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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출혈질환재단 레너드 발렌티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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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출혈질환재단 레너드 발렌티노 회장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3.10.1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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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마커, 혈우병 치료에 혁명적 변화 가져올 것

[의약뉴스]

 

혈우병 치료의 목표는 평범한 생활이다.

 

혈우병 치료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해온 다케다가 맞춤형 치료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현재의 혈액 응고인자뿐 아니라 생활 패턴까지 반영해 출혈 위험을 분석, 그에 따른 맞춤형 예방요법을 통해 생존기간 연장을 넘어 일상 생활이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삶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다케다는 환자들이 스스로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파악할 수 있는 myPKFiT을 개발, 스스로 혈우병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환자별 관절손상의 위험을 평가해 개인별로 적절한 수준의 혈액응고인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바이오마커 연구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실제로 다케다는 반감기 연장 8인자 제제인 애디노베이트(성분명 루리옥토코르알파페골)의 허가임상, PROPEL 3상 임상에서 관절손상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고자 했다.

연구 결과 단기간 내 활막의 증식, 혈관의 신생과 관련된 바이오마커들의 수치가 개선돼, 혈우병 치료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평가다.

이에 의약뉴스는 최근 혈우병 치료에서 바이오마커의 가치를 소개하고자 방한한 미국출혈질환재단 레너드 발렌티노 회장을 만났다.

 

▲ 혈우병 치료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해온 다케다가 맞춤형 치료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반감기 연장 8인자 제제인 애디노베이트의 허가임상, PROPEL 3상 임상을 통해 관절손상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고자 한 것.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최근 혈우병 치료에서 바이오마커의 가치를 소개하고자 방한한 미국출혈질환재단 레너드 발렌티노 회장을 만났다.
▲ 혈우병 치료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해온 다케다가 맞춤형 치료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반감기 연장 8인자 제제인 애디노베이트의 허가임상, PROPEL 3상 임상을 통해 관절손상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고자 한 것.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최근 혈우병 치료에서 바이오마커의 가치를 소개하고자 방한한 미국출혈질환재단 레너드 발렌티노 회장을 만났다.

 

◇혈우병, 최상의 치료제와 종합적인 관리 필요
혈우병은 X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 응고인자가 부족해져 발생하는 대표적인 출혈성 질환이다.

흔히 출혈이라 하면 외력에 의해 인해 발생한, 겉으로 드러나는 출혈만을 생각하지만, 혈우병 환자들에게 보다 치명적인 것은 체내에서 발생하는 무증상 출혈이다.

혈우병 환자는 외부 출혈 뿐 아니라 관절 출혈, 골다공증, 체력 저하, 비만 등 다양한 합병증을 겪게 되며, 특히 무증상 출혈이 반복되면 관절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렌티노 회장은 “지난 50-60년 간 혈우병 출혈치료 환경이 크게 발전해 혈우병 환자의 생존율도 상당히 개선됐다”면서 “50-60년 전에는 혈우병으로 중증 관절염이 발생해 20세 이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수십여 년에 걸쳐 혈우병 치료에서 크게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면서 “첫째는 한국혈우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다학제 치료, 즉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이 협업해 혈우병 환자가 가능한 최선의 치료 결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관리하는 접근법, 둘째는 지난 40여 년간 효과적인 치료제가 도입됐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초기에는 혈장이나 동결침전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했는데, 이후 다케다를 비롯한 제약사들이 혈액응고인자 제제, 유전자 재조합 응고인자 제제 등을 출시, 출혈 치료를 넘어 예방요법까지 가능해졌다”면서 “덕분에 혈우병 환자들의 생존율도 높아졌고, 일반인과 같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됐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치료제의 발전으로 혈우병 환자들의 삶이 크게 달라졌지만, 여전히 무증상 출혈의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것이 발렌티노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일반인들은 혈우병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낮아 출혈 현상, 특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 출혈에 대한 심각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혈우병 환자들은 대부분 선천적이며, 평생 동안 질환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예를 들어 자연출혈이나 관절출혈이 관절염 등으로 이어지는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게 되며, 이는 환자의 가동범위에 타격을 줘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이를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가 평상 시 보는 출혈은 마치 '빙산의 일각'과 같다”면서 “타이타닉 호가 침몰한 이유도 바로 물 속에 숨겨진 빙산의 대다수 부분,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탓으로, 혈우병 환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겉으로 보이는 출혈은 단지 문제의 일부일 뿐,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아 환자 스스로도 인식하기 어려운 무증상 출혈이 계속되면서 그 영향이 쌓여 결국 관절 등에 심각한 손상을 유발한다”며 “환자가 인지하는 관절의 부기나 통증은 이미 일어난 손상에 대한 반응일 뿐, 그 원인인 미세 출혈은 잘 인지되지 않는데 이러한 미세 출혈이 반복되면 큰 손상으로 이어진다”고 부연했다. 

