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7 06:51 (토)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심장내과 서존 교수
상태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심장내과 서존 교수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3.09.04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잡한 급여기준은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의약뉴스]

진료지침과 급여기준간 동기화가 필요하다.

급속한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심뇌혈관질환 대란이 예고된 가운데, 이에 대처하기 위한 현장의 임상진료 지침은 한층 더 까다롭게 변화하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대표적인 만성질환 진료지침이 하나같이 보다 조기에, 보다 강력하게 목표에 이르도록 권고하기 시작한 것.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각각의 질환을 구분하지 않고 심장대사질환이라는 하나의 영역으로 묶어 여러 가지 질환이 동반된 경우 ‘초고위험군’으로 분류, 보다 더 세심하게 관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상지질혈증에서는 혈압이나 혈당을 지나치게 낮춰 오히려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달리 LDL-C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국내외 진료지침은 한목소리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서는 최소한 LDL-C를 기저치 대비 50% 이상 줄이면서 최소 55mg/dL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LDL-C를 55mg/dL 미만으로 낮출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55mg/dL 미만으로 낮춰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물론, 장기간의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55mg/dL라는 강화된 목표를 제시하고도 초고위험군을 섬세하게 선별해 되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theroSclerotic CardioVascular Disease, ASCVD) 환자라면 모두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재발 및 이로 인한 사망의 위험이 높은 환자라면 누구나 LDL-C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임상 현실에서는 아직까지 진료 지침을 따르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LDL-C 강하에 가장 강력한 치료 옵션인 PCSK9 억제제에 대한 급여기준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

이에 학계에서는 최근 이상지질혈증 관련 PCSK9 억제제의 급여 기준 가운데 초고위험군의 정의를 단순화하고 LDL-C 목표도 기존 70mg/dL 미만에서 55mg/dL 미만으로 낮출 수 있도록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현 대한심장학회 보험위원회 간사이자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보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심장내과 서존 교수를 만나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개정의 배경과 임상 현장의 한계를 들어봤다.

 

▲ 최근 이상지질혈증 관련 학계에서 PCSK9 억제제의 급여 기준 가운데 초고위험군의 정의를 단순화하고 LDL-C 목표도 기존 70mg/dL 미만에서 55mg/dL 미만으로 낮출 수 있도록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의약뉴스는 현 대한심장학회 보험위원회 간사이자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보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심장내과 서존 교수를 만나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개정의 배경과 임상 현장의 한계를 들어봤다.
▲ 최근 이상지질혈증 관련 학계에서 PCSK9 억제제의 급여 기준 가운데 초고위험군의 정의를 단순화하고 LDL-C 목표도 기존 70mg/dL 미만에서 55mg/dL 미만으로 낮출 수 있도록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의약뉴스는 현 대한심장학회 보험위원회 간사이자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보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심장내과 서존 교수를 만나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개정의 배경과 임상 현장의 한계를 들어봤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 재발 시 치명적
심혈관질환 기왕력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을 평가한 IMPROVE-IT 연구에 이어, PCSK9 억제제인 에볼로쿠맙(제품명 레파타, 암젠)을 평가한 FOURIER 연구에서 LDL-C를 55mg/dL 미만으로 낮췄을 때 재발의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면서 심혈관질환에 ‘초고위험군(Very High-risk)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2018년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가 진료지침을 개정하면서, 기존의 고위험군(High-risk)에서 초고위험군을 분리, 보다 더 강화된 치료 목표를 제시한 것.

이듬해에는 유럽심장학회(ESC)와 유럽동맥경화학회(EAS)에서도 초고위험군을 구분해 보다 강력하게(LDL-C 55mg/dL 미만) LDL-C를 조절하도록 권고하는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2019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지질ㆍ동맥경화학회가 초고위험군을 구분한 진료지침을 발표했지만, 유럽과 달리 LDL-C 목표는 70mg/dL 미만으로 제시했다.

아직까지 서양인에 비해 아시아인에서는 LDL-C를 70mg/dL 보다 더 강력하게 낮추는 것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후속 연구를 통해 아시아인에서도 LDL-C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연구 결과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에 지난해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초고위험군의 LDL-C 목표가 55mg/dL미만으로 한층 강화됐다.

서존 교수는 “보통 위험 정도를 구분할 때 고위험군이 가장 높은 위험을 가졌다고 여기는데, 이것을 뛰어넘는 개념이 초고위험군”이라며 “고위험군보다도 더 위험하기 때문에 따로 개념을 분리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재 국내 진료지침에서는 죽상경화증으로 인한 허혈성 뇌졸중, 경동맥질환, 대동맥이나 말초혈관질환 등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를 통틀어 고위험군으로 정의한다”면서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10년 이상의 유병기간 또는 주요 심혈관질환이나 표적장기손상을 동반하면 고위험군에 해당”고 설명했다. 

