙었다.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고 아주대병원으로 옮겼다. MRI를 찍고 유전자 검사를 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유전에 의한 발병은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병원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다발성에 기인 한 것으로 진단했다. 뇌수술도 했다. 골수이식 같은 것이라고 남편 김상전씨는 말했다. 그는 “ 식약청에서 허가받은 후 시술된 첫 환자가 아내” 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아내가 생존해 있는 것은 수술 덕분 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수술 후 부작용도 없고 정신 하나는 말짱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가 술 담배를 하지 않은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고 회상했다.

신경쓸 일도 거의 없고 직장생활도 하지 않은 평범한 가정주부 였다는 것. 그래서 속시원히 발병 원인을 짐작하지도 못한다. 아내가 병상에 누워 있지만 김씨 가족은 행복하다. 아들 내외와 귀여운 손녀딸과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 병원에 가서 약을 타온다.

이씨는 사랑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 아내 병 수발을 들고 있다.

이상규(34)씨는 유전에 의한 소뇌위축증 환자다.

전화취재 과정에서 병의 상태가 위중한 상태인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발음이 어눌했다. 제대로 걷지 못한다고 했다. 복시현상으로 10미터 앞의 사물을 관찰 할 수 없다. 아버지 집은 2층에 있어 근처 고모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말이 생활이지 아침이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일과여서 고모 내외나 고종사촌들과 부딪힐 일은 없다고 이씨는 말했다. 그는 175 센티미터에 키에 몸무게가 75 킬로그람이다.

아침을 오이 한 개로 대신하는 것은 몸무게를 줄이기 위한 이유도 있다. 그는 “ 파킨슨 질환에 먹는 약이나 몸에 쥐가 날 때 먹는 약은 간에 심한 부담을 줘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고기대신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군대도 만기제대 했다. 그것도 힘들다는 해병대를 자원입대했다. 그만큼 건강했다. 제대 후에는 직장생활도 했다. 그런데 25살 때부터 병마가 찾아왔다.

   
▲ 소뇌위축증 환자의 MRI 사진모습.
역시 움직이는 것이 둔해지고 힘들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진찰을 받고 소뇌위축증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 역시 이씨가 아주 어릴 적에 같은 질환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고모 몇 분 도 같은 질환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그는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억지로 몇 발짝 걷게 되면 그날 저녁 몸에서 쥐가 나 심하게 고통을 받는다고 했다.

이때는 미리 처방받은 약을 먹는다. 그러면 솜처럼 몸이 풀어지면서 죽음처럼 깊은 잠에 빠져 든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환자들은 대개 음식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사망하거나 폐렴으로 죽게 된다”고 말했다.

죽음의 검은 그림자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이씨는 용기를 잃지 않고 있다. 매일 컴퓨터 학원에 나가 공부를 하고 환우회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프리첼에 홈페이지를 만든 것도 이씨다. “ 환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작가 조정래나 황석영을 좋아해 아리랑이나 한강, 장길산 같은 대하소설을 섭렵했다. 천상병 시인의 시도 즐겨 읽는다. 스트븐코비의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 등도 옆에 두고 읽는다.

아주대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는 “ 이 질환에 대한 완치법은 없다” 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일부 수술 등의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이는 돈과 노력 낭비" 라며 "그럴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국내는 물론 외국의 경우도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대략 10만 명당 2-3명 꼴로 환자가 발병하는 것으로 짐작했다.

이 교수는 “처방약은 나타나는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불과하다” 며 “효과가 있다고 인정된 약은 현재로써는 없다”고 강조했다.

* 소뇌위축증- 유전적척추소뇌위축증과 산발적으로 보이는 소뇌 +파킨슨+자율신경을 포함한 다계통위축증을 혼용해 쓰고 있다. 국내에는 약 1,500명 내외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발병 후 평균수명은 8-9년이다. 손발을 떨고 운동신경이 둔화되며 시신경 감소와 근육마비, 언어능력, 인지력 저하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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