이에 혈우병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출혈을 막아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출혈로 인해 발생하는 2차 사건까지 예방,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다.

발렌티노 회장은 “혈우병 첫 번째 치료의 목표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환자가 최상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두 번째”라면서 “즉 혈우병 환자도 일반인과 동등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며, 일상에서 모든 기회를 누리고,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관리와 최상의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한국혈우재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종합적인 관리와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신체를 위한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하며, 특히 소아 및 청소년 환자들에게 운동은 비만 예방 및 근력 향상을 통해 관절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1900년대 초, (혈우병을 앓았던) 마지막 로마노프 왕자 알렉세이는 당시 활용 가능한 치료제가 없어서 움직이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는 등 제약 속에 살아가야 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치료제와 방법이 개발되어 혈우병 환자도 원한다면 운동 선수가 될 수 있을 만큼 삶의 질이 향상됐다”며 “실제로 혈우병 환자 중 혈액응고인자를 이용한 정기적인 예방요법을 통해, 에베레스트 산맥을 비롯한 7개 대륙의 최고봉을 등반하는 등의 업적을 이룬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PROPEL 연구, 관절 손상 예방에 바이오마커 활용 가능성 제시
이처럼 관절 손상은 혈우병 환자들에서 흔하게 발생하며 삶의 질을 가장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이지만, 아직까지 관절손상의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는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

이에 현재까지는 혈우병 환자의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예방요법이 표준요법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예방요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지 않은 환자들에서 관절 손상이 발생하고 있어 맞춤형 치료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발렌티노 회장은 약 20여년간 혈우병 환자의 관절 손상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에 주력해왔다.

그는 “2007년에 발표된 한 중요한 연구에 따르면, 예방요법을 받는 소년들에서 출혈이나 통증, 붓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절 손상이나 관절염이 보고됐다”면서 “이에 지난 20년간 ‘혈우병 환자에서 왜 관절 출혈이 발생하는지’, ‘무증상 출혈을 포함한 모든 출혈들로 인한 관절 손상 등을 포괄적으로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이오마커들이 존재하는지’, ‘그러한 바이오마커들을 통해 어떻게 혈우병 환자들의 관절염이나 관절 손상을 예방할 수 있게 치료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추진해왔다”고 소개했다.

그 이유로는 “바이오마커를 이용하면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무증상 출혈까지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이에 제약기업들과 협업해 임상 연구에 바이오마커를 포함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다케다는 반감기 연장 8인자 제제인 애디노베이트 관련 3상 임상, PROPEL 연구에 바이오마커를 포함했다.

비록 연구 기간이 짧아 뼈와 연골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변화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응고인자 제제를 통해 염증과 증식에 대한 마커들이 개선된 것을 확인, 혈우병에서 관절 변화에 대한 바이오마커 연구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발렌티노 회장은 “바이오마커를 본격적으로 활용한다면 혈우병 치료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관절 손상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로 인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관절 손상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예방할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발렌티노 회장은 “바이오마커를 본격적으로 활용한다면 혈우병 치료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관절 손상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로 인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관절 손상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예방할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렌티노 회장은 “다케다의 경우 이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PROPEL 연구에 중요한 바이오마커 그룹을 포함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를 통해 환자들에서 나타나는 관절 출혈 관련 신호, 관절 손상, 관절염 등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관절에 출혈이 발생하면 일관성 있게 관찰할 수 있는 몇 가지 변화가 있다”면서 “첫 번째로, 평상시 관절의 관절 활막면은 한 두 겹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출혈이 발생하면 혈관이 빠르게 증식하면서 활막면이 많이 증식하고 비후되며, 활막 쪽이 점차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하면 출혈 발생 가능성과 빈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관절, 연골과 뼈가 손상될 수 있으며, 이런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혈우병성 관절병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PROPEL 연구에서는 이 세 가지 유형의 바이오마커들을 모두 연구에 포함했다”며 “활막의 증식, 혈관의 신생, 그리고 관절과 연골에 대한 변화를 살펴본 결과, 연구 시작 시 높은 수치를 보였던 염증과 증식에 대한 마커들이 응고인자 제제로 치료한 후 모두 감소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활막과 관련된 인자, 바이오마커들의 수치가 모두 감소됐다”면서 “다만 뼈와 연골에 대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연구 기간이 짧은 탓으로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뼈와 연골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보다 대규모의, 장기(長期) 연구가 필요하며, 이번 연구를 통해 그 초기 단계를 거쳤다는 것.

