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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권고 받고 나왔다가 심정지 “불성실한 진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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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권고 받고 나왔다가 심정지 “불성실한 진료 아냐”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8.3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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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이송 관여하지 않았다”... 책임 인정한 원심 파기·환송
▲ 대법원 전경.
▲ 대법원 전경.

[의약뉴스] 큰 병원으로 전원하라는 권고를 받고, 의료기관을 나온 직후 환자가 쓰러져 숨진 사건에서 대법원이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최근 환자 A씨의 유족이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사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8년 2월 감기몸살 증상으로 보호자와 함께 A씨가 운영하는 의원에 내원했다. 의원에서 비타민 C 20㎖를 섞은 아미노산 영양제인 트리푸신 250㎖을 주사를 통해 투여받기 시작했고, 그동안 세프라딘(항생제) 1g, 덱타손주(스테로인드 제재) 5㎎도 주사로 투여받았다.

A씨는 수액을 투여받던 중 호흡곤란을 일으켰고, B씨는 청진기 등을 이용해 호흡곤란의 원인을 천식으로 파악, 덱사메타손 5㎎을 추가 투여했다.

이후에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자, B씨는 A씨와 보호자에게 ‘택시를 타고 큰 병원으로 가라’고 전원을 권고했다. A씨는 전원 권고를 받은 후, 환자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옆으로 쓰러지듯 눕고 10초 후 다시 일어나 앉았다가 보호자의 부축을 받고 의원을 걸어나왔다.

A씨는 의원을 나온 후 5분이 지나지 않아 건물 앞에 주저앉아 쓰러졌고, 119 구급차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후, A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가 2019년 12월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B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1, 2심은 B씨의 책임을 인정, 2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 2심 재판부는 “B씨가 A씨의 경과를 관찰하고 119에 신고하는 등 구급차로 상급병원에 이송했다고 하더라도 A씨가 도착하기 전 심정지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B씨의 잘못은 A씨가 사망했다는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나 “B씨가 A씨에게 호흡곤란이 발생했을 때 혈압, 맥박, 호흡수 등을 측정하지 않았고,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않았다”며 “택시를 불러 즉시 탑승할 수 있게 하거나 구급차를 호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송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행위는 일반인의 처치에서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평가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의료진이 임상의학 분야에서 요구되는 수준에 부합하는 진료를 한 경우 불성실한 진료를 했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수인한도를 넘는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는 의료진에게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인한도를 넘는 현저한 불성실한 진료로 인한 위자료는 환자에게 발생한 신체상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와 관련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 아닌, 불성실한 진료 그 자체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것”이라며 “불성실한 진료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고통이 중대해 진료 후 신체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마땅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전했다.

또 “A씨가 B씨의 의원에 내원했다가 주사를 투여 받은 후 전원 권고를 받고 의원을 부축 받아 걸어 나왔다면, 원심이 들고 있는 것처럼 A씨의 혈압 등을 측정하지 않았다거나 이송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행위만으로 B씨가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와 달리 판단해 B씨에게 위자료 배상책임을 인정했다”며 “원심 판단에는 의료사고의 과실과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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