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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골막천자는 무면허 의료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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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골막천자는 무면허 의료행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8.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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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원심 뒤집고 불법 인정....병의협 "환영"

[의약뉴스] 의사의 입회나 지도 없이 간호사가 골막천자 행위를 한 것은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 간호사가 골막천자 행위를 한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 간호사가 골막천자 행위를 한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회장 주신구)는 9일 ‘간호사의 골막천자 행위를 불법 무면허 행위로 규정하고, 원심을 파기한 서울동부지법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병의협 PA 불법의료 신고센터로 서울 소재 A대학병원 혈액내과, 종양내과, 소아종양혈액과 교수 12명이 병원 소속 간호사들에게 골막천자를 시행토록 했다는 내용의 제보가 접수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병의협은 간호사가 침습적 검사인 골막천자를 하는 것은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단해 A병원 재단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이후 경찰 및 검찰 수사가 이루어졌고, 서울동부지검은 2021년 5월 13일 간호사에 의해 이루어진 골막천자 행위에 대해 A병원 재단을 3000만원 벌금으로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골수 검체 채취를 위해 가는 침으로 골막을 뚫어 체액을 뽑는 ‘골막천자’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관련 교육을 받은 종양 전문간호사 자격을 가진 간호사가 이를 수행하는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일부 외국의 경우 해당 행위를 간호사가 하고 있으며 ▲국제 학술지에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시행했다는 내용을 기술했으나 국제적으로 문제 되지 않았고 ▲의료법 내에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하면 안 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며 ▲해당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해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2022년 4월 보건복지부령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기 전까지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관련 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취득한 종양 전문간호사에게 이를 위임한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즉각 항소했으며,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 A병원 재단에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의사가 간호사에게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는 있으나, 간호사에게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요해 반드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았더라도 골막천자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의사의 현장 입회 여부를 불문하고 이 사건 의료행위를 간호사가 직접 수행했다면, 이는 진료의 보조가 아니라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하므로, 간호사의 행위는 자격의 범위를 넘는 의료행위로서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종양전문간호사 자격을 가졌더라도, 종양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는 간호사인 자격을 인정받은 것일 뿐,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해외에서 전문간호사가 골막천자를 수행하는 사례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법령이나 의료체계가 상이한 해외에서의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 A병원 재단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에 대해 병의협은 “의료의 최종 목적은 환자의 치료를 통해서 국민 건강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의료 행위의 주체를 정할 때 상당수의 의료 행위를 의사에게 직접 시행하게 하고, 그 책임을 지게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방법이 가장 안전하고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특정 의료행위에 대한 시행 주체를 정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하고, 의사가 시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의료행위가 되려면 수많은 검증과 연구, 그리고 의료인 전체의 동의 및 환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며 “지금까지 의료행위, 그중에서도 침습적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와 법체계는 매우 신중하게 판단을 해왔다”고 역설했다.

만약 골막천자라는 침습적인 의료행위가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된다면, 골막천자에 비해 덜 침습적이지만 지금까지 의사가 하도록 규정해왔던 수많은 의료행위들의 주체 또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병의협의 지적이다.

병의협은 “이번 판결을 통해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는 어떠한 형태라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공고히 하는 법적 기준이 마련됐다”며 “이번 판결은 날이 갈수록 범위가 넓어지며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지는 불법 PA 의료행위가 바로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1심 판결의 무죄 논리가 항소심에서 모두 반박됐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도 항소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이번 사건이 판결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의료인 업무 범위와 관련된 논쟁에서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변화가 만약 의사를 제외한 직역으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무분별하게 할 수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대법원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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