발렌티노 회장은 “바이오마커의 활용성과 관련한 연구는 이제 기초적인 단계를 거쳤지만, 임상적 적용에 앞서 아직 수행해야 할 연구와 검증의 과정이 남아 있다”며 “실질적으로 바이오마커를 임상 현장에 효과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중요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전제했다.

먼저 “바이오마커의 변화와 그에 따르는 영향에 대해 더 많은 피험자 수를 늘려 파악하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약 100명의 환자군(저용량군 50명/ 고용량군 50명)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는데, 이보다 더 큰 규모의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연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바이오마커와 임상 치료 결과 간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정 바이오마커 수치를 기반으로 환자의 치료 반응성이나 예상 치료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보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치료에서 바이오마커가 필요한 만큼의 변화를 유도해 환자 치료에 긍정적인 결과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실제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일 수 있겠으나, 이 세 가지 단계를 성공적으로 거치는 것이 바이오마커를 임상에 효과적으로 도입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바이오마커가 규명돼 임상 현장에 적용된다면, 혈우병 치료도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역시 바이오마커 연구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그는 “바이오마커를 본격적으로 활용한다면 혈우병 치료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관절 손상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로 인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관절 손상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예방할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오마커와 관련된 새로운 발견에 한국의 혈우병 환자와 의사들이 리더십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의사들은 연구를 수행하고, 환자분들은 피험자로 참여하는 형태로 참여한다면 한국에서도 이러한 연구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비응고인자제제, 바이오마커에는 영향 주지 못해
혈우병에서 관절 손상과 관련한 바이오마커가 개발되면 향후 치료제 선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현재 시장에 출시된 혈액응고인자 제제와 비응고인자 제제는  출혈 조절에 있어 큰 차이가 없지만, 바이오마커 조절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발렌티노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의학계에서는 다양한 치료제들이 출시되어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FDA 승인을 받은 혈우병 A와 B 치료제가 각각 18개와 7개로, 이들 모두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됐으며, 주된 차이점은 반감기, 특성, 제조 과정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8인자는 매우 큰 분자로,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출혈을 예방하는 역할 이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역할들이 있어, 이를 밝히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현재 밝혀진 8인자의 역할들 중 하나는 활액막 및 혈관의 증식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혈관은 혈액이 누출되지 않도록 내피 세포 간 짜임새가 긴밀해야 하는데, 8인자가 이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8인자는 연골과 뼈에 대해서도 영향을 끼친다”면서 “혈우병 환자들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골절과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은데, 이 역시 8인자의 결핍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처럼 8인자 제제는 지혈 작용 외에도 다양한 역할들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비응고인자 제제는 출혈 조절 효과는 확인되고 있지만, 그 외의 역할에서 8인자 제제와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한 결과는 밝혀진 바 없다”면서 “또한, 비응고인자 제제는 이러한 바이오마커들에 대해 응고인자 제제와 동일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고 지적했다. 