이어 “초고위험군의 정의는 비교적 단순하다”며 “앞서 말한 고위험군 중 심혈관질환, 즉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경험한 환자는 재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초고위험군으로 따로 구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상급종합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는 대부분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앓은 초고위험군 환자로, 이들은 재발 시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치료의 최전선에 있는 환자들”이라면서 “실제 심근경색은 첫 발생 시 사망률이 약 20~30% 수준이지만, 재발 시에는 사망률이 약 68~85%까지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2차 예방을 위해 LDL-C 수치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위험군 정의 단순화...환자를 위한, 바람직한 변화
2018년 선제적으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을 구분한 미국에서는 이를 ▲ 최근 1년 이내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 ▲심근경색 과거력 ▲허혈성 뇌졸중 과거력 ▲증상이 있는 말초동맥 질환 등 4가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중 2가지 이상이 있거나, 이 가운데 1가지와 △65세 이상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주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아닌 관상동맥우회술이나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 과거력 △당뇨병 △고혈압 △만성신장질환(eGFR 15~59ml/min/1.73m2) △현재 흡연 △최대 내약용량의 스타틴 및 에제티미브 투여에도 LDL-C 100mg/dL 이상 △울혈성 심부전 과거력 등 9가지 요인 중 한 가지 이상이 있는 경우로 정의했다.

반면, 이듬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을 정의한 유럽에서는 이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로 단순하게 정리했다.

2019년에 이어 지난해 다시 한 번 진료지침을 개정한 한국지질ㆍ동맥경화학회 역시 초고위험군을 ’관상동맥질환 환자‘로 단순하게 정의했다.

서존 교수는 “2018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 가이드라인의 초고위험군 기준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주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2개 이상 가지고 있거나, 이를 1개 가지고 있으면서 고위험 요인을 2개 이상 가져야 했다”면서 “반면 2019 유럽심장학회/유럽동맥경화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초고위험군의 기준을 보다 단순화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로 정의했으며, 우리나라도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초고위험군의 기준을 단순화하고 이들의 LDL-C 목표치를 55 mg/dL 미만으로 낮췄다”고 소개했다.

이어 “엄격한 가이드라인은 전문가들이 고심한 결과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기준이 엄격하면 환자의 치료를 제한적으로 만들 여지가 더 크다”면서 “복잡한 지침이 임상 현장이나 급여 기준에 반영되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진료지침은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서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 방문하는 심혈관질환 환자는 대부분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앓은 초고위험군 환자로, 이들은 재발 시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치료의 최전선에 있는 환자들”이라면서 “실제 심근경색은 첫 발생 시 사망률이 약 20~30% 수준이지만, 재발 시에는 사망률이 약 68~85%까지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2차 예방을 위해 LDL-C 수치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 방문하는 심혈관질환 환자는 대부분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앓은 초고위험군 환자로, 이들은 재발 시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치료의 최전선에 있는 환자들”이라면서 “실제 심근경색은 첫 발생 시 사망률이 약 20~30% 수준이지만, 재발 시에는 사망률이 약 68~85%까지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2차 예방을 위해 LDL-C 수치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5mg/dL~70mg/dL 사이에서도 재발 위험...55mg/dL 미만으로 낮춰야 할 근거 충분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을 분리하고 이들에게 LDL-C를 보다 더 강력하게 조절하도록 변화된 진료지침의 시작은 IMPROVE-IT 연구가 배경이 됐다.

최근 10일이내 급성관동맥증후군이 발생했던 1만 7706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 연구에서 스타틴 단독요법군이 69.9mg/dL로 기존에 초고위험군을 분리하지 않았던 진료지침이 제시했던 목표치에 도달했지만, 중등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군의 LDL-C가 53.2 mg/dL까지 낮아지면서 주요 심혈관 사건의 발생 상대위험(Hazard Ratio, HR)을 스타틴 단독요법군보다 6.4% 더 낮춘 것.
 
이후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을 평가하고자 진행된 FOURIER 연구는 초고위험군에서 보다 강력하게 LDL-C를 낮춰야 하는 이유에 힘을 더했고, 실제 진료지침 개정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에볼로쿠맙 투여군의 LDL-C 중앙값이 30mg/dL까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에 문제없이 주요 심혈관 사건의 상대위험을 15% 낮춰 ’LDL-C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컨센서스를 만들었으며, 나아가 초고위험군의 LDL-C 목표를 55mg/dL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가 되고 있다.

