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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환수처분에 연이어 제동, 공단 처분 신뢰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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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환수처분에 연이어 제동, 공단 처분 신뢰성 '위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11.1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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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파기환송 후 재조정 처분까지 취소 ...김준래 변호사 "공정한 기준 만들어야"
▲ 건보공단의 환수처분 기준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판결이 나왔다.
▲ 건보공단의 환수처분 기준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판결이 나왔다.

[의약뉴스] 환수처분 기준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한 차례 처분 취소된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또 한 번 취소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판결에 대해 건보공단의 공정하지 않은 환수처분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A의료법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징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A의료법인은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A병원에 건강검진실을 개설ㆍ운영했는데, 문제는 건강검진실을 운영한 이는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었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되자 건보공단은 A의료법인이 2010년 6월1일부터 2014년 7월 31일까지 비의료인으로 하여금 건강검진실을 개설ㆍ운영하게 했음에도 직접 운영한 것처럼 건강검진비용을 청구, 지급받았다면서 36억 380만원을 환수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A법인은 "비의료인에게 운영하도록 한 사실이 없으므로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처분사유에 적시된 기간 동안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건강검진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및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이 가운데 대법원은 사무장 병원의 개설명의인에 대한 일률적인 요양급여비용 전액환수가 재량권 일탈ㆍ남용에 해당한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서 A법인이 비의료인과 건강검진실 운영에 관한 동업약정을 체결하고, 건강검진실 운영 수익을 A법인이 2, 비의료인이 8의 비율로 나눠가졌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A법인에게 지급된 건강검진비용은 비의료인이 의료인과 동업으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으로서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환수처분의 처분사유는 인정되나, 전액을 환수하는 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건보공단은 대법원 판결 이후 2021년 1월 ‘불법개설요양기관 환수결정액 감액ㆍ조정 업무처리지침’을 제정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의료기관 개설ㆍ운영 과정에서의 사무장과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15% 이내) ▲요양급여비용 관련 불법운영 기간(10% 이내) ▲요양급여비용 액수(5% 이내)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및 이익의 여부(5% 이내) ▲요양급여 내용-자격을 갖춘 의료인의 시행 여부ㆍ과잉진료에 해당 여부(2% 이내)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3% 이내) ▲심의위원회 추가 감격(3% 이내) 등이다.

건보공단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감액 비율을 적용, 26억 8437만원으로 25% 감액ㆍ조정해 통보했으나, A법인은 다시 한 번 소송을 제기, 처분의 부당함을 따졌다.

A법인은 “건강검진실은 면허자격을 갖춘 의료인에 의해 적법한 건강검진이 이뤄졌고, 이후 비용을 지급 받았을 뿐”이라며 “건강검진실을 운영해 취득한 수익의 절반이 비의료인에게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되거나 매출액의 20%만큼만 귀속돼, 취득한 순이익은 적었다”고 지적했다.

또 “건보공단은 이런 제반 사정을 참작해 적정한 재량권을 행사하도록 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반해 총 건강검진비용의 25%만 감액하는데 그쳤다”며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재판부는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해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의 개설명의인 등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징수함에 있어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 ▲요양급여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ㆍ운영 과정에서의 개선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 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 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등의 요소를 고려할 것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무장병원이 취득한 ‘부당이득’을 환수하는데 본질이 있으며, 사무장병원이 저지른 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는 형벌을 부과, 목적을 달성할 수는만큼,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요소 중 ▲요양급여 내용 ▲요양급여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 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를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마련한 재량준칙을 살펴보면 가장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할 ‘요양급여내용’의 감액비율 한도를 2%로, ‘요양급여비용 금액’의 감액비율 한도를 5%, ‘운영성과의 귀속 및 이익의 참여 여부’의 감액비율 한도를 5%로 설정했다”며 “관련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는 별도의 독립적인 요소로 고려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관련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맞지 않고, 사무장병원으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환수하고자 하는 처분의 본질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합리성이 결여됐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 “사무장병원이기 때문에 이미 지급된 보험급여비용을 전액 환수하게 될 경우, 가입자 등이 정상적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급됐어야 할 보험급여비용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국가가 사실상 초과 이득을 얻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보공단은 감액ㆍ조정에 관한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 사무장병원이 지급받은 보험급여비용에서 가입자 등을 진료ㆍ검진함에 따라 지출하게 된 인적ㆍ물적비용 등 제반 비용을 공제, 취득한 '순이익'도 아울러 고려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 사건 처분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건보공단의 재량준칙에 근거한 것인데다 건강검진실에서 면허자격을 갖춘 의료인에 의해 적법한 건강검진이 이뤄졌다”며 “보험급여기준에 어긋나는 부당정구 내역은 2019년도 4건으로 총 건강검진금액 대비 미미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A법인은 건강검진실 매출액의 20%만 분배받아, 취득한 이익의 수준은 비교적 크지 않다”며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유지라는 공익상 필요를 감안하더라도 A법인이 입게 될 불이익이 너무 크다고 보여, 이는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에 대해 김준래법률사무소 김준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건보공단이 내린 환수처분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을 받은 후, 다시 내린 환수처분조차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러한 일련의 법원의 판단은 ‘건보공단의 환수처분 기준이 공정하지 않다’는 사법부의 통제를 여러차례에 걸쳐 받고 있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서 의료법인이 얻은 이득이 20%에 불과함에도 건보공단은 75%의 부당이득금을 징수하겠다고 처분했는데, 의료법인이 얻은 이득을 외면한 지나친 행정처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건보공단은 사법부가 보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환수기준을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의 행정처분이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을 받는다면, 향후 건보공단 행정처분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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