◇혈액응고 인자, 상황에 따라 적정 수준 달라...최소 3~5% 유지해야
아직까지 바이오마커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예방요법을 통해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적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세계혈우재단(World Federation of Hemophilia, WFH)에서는 예방요법을 위해 필요한 최소 수준을 3~5%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신체활동이 많지 않은 일상적인 상황을 가정한 최소 수준일 뿐, 상황에 따라 요구수준은 다르다는 것이 발렌티노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자연 출혈 혹은 무증상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5%의 응고인자 활성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여겨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응고인자의 활성도가 개개인의 몸에 얼마나 필요한가는 수행하고자 하는 활동에 따라 상이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여 년의 연구와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활동의 위험도에 따라 출혈 추정치를 설정할 수 있게 됐다”면서 “예를 들어, 관절 손상이 없는 혈우병 환자의 경우 수영이나 가벼운 산책은 약 9%, 테니스는 약 18%, 스키는 약 30% 정도의 응고인자 활성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앞서 언급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환자는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서 근육을 잘 보호할 수 있도록 등반하는 동안 응고인자를 잦은 빈도로 투여해 최저 20% 이상의 활성도를 유지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환자마다, 또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환자들이 체크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다케다에서는 환자들이 스스로 혈액응고인자를 확인할 수 있는 myPKFiT을 개발, 스스로 혈우병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발렌티노 회장은 “자동차 운전에 비유하면, 운전 시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보는 두 가지 요소는 현재의 속도와 남아 있는 연료의 양으로, 혈우병 환자 역시 본인이 어느 강도로 활동할 수 있는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이를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케다에서 개발한 myPKFiT 또는 캐나다 맥마스터(McMaster) 대학에서 개발한 wapps-hemo 등으로. 이 프로그램들은 인구기반 약동학(pharmacokinetics, PK) 접근법을 통해, 현재 환자의 몸 속에 얼마나 많은 응고인자가 남아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보를 기반으로 환자는 차량의 속도를 조절하는 원리와 유사하게, 자신의 활동 강도를 결정할 수 있다”며 “만약 기름, 즉 응고인자가 충분하다면 강한 활동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에너지를 보다 절약해 활동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렇게 환자가 스스로 안전한 범위 내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거나 하지 않을 것인지를 가늠하는 데 있어 이러한 프로그램이 중요한 지침을 제시해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발렌티노 회장은 “응고인자 투여 직후 활성도가 상승했다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감소하는 것을 감안 할 때 1%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응고인자 최저활성도가 1% 이상이면 충분하다'는 기준은 10여년 이전의 목표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그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발렌티노 회장은 “응고인자 투여 직후 활성도가 상승했다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감소하는 것을 감안 할 때 1%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응고인자 최저활성도가 1% 이상이면 충분하다'는 기준은 10여년 이전의 목표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그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 활성도 1%는 10년 전 기준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혈우병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꾸준히 개선해왔으며, 최근에는 일정 수준 예방요법도 가능한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예방요법의 기준이 되는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1%로 제시, 세계혈우재단이 제시하는 최저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이와 관련, 발렌티노 회장은 “세계혈우재단에서에 따르면 예방치료의 목표는 최저응고인자 활성도를 3~5%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세계혈우재단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혈우병 치료 및 관리에 대한 적절한 기준과 표준을 수립하는 공식적이고 공인된 기관으로, 따라서 세계혈우재단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국제적인 수준을 대표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응고인자 투여 직후 활성도가 상승했다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감소하는 것을 감안 할 때 1%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응고인자 최저활성도가 1% 이상이면 충분하다'는 기준은 10여년 이전의 목표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그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국제 기준은 최저응고인자 활성도가 1%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3~5%정도의 활성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면서 “이미 미국이나 호주, 일본 등은 이를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까지 많은 국가들이 1%대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자원과 의료적 여건이 부족한 상황이긴 하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나은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아직 국제적인 기준이 선진 국가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최상의 치료가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발렌티노 교수는 혈우병 환자들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혈우병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들도 세계 학회나 환자단체들의 행사에 참여해 견문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그는 “예방요법은 혈우병 치료에서 절대적인 표준으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할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측면에서도 건강하고 안정된 삶, 즉 '웰빙'을 실현할 수 있게 한다”면서 “따라서 예방요법은 환자가 자신의 삶을 최상의 조건과 품질로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들이 비환자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한계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세계혈우재단이 2024년 5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하는 학회에 참석해 다른 국가의 혈우병 환자들이 어떠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를 배울 수도 있으며, 학회에서 얻게 될 내용들이 보다 더 나은 치료 환경을 만드는 데에 활용될 수 있다”면서 “대표단 일부만 참석한 후 나머지 분들에게 내용을 공유하는 것도 좋다”고 제언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환자들에게 최상의 치료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발렌티노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방한 직전 코소보에 방문했는데, 이 국가에서는 혈우병 A 환자가 응고인자 활성도를 1%도 달성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면서 “응고인자 제제를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마저 확보되지 못해 기부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혈우재단이 권고하는 응고인자 활성도, 혈우병 환자가 필요로 하는 다학제 치료 등 혈우병 환자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혈우병 환자들이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그는 “양복을 제작하는 최고의 테일러가 있더라도 옷감, 실, 바늘과 같은 기본적인 도구와 자재가 부족하다면 완성도 높은 양복을 제작할 수 없다”면서 “마찬가지로 우수한 의사들과 치료팀이 있음에도 필요한 도구와 자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고 비유했다. 

이어 “한국의 의료진들 역시 매우 우수한 치료 환경과 지식을 갖췄지만, 옷감과 툴을 확보하지 못하면 멋진 양복을 만들지 못할 수 있다”면서 “환자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 어디까지, 얼마만큼 지원해줄 수 있는지 파악하고 노력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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