서존 교수는 “지침 개정은 항상 근거 중심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의 관점에서 이뤄진다”면서 “즉, 지침이 개정됐다는 것은 55mg/dL미만으로 낮춰야 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체적으로 “목표 수치가 70mg/dL 미만이었을 당시에도 주요 심혈관 사건의 발생률 줄긴 했지만, 여전히 재발의 위험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LDL-C 수치를 그보다 더 낮추니 재발 및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이 더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PCSK9 억제제 등 새로 개발된 약제의 임상연구에서도 LDL-C 수치를 평균 30 mg/dL까지 낮췄을 때 유의미한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며 “이처럼 LDL-C 수치가 낮을수록 좋다는 사실과 이를 보충하는 많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55mg/dL미만이라는 목표 수치가 도출됐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최근 2년 이내 재발을 경험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의 경우, LDL-C 수치를 초고위험군보다 더 낮은 40mg/dL 미만까지 낮추도록 권고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초고위험군, 스타틴-에제티미브만으로는 목표 도달 한계...PCSK9 억제제 급여기준 현실화해야
IMPROVE-IT 연구에도 불구하고 70mg/dL에 머물러 있던 진료지침이 FOURIER 연구 이후 55mg/dL로 낮아진 이유는 그만큼 임상현장에서 강화된 목표에 이를 수 있는 효과적인 옵션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IMPROVE-IT 연구에서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군의 LDL-C가 53.2mg/dL로 55mg/dL 언저리였던 반면, FORUIER 연구에서는 최대 내약용량의 스타틴에 더해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을 투약한 환자들의 LDL-C가 30mg/dL까지 낮아졌다.(중앙값 기준)

서존 교수는 “미국, 유럽 등 서양 국가의 통계를 보면, 최대내약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해도 초고위험군의 목표 수치인 55mg/dL 미만에 도달하는 비율이 50%보다 낮았다”면서 “우리나라 환자는 외국보다 LDL-C 수치가 낮아서 비교적 약으로 잘 조절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하더라도 55mg/dL에 도달하는 환자는 40%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료지침에 따르면, 나머지 60%에 해당하는, 즉 기존 치료로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초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에볼로쿠맙 등 PCSK9 억제제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료지침과는 별개로 급여기준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이러한 환자들에게 PCSK9 억제제를 투약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초고위험군의 LDL-C 목표 수치를 55mg/dL 미만으로 제시하는 국내 진료지침과 PCSK9 억제제의 급여 기준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존 치료로 LDL-C 수치 조절이 어려운 환자 모두가 PCSK9 억제제 급여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진료지침에서는 초고위험군의 기준을 관상동맥질환 경험 환자로 단순화했고, 이들의 LDL-C 목표 수치도 55mg/dL 미만으로 낮췄지만. PCSK9 억제제의 급여 기준은 아직 2018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 가이드라인 정도에 멈춰 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에볼로쿠맙 등 PCSK9 억제제를 급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근 1년 이내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심근경색ㆍ허혈성 뇌졸중 과거력 등 주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두 가지 이상 가지고 있거나, 이를 한 가지 가지고 있으면서 만성신장질환,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의 고위험 요인을 두 가지 이상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심혈관질환 환자는 위급한 상태로 병원에 방문하기 때문에 모든 고위험 요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PCSK9 억제제를 제외하고 기존의 치료를 유지하다 나중에야 고위험 요인을 발견해 치료 시기를 놓쳐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오래 내원하던 중에 새로운 질환이 발생하면 기록이 있겠지만,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심혈관질환 환자는 대부분 기존에 의원급 병원에서 관리를 받다가 심혈관 사건이 발생해 이곳을 처음 찾는 응급 환자들”이라며 “이런 환자들을 상대로 짧은 시간 내에 병력 등 고위험 요인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엄격한 기준은 접근성 저해...급여기준, 진료지침과 동기화해야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을 관상동맥증후군 환자로 단순화한 배경에도 이와 같은 임상 현장의 한계가 반영됐다.

진료지침을 복잡하게 설계한 미국은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구분한 근거로 10년 재발 위험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실상 주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그 자체로 재발의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서존 교수는 “지난해 개정된 국내 진료지침에 이러한 내용이 잘 반영돼 있다”면서 “현재 진료지침에서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심근경색 등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초고위험군으로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PCSK9 억제제의 급여 기준은 2018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 가이드라인의 복잡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외래에서 이같이 복잡한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를 정확히 구분하기 힘들다”며 “이로 인해 당장 PCSK9 억제제의 급여를 인정받기 어려워서 기존의 치료를 유지하며 경과를 지켜보다가 재발하고 나서야 초고위험군 수준으로 LDL-C 수치를 관리해야 했다는 걸 알게 돼 손해를 보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PCSK9 억제제 급여 기준을 국내 진료지침과 동기화해야 한다는 것이 서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진료지침은 동시대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토대로 주기적으로 개정된다”면서 “특히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의 1차 예방을 위해서는 LDL-C 수치 외에도 혈압, 혈당 등 여러 요인이 중요한 반면, 2차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LDL-C 수치로, 실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의 2차 예방을 위해 LDL-C 수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이터가 계속 도출되고 있고, 이것에 맞춰 국내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또한 지속적으로 개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앞서 말했듯이 급성 심근경색 같은 경우 처음에는 사망률이 20% 수준이지만 재발 시에는 최대 85%까지 높아진다”면서 “설령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심부전 등의 합병증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재발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의료진은 자연히 개정된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나아가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PCSK9 억제제 같은 효과적인 치료 옵션의 급여 기준 또한 최신 진료지침을 반영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 서존 교수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재발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의료진은 자연히 개정된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나아가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PCSK9 억제제 같은 효과적인 치료 옵션의 급여 기준 또한 최신 진료지침을 반영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 서존 교수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재발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의료진은 자연히 개정된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나아가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PCSK9 억제제 같은 효과적인 치료 옵션의 급여 기준 또한 최신 진료지침을 반영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70mg/dL에 머문 급여기준, 55mg/dL까지 확대해야
임상적 이득이 뚜렷하게 증명돼 진료지침에 반영된 초고위험군의 LDL-C 목표 역시 급여기준과는 괴리가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초고위험군을 구분하고 이를 정의하면서 치료 목표도 기존 고위험군의 70mg/dL에서 55mg/dL로 강화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진료지침을 개정하면서 초고위험군의 목표를 미국이나 유럽과 동일하게 55mg/dL로 강화했지만, PCSK9 억제제의 급여기준은 여전히 70mg/dL에 머물러 있다.

서존 교수는 “PCSK9 억제제는 최대 내약용량의 스타틴 및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에 반응이 불충분한 경우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판단하는 LDL-C 수치 기준이 70mg/dL 이상이거나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하지 않은 경우로 제한돼 있어 굉장히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PCSK9 억제제의 급여를 55mg/dL까지 확대하면) 단순히 55mg/dL 미만이라는 목표 수치를 달성하는 것 외에도 임상적 예후나 사회 경제적 비용 측면에서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실례로, 대표적인 PCSK9 억제제인 에볼로쿠맙의 FOURIER 연구에 따르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에볼로쿠맙을 투여한 지 48주 차에 이들의 LDL-C 수치 중앙값은 30mg/dL까지 낮아졌으며, 이후 FOURIER-OLE 연구에서는 최장 8.4년간 LDL-C 수치가 낮게 유지되고, LDL-C 수치가 낮아질수록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재발 시 환자와 나라가 지불해야 하는 의료비를 고려하더라도,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는 사실은 자명하다”면서 “PCSK9 억제제의 경우, 실제 환자 규모를 생각해볼 때 진료지침에 맞춰 급여 기준을 70mg/dL에서 55mg/dL로 낮춰도 전체적인 의료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현재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LDL-C 55mg/dL 이상 70mg/dL 미만의 환자들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제언했다.

 

◇선제적 정책 개선 필요...학회의 목소리 귀 기울여야
한편, 정부에서는 최근 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요 선행질환에 이상지질혈증을 추가, 고혈압, 당뇨병 등과 함께 보다 포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와 별개로 학회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PCSK9 억제제의 급여 기준 개선을 당부하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서존 교수는 “PCSK9 억제제 급여 기준과 국내 진료지침 간의 차이를 없애 달라는 것이 주 골자”라며 “급여 기준의 초고위험군 정의에서 고위험 요인을 없애고, LDL-C 기준도 70mg/dL에서 55mg/dL로 낮춰달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꼭 PCSK9 억제제를 사용하는 의료진이 아니라도, 심혈관질환 고위험 환자의 LDL-C 수치를 신경 쓰고, 엄격하게 관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의미도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정부가 심뇌혈관질환의 위기 앞에 선행질환 관리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이 2차까지 발표됐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문제라는 의미”라며 “하지만 PCSK9 억제제 급여 기준 개선처럼 심혈관질환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의견을 내면 학술적인 근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로 학자의 의견이라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OECD나 국내 통계를 보여주면 결코 학문에 국한되지 않은 현실의 문제임을 깨닫고 놀라곤 한다”면서 “실례로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이나 병원, 응급 의료 시스템이 비교적 잘 마련돼 있음에도 OECD 국가 중 급성 심근경색 사망률(8.9%)이 평균(6.6%)보다 높은데, 의료 시설이 미비한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부산, 울산 등 광역시 규모의 도시가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필수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며 “이번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에서 선행질환에 대한 관리 강화를 비롯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권역/지역별 심뇌혈관센터를 확충하고자 하는 취지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학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책을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다”면서 “PCSK9 억제제 급여 기준과 진료지침을 맞춰 달라는 것도 이러한 바람 중 한 가지”라고